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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천국
마가복음 10:23~31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10:23)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10:25)
제자들은 자신들에게 하신 주님의 이 말씀을 듣고 즉각적으로 의문을 표시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10:26)
다행히 제자들 가운데에는 큰 부자가 없어 안심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말씀을 기록하고 있는 마가의 경우에는 자신이 섬기는 공동체에 부자들이 더러 있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가장 먼저 들은 제자들도 자신들에게 직접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부자 걱정을 합니다. 묘하게도 이런 정서는 어느 사회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부자를 걱정하고, 약한 사람일수록 권력자를 비호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시행되는 나라에서도 가난한 자가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당에 표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진보정당보다 도리어 부자와 권력자의 편에서 일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은 설명하기가 어렵고 이상합니다. 지금 제자들 역시 남의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회 구성원 가운데에 더러 있는 부자들에 대하여 초대교회 지도자들은 주님의 이 말씀을 해석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태는 ‘마음이 가난한 자’(마 5:3)라고 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자들은 이 세상에서 물질로 실현할 수 있는 많은 일을 합니다. 단잠을 살 수는 없지만 고급 침대를 살 수 있습니다. 입맛을 살 수는 없으나 산해진미를 살 수 있습니다. 행복을 살 수는 없으나 쾌락을 살 수는 있습니다. 수명을 늘리거나 건강을 살 수는 없으나 의료시설을 자랑할 수는 있습니다. 만족을 누릴 수는 없으나 편리를 살 수는 있습니다. 부자여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사실 부자여서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습니다. 구원의 문제는 더욱 그렇습니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가지 못한다고 해서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자동으로 가는 것도 아닙니다. 부자는 못 가지만 가난한 사람도 못 가는 나라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부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가지 못한다’는 주님의 말씀은 ‘죄인은 하나님의 나라에 갈 수 없다’는 말씀의 다른 버전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죄인이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런데 죄인도 천국에 갑니다. 물론 부자도 갑니다. 어떻게 가는지는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나, 하나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10:27)
우리 사회에서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부유함과 가난은 상대적 개념입니다. 쥐꼬리만 한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가 곧 부자입니다. 하지만 억만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는 관리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부자가 아닙니다. 인생은 자기 몫을 부여받은 청지기입니다.
주님, 어리석은 부자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빕니다. 부요와 빈곤 어느 곳에 처하더라도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시고 무엇보다 주님의 은총에 포함되어 살게 하옵소서.
2024. 3. 1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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