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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O를 아십니까?
마가복음 10:32~45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예수께서 앞장 서서 가시는데, 제자들은 놀랐으며, 뒤따라가는 사람들은 두려워하였다.”(10:32)
주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장면에 대한 마가의 묘사가 이상합니다. 제자들은 왜 놀랐고, 사람들은 왜 두려워했다는 걸까요? 예루살렘은 영광이 아니라 고난과 죽임이 기다리는 도시입니다(33~34). 인류 역사 최대의 난제인 그 길을 피하지 않고 걸어가시는 주님에게서 풍겨 나오는 엄위함을 제자들과 사람들이 느낀 것은 자명합니다.
주전 5세기 춘추시대에 손무는 《손자병법》에서 장수의 요건을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 다섯 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지(智)란 지혜로운 판단과 전문지식을 말합니다. 진나라의 명장 왕전은 전쟁에서 늘 이기는 장수였고 병사와 백성으로부터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상관인 진왕 영정(진시황)은 의심이 많았습니다. 초나라와 결전을 앞두고 진왕은 왕전에게 60만 대군을 내주었지만, 반역을 우려하여 노심초사하였습니다. 이를 알아챈 왕전은 전쟁을 앞두고 왕을 찾아가 토지와 재물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므로 자신에게 스스로 소인배 이미지를 덧씌웠습니다. 왕전은 왕을 안심시킨 후 전장에 나가 연나라를 대파하고 초나라를 멸망시켰습니다.
장수를 흔히 지장(智將)과 덕장(德將)과 용장(勇將)과 맹장(猛將)으로 나눕니다. 지장은 지략과 학식으로 부하를 다스리며 전투에 임하는 장수입니다. 덕장은 품이 넓어 아랫사람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감싸 안으므로 조직을 융화합니다. 맹장은 분명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하고 일사불란합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 대책이 없고 조직의 창의성이 발휘할 수 없습니다. 용장은 적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과감하고 용기있게 대처하는 장수입니다. 무기가 변변하지 않던 옛날에는 용장과 맹장을 으뜸으로 쳤으나 요즘은 덕장과 지장을 알아줍니다. 덕장과 지장 같은 지도자와 조화를 이룰 용감하고 겁을 모르는 참모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사회는 한 사람 지도자의 성향 못지않게 제도와 조직 등을 중히 여깁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발전이 멈칫하는 이유는 진실하지 못한 이들이 슬기롭지 못한 방법으로 국가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도 모자라고 덕도 없고 오직 힘만 믿고 미신을 바탕 삼아 국정을 운영하려니 매사가 삐그덕거립니다. 물론 지도자가 슈퍼맨은 아닙니다.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반성과 성찰에는 이러야 합니다. 베트남의 지도자 호찌민(1890~1969)은 흉년이 연이어 들고 농업정책이 실패하여 국민의 원성이 높았을 때 백성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실책을 고백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지도자의 자리란 ‘비가 와도 내 탓, 비가 오지 않아도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자의 자리입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지도자는 실격입니다. 소방관의 사명을 한마디로 요약한 ‘First In, Last Out’, 들어갈 때는 제일 먼저, 나올 때는 제일 마지막에라는 철학이 공인과 지도자에게 필요합니다.
주님, 지도자란 영광의 자리를 탐하는 자가 아니라 고난을 감수하며 기꺼이 낮아지는 자입니다. 양이 목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목자가 양을 위해 존재하는 직임을 알게 하옵소서.
2024. 3. 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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