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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연대
마가복음 12:13~27
우리 근대사에서 불의한 연대가 가져온 폐해는 역사를 뒤틀리게 하였습니다. 해방 정국에서 순수성을 잃고 오직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불의와 짝하는 이들이 등장하므로 정의는 왜곡되고 역사의 지향은 갈피를 잃었습니다. 그런 일은 2천 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리새파와 헤롯당이 연대한 것입니다.
“그들은 말로 예수를 책잡으려고,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 가운데서 몇 사람을 예수께로 보냈다.”(12:13)
바리새파는 셀레우코스 왕조의 헬라화 정책에 반대하여 선민의식으로 무장하고 율법 준수를 철칙으로 삼으며 경건을 실천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자들입니다. 유대 사회에서 나름대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에 비하여 헤롯당은 헤롯 왕조를 지지하며 친로마적 세계관을 가진 자들입니다. 헤롯 가문의 큰아들 헤롯 아켈라오는 유대와 사마리아를 통치하였는데 폭정으로 민심을 잃고 로마제국에 의해 왕권을 박탈당하여 로마 총독이 다스렸습니다. 갈릴리 북동쪽의 이두래와 드라고닛은 헤롯 빌립 2세가 다스렸는데 권력 중심에서 비켜있었습니다. 문제는 갈릴리와 베레아를 다스리는 헤롯 안티파스였습니다. 그는 이복동생 빌립 1세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세례자 요한의 책망을 받은 자입니다. 그는 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전역에 헤롯당원을 동원하여 사회적 동요를 진압하였습니다. 문제가 불거지면 로마가 개입하여 왕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두 집단이 연대하여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연대와 연합이 불가능한 두 집단이 오직 ‘예수 타도’를 위해 불의한 연합을 시도하였습니다.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일제 강탈기에 해외에서 외교적으로 독립을 추구하던 이들이 해방 후 국내에 들어와 약한 지지기반을 보완하고자 친일파 세력과 손을 잡고 ‘반공’을 무기 삼아 정치적 상대를 무력화하며 자기 권력화를 꾀한 일과 유사합니다. 바리새인과 헤롯당원들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고, 세리와 창기 등 죄인들에게조차 하나님의 나라가 은총으로 임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양 성전에서 난동 부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아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조합이 불가능한 집단이면서도 끈끈히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얼토당토않은 말로 주님을 시험하였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진실한 분이시고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는 분이심을 압니다. 선생님은 사람의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12:14)
그들은 주님의 권위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듯 하나 양도논법의 음흉함과 사악함이 속내에 가득합니다. 이에 대하여 주님은 의외의 말씀을 하셨고 그들은 주님의 대답에 경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12:17)
주님, 지금도 세상은 불의한 연대를 위하여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동맹을 맺고 괴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면 괴물되는 일은 시간문제입니다. 저희를 악에서 건져 주십시오.
2024. 3. 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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