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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마가복음 13:28~37
비밀이란 은밀하고 제한적이고 신비합니다. 비밀을 공유한 사람만 갖는 연대감도 있습니다. 비밀은 억제하려고 할수록 속에서 요동치지만 말하고 나면 허전해집니다. 혼자만 갖고 있으면 답답하지만 함께 비밀을 공유하면 강력하게 연합합니다. 비밀을 간직한 자의 가슴은 늘 설레입니다. 강한 용기를 요구하며 남을 보호하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재림이 그렇습니다. 만일 주님의 다시 오심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다면 신앙의 진정성이 왜곡될 여지가 있습니다. 주님의 오심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종말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몇 가지 제자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분별력입니다. 다양한 징조들이 나타날 때 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위장하고, 사탄의 일꾼들도 의의 일꾼으로 위장합니다(고후 11:13~15). 그러므로 다양한 징조가 나타날 때 정곡을 밝히 헤아려 보는 지성과 어떤 술수에도 미혹 당하지 않는 바르고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영민한 신앙이 필요합니다. 비밀을 간직한 자에게는 본질을 꿰뚫는 안목과 종말의 지향성에 대한 영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종말론과 제자도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조심하고, 깨어있어라. 그때가 언제인지를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13:33)
주님은 다시 한번 수미쌍관 기법으로 제자들에게 ‘조심하고 깨어있어라’(37)고 당부하십니다. 종말의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제자도는 ‘조심하고 깨어있는 태도’입니다. 주님이 돌아가신 후 300년도 못되어 교회는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극심한 고난과 핍박을 받았으나 그때 성도들은 주님의 말씀 ‘깨어있어라’를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깨어있기 위하여 카타콤에 들어갔고, 깨어있기 위하여 광야로 들어갔고, 깨어있기 위해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였고, 깨어있기 위하여 독신을 고집했고, 깨어있기 위하여 금욕했습니다. 그 시대와 달리 오늘의 기독교는 세계 최대의 종교가 되었습니다. 지금 교회는 재산도 많고 상당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합니다. 세상을 쥐락펴락 할 능력이 교회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시대 교회가 과연 ‘깨어있는가’에 대하여 자신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열두 명 제자에게 ‘깨어있어라’고 당부하셨던 주님은 오늘 세계에 가득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하여서도 같은 제자도를 반복하여 당부하실 것입니다. 아니 도리어 더 엄중하고 결단성 있는 과감한 제자의 길을 촉구하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종말에 대한 가르침을 길게 하신 이유는 종말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반드시 도래할 그날, 그러나 아무나 알 수 없는 그날을 믿고 소망으로 기다리며 사는 주님의 제자들을 격려하기 위함입니다. 자신에게 품부된 삶을 살아내는 이들을 축복하기 위함입니다.
“늘 깨어있어라.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또한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13“37)
주님, 종말의 가르침은 시간의 한계성에 갇히기보다 시간의 보편성에 터한 듯합니다. 말세의 어느 날만 깨어있을 것이 아니라 언제든 깨어있는 삶이 종말을 사는 성도의 자세라고 가르치는 듯합니다.
2024. 3. 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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