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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피서지에서 생긴 일

무엇이든 들꽃편지............... 조회 수 779 추천 수 0 2002.01.05 22: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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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편지 제5호 1999.10.3

올 여름에는 양평군 단월면으로 휴가를 갔었다. 평소 잘 아는 몇 가족과 함께(남편들을 제외하고) 성장상담연구소를 빌려 밥을 지어먹으며 물놀이도 하고 2박3일을 보냈다. 두메산골이라 한적하고, 특히 집 앞에 흐르는 개울물은 너무나 깨끗했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한적하게 담소하기도 하며 편안하고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그 휴가의 마지막 날 아침, 저만큼 보이는 옥수수 밭에서 농부 부부가 일찍부터 일을 하고 있었다. 옥수수를 좀 사가지고 갈까 해서 밭으로 가서 물었더니 끝물이라서 팔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밭을 정리하는 듯 했다.
돌아와 아침을 먹는데 누군가 푸대자루를 매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옥수수 밭의 농부 아저씨였다.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골라 가져 왔다며 자루를 놓고는 황급히 돌아가는 것이었다. 반자루 남짓하게 알맞게 익은 옥수수가 담겨 있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서울의 시장 시세로 계산해 값을 치루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고 결코 손해보지 않을 값으로 정했다.
  그런데 돈을 주려고 밭으로 갔던 이가 잠시후 그냥 돌아왔다. 절대로 안 받겠다고 해서 실랑이 끝에 할 수 없이 그냥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힘들게 농사지은 것을 그냥 먹을 수 있겠느냐며 받으시라고 해도 한사코 막무가내로 거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런 게 시골 인심이지유, 뭘......" 돈을 주려고 갔던 이는 순박하디 순박해 뵈는 농부의 얼굴을 보고는 돈을 내미는 게 도리어 실례인 듯 여겨졌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낯설기까지 했다. 예기치 않은 뜻밖의 반응을 대한 듯이...본 적도 없는 뜨내기 휴가객에게 값없이 베푸는 고마운 마음이라니. 혹시나 옥수수에 비해 더 많은 값을 요구하면 냉정히 깎아야지. 하는 속계산 마저 하고 있던 우리는 참으로 무색하고 부끄러웠다.
'시골 인심!'
그 말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푸근히 젖어왔다. 마치 잃어버린 소중한 고향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갓 따온 싱싱한 옥수수를 삶아놓으니 두 솥에 가득 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짜 옥수수 맛이었다. 그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시골인심 맛이었다.
그 농부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가슴 깊이에서 쌩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의 음성을 듣는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샘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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