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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천사보다도 더 천사같으신 목사님

무엇이든 김청수............... 조회 수 873 추천 수 0 2002.01.07 04:41:26
.........
들꽃편지 제20호 2000.1.15
출처 피씨통신 하이텔 컴퓨터선교회 자료실에서

천사보다도 더 천사같으신 목사님

이 글은 제가 목사가 되어 30년 동안 수 많은 목사님들을 사귀어 왔는데 그 중에 아주 독특한 몇분에 대한 이야기를 쓸려고 한다. 목사님들 가운데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도 계시고 전혀 그렇지 않으신 분도 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은 우리 목사들이 어떤 목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 이곳에 기록된 목사님들은 모두 실제 인물들이지만 익명을 쓰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생각할 때 이곳에 기록된 좋은 목사편에 설 수 없다는 자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어 회개하는 심정도 아울러 가진다.

윤목사님은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그 분은 88년도에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윤목사님을 사모하고 존경하며 무척 뵙고 싶다.
윤 목사님 황해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셨고 그곳 교회의 집사와 장로가 되신 분이시다. 그러나 6.25가 터지자 남매를 대리고 피난을 오신 후에 하시던 사업을 그만 두시고 총신대학을 입학하여 아주 늦게 56세가 되는 나이에 목사가 되셨다.
윤목사님은 용산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어떤 교회를 시무하셨는데 미군 부대의 도움을 받아 좀 큰 예배당을 건축하시고 목회를 아주 잘하셔서 장년 400여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60년대는 서울에서 상당히 큰 교회에 속한다) 탄탄한 교회로 성장시키셨다.
그 분의 목회 심방을 많이 하시는데 스타일인데 심방하시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를 않았다. 새벽이고 저녁이고 성도들의 생각이 나면 마구잡이로 심방을 하시는 것이다. 전도사가 있으니 전도사와 심방하시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로 혼자 심방하시는 일이 많았다. 그래도 그 분의 이런 심방 형태가 험이 되지 아니하시는 것은 나이가 많으시고 너무 진실하시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심방를 하시다 보니 성도들의 가정사를 환히 아실 뿐 아니라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아셨다.
성도들은 그 분을 친정 아버지처럼 생각하였다. 심방을 하실 때도 격식을 가추어 예배 순서에 따라 기도하고 말씀 전하고 하시는 것이 아니다. 방에 앉자 말자 '기도하자' 하시고 기도하시고 성경 한절 간단히 보시고, 내 온 음식을 드시면 그것으로 심방이 마쳐지는 것이였는데, 심방 시간은 길면 30분 짦으면 10분이였다. 이런 식의 심방을 하시기 때문에 대 심방 때도 하루에 20가정은 보통이요 많으면 30가정까지 밤 11시가 넘도록 심방할 때도 있었다. 나이가 60줄에 드신 분이 이런 식으로 일하시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집에도 가끔 오셨다. 그 때는 한 겨울이였는데 목사님이 교회를 사임하시고 몇 해가 지난 그러니까 목사님 연세가 85세쯤 되었을 때인 것 같다. 우리는 교회 일로 집에 있지 않았다. 일을 다 마치고 집에 오니 곧 이어 목사님이 들어 오셨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지 싱글 벙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들어오시는 목사님을 보고 아내가
[아니 다 저녁에 웬 일이세요]
[다 저녁은 무슨 저녁--아까 왔다 마.]
[그래요. 어디 계셨어요.]
[옆 집에 있었지]
[옆 집에요. 잘 모르는 집인데요]
[너희들 모르면 어때. 너희들이 없어서 옆 집에 가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들어 오라고 하드구먼. 그래 들어 갔지. 가서 맛 있는 차도 대접 받고-- 잘 놀다가 너희 집 소리가 나길레 나왔지 뭐.]
나와 아내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마주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목사님의 차림새는 까만 고무신에 하얀 목 장갑을 끼고 계셨으며 한 복에 두루마기를 걸치시고 계셨다.
우리는 시장하실 목사님을 생각하고 그렇게 즐겨 드시는 싸구려 중국 음식(주로 짬봉을 많이 드셨다.)을 곱배기로 시키고, 고급 음식(?)인 탕수육을 곁들어 대접을 해 드렸다. 목사님은 그것들을 아주 맛있게 다 드셨다. 우리 가정을 축복하시는 거창한 기도 대신 벼락에 콩 구어 먹는 것 같은 짦막한 기도를 하신 후에-
식사를 다 마치신 목사님은 오늘 새벽에 은혜 받은 설교의 말씀을 하시기 시작을 하셨다. 늘 그랫다. 목사님은 남달리 기억력이 뛰여 나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의 다 외우고 계셨을 뿐 아니라 한달 전이나 두 달 전에 하셨던 설교를 모주리 다 외우고 계셨다. 우리는 목사님의 그 뛰여 난 기억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앞에 두고 시간만 있으면 목사님은 강단에서 설교하시면서 당신이 은혜 받았던 설교를 설교하시는 것이다. 그것도 마구잡이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가장 은혜롭게 생각되시는 말씀을 전하시는 것인데, 성경을 읽으시는 것도 없고 본문 내용을 찾으시는 것도 없이 줄줄히 말씀이 그 심령 속에서 쏱아져 나왔다. 정말 재미있어 하시면서 말씀을 가르쳐 주시는 목사님의 얼굴은 그 얼굴 자체가 말씀이셨다. 우리는 듣는 하나님의 말씀도 귀하지만 말씀을 하시는 행복한 목사님의 얼굴에 심취하여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지경이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지친 사람은 목사님이 아니라 우리 쪽이다.
[목사님, 좀 쉬시고 그리고 주무시면서 말씀하세요.]
[지금 몇시가?]
[10시가 넘었잖아요.]
[그래, 너무 늦었구마. 가야지.]
[자구 가세요.]
[자기는 --집에 갈란다.]
훌쩍 일어 서시는 목사님에게 우리는 용 돈 얼마를 쥐어 드렸다. 봉투에 담지도 않은 그 얼마 안되는 푼 돈을 고맙게 받아 넣으신 목사님은 그 예의 까만 고무신을 신으시고 테워 드린다는 택시를 거절한체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에 오르셨다. 그리고 이렇게 인사를 하셨다. 윤목사님은 꼭 이런 인사를 하셨다.
[빠이 빠이, 안녕, 안녕] 85살이나 되신 우리 목사님의 음성은 어린 아이와 같았는데 그 어린 아이 음성의 인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한없이 부드럽게 하고 정겹게 만들어 주었다.
목사님은 누구들처럼 강단에 옆드려 오랫 동안 기도를 하시지 않았다. 원고도 없이 새벽 설교를 하신 후에는 성도들이 기도하던 말던 5분도 안되여 강단을 떠나셨다. 그리고 목욕탕으로 직행하시는 것이다. 목욕탕에 가시면 열탕 냉탕을 번갈라 들락 날락하시면서 물노리를 하셨다. 이것이 목사님의 건강 비결이였다. 목사님은 88세에 세상을 떠나시기 전 3개월 동안 몸이 아파 딸 집에서 계셨을 뿐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하시거나 약을 복용하신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았다. 10년도 넘게 20년도 넘게 한 곳만 줄창 다니시는 목사님이 고마워 목욕탕에서는 목사님에게 무료로 목욕을 하시도록 했고 그렇게 그곳에서 사귄 '벌거숭이 친구'들이 많았다. 그 벌거숭이 친구들 가운데 당시 용산 경찰 서장이 있었는데 목사님도 경찰 서장도 피차간에 전혀 신분을 알지 못하고 목욕탕에서만 사귀셨다.
그 분은 두가지 즐기시는 취미가 있었다. 그 하나는 당구를 치시는 일이요, 또 하나는 교회 앞에 있는 삼류 극장에 가 영화 두편를 보시는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당구장에 가셔서 당구를 치시다가 어떤 성도의 눈에 띄였다. 그것이 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목사님이 당구를 치시는 것을 본 그 성도는 마치 큰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목사님의 이상한 짓'을 온 교회에 떠들고 다녔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목사님은 다시는 당구장에 가시지 않으셨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를 파하고 교회에 들린 여중학생을 꼬셔서(?) 교회 앞에 있는 예의 그 삼류 극장을 대리고 가셨다. 그리고 아이에게 저녁까지 사 먹이고 집에 돌려 보냈는데 이것이 말썽이 났다. 그 학생의 부모가 이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목사님은 다시는 극장 출입을 하시지 않으셨다.
목사님은 늘 외로우시고 쓸쓸하셨다. 이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생각에 젖어 살셨으며 다른 별다른 취미나 심심소일거리가 없으셨기 때문에 당구를 치시고 극장에 가 시간 보내기를 하셨던 것인데 성도들은 이런 목사님의 쓸쓸함이나 외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목사님께서 정말 진한 눈물을 흘리신 것을 한 번 보았다. 피난 오실 때 대리고 내려 오신 남매가 결혼을 해서 따님은 경상도 어디에서 사시고 아드님은 함께 사셨는데 그 아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되었을 때 목사님은 어린 손주들을 붙들고 정말 많이 많이 우셨다.  
한 번은 주변의 친구 분들이 목사님에게 어떤 여전도사를 중매한 일이 있었다. 목사님은 친구 분들의 강권에 못이겨 선을 보는 자리에 가셔서 선을 보신 것이 아니라, 여자 친구 한 사람을 얻었노라고 말씀하셨고 정말 그 전도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를 만드셨다. 감히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아름답고 고상한 목사의 처신을 하신 것이다.  
목사님의 아침 식사는 빵이였고 제일 좋아하시는 음식은 설탕이였다. 목사님은 설탕에 밥을 말아 잡수시기도 하시고 김치를 물에 빨아 설탕에 비벼 잡수시기도 하셨다. 그래도 당뇨나 다른 질병에 걸림이 없이 늘 건강하셨는데 그 건강의 비결이 낙천적인 성격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고 부지런히 심방하신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목사님은 노회장을 하시지 않았다. 물른 총회 임원을 하신 일도 없었다. 교회의 실력으로 보나 다른 어떤 조건으로 보아 그런 일을 하실만 하셨으나 하시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목사님이 그런 일을 사양하시기도 하셨지만 우리 총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노회에서 목사님을 대접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런 노회의 태도에 대해 별반 신경을 쓰시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회 일에 무관심하신 것도 아니다. 교회 일이나 노회 일에 충성을 다 하셨다.
목사님께서 은혜를 받으신 때는 공산당들에게 쫓겨 피난 오실 때라고 한다. 산으로 쫓기신 목사님은 어린 아이들을 대리고 굴 속에 몸을 피신하셨는데 그 밤에 주님께서 목사님을 품에 품어 주시는 환상을 체험하셨다고 한다. 그런 후에 목사님은 기도를 남처럼 길게 하시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그런 목사님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목사님은 시간을 정해 놓고 기도하시고 기도를 마치시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나 깨나 기도를 하시는 분이셨던 것이다.
목사님은 시무하시던 교회에서 19년 8개월 동안 하나님의 일을 하셨다. 그리고 원로 목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버리셨다. 젊고 유능하신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 드린 것이다.
목사님은 평생 교회 교육관 옆에 붙어 있는 이층 사택에서 사셨는데 그 사택은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불을 지필 수 없는 4평 정도되는 방 하나와 1평도 안되는 방 하나에서 사셨다. 물른 사림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교회를 사임하시고 목사님은 교회 가까운 곳에 교회가 마련해 준 연탄을 때야하는 15평 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하셔서 남은 여생을 사셨다.
목사님은 교회를 사임하신 후에도 하시는 일이 많았다. 문제가 발생한 교회를 임시로 맡으셔서 문제가 다 해결될 때까지 목회를 담당하시고 후임 목사를 세워 놓으신 후 그 교회를 떠나시는 일을 비릇하여 주일 낮 설교하시기, 목사님은 찬송을 정말 잘 하셨는데 교회 경사에 찬송 부르려 다니시기, 생각나는 모든 사람들을 심방하시기 등등 하루도 쉬지 아니하시고 일을 하셨다. 교회나 사람들은 목사님에게 조그마한 용돈을 주어 대접했다. 그것은 택시비였는데 목사님은 절대 택시를 타고 다니시지 않으셨다.
88세 되시던 해 목사님은 병이 나셨다. 교회에서 성도들이 정성을 다 해 보살핀다고 해도 자식만 못하셨던지 목사님은 딸내 집에 병든 몸을 뉘셨다. 그리고 88년 88세 되시던 8월 8일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목사님은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유언장을 만드셨다. 그 유언장이 공개되었을 때 나도 그렇지만 많은 친구분들과 성도들이 바로 그 분이 주님의 형상을 가진 하나님의 종인 것을 알았다. 버스를 타시고, 빵을 잡수시고, 짬봉을 잡수시며 모은 모든 재산과 마지막 거처하시던 아주 조그마한 아파트 한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시고 홀홀히 세상을 떠나셨다.
한 번도 해외 여행을 하신 일도 없고, 좋은 옷에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으신 일도 없으시고, 화려한 레스토랑에 출입하신 일도 없으시고--그 분은 세상에서 해 보시지 아니하신 좋은 일들이 너무 많으신 분이였으나 늘 주님의 품에 안겨 사셨다.
어느 날 목사님은 내 이름을 부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제 밤에도 예수님이 나를 품에 품어 주셨다]
그냥 보통 지나가는 말로 하시던 그 사랑의 체험, 그것이 바로 목사님을 하나님의 깨끗한 종이 되게 하셨는가 보다. 정말 부렵고 뵙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 목사님 보고 싶어요. 정말 그 말씀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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