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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신명기 28:15~35
“그러나 당신들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또 내가 오늘 당신들에게 명한 모든 명령과 규례를 지키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온갖 저주가 당신들에게 닥쳐올 것입니다.”(28:15)
‘지키면 살고 어기면 죽은다’는 말씀의 원리는 태초에 주어졌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은 인류를 창조하시고 에덴동산의 모든 열매는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게 허락하시면서도 단 하나의 금기를 주셨습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아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창 2:17)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사람의 숙명적 한계를 귀띔하는 대목입니다.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으나 모든 것을 해서는 안되는 한계적 존재임과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이는 인류의 윤리와 도덕이 되고 공동체 질서의 원칙이 되었습니다.
율법의 기능은 지키는 자를 살게 하고 어기는 자를 죽게 합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의로운 사람이 존경을 받게 합니다. 악을 행한 이에게는 벌이 임하고 게으른 사람은 가난합니다. 이러한 보편적 원리에 터하여 사람은 동물과 다른 삶, 즉 생명과 지식의 조화체로 살 수 있었습니다. 정직과 성실과 근면은 삶의 밑절미가 되어 정글의 법칙이 아닌 양심과 윤리에 따라 인류 공동체는 질서를 유지하고 역사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사악한 방향으로 치달았습니다. 악한 자가 등장하여 착한 이들을 능멸하는가 하면 불의한 자들이 의로운 이들을 구박하기 시작하였고 게으른 이들이 부지런한 이들의 몫을 빼앗기도 하였습니다. 힘을 숭배하는 세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힘이 숭배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서 평화는 자취를 감추고 정의는 몸을 사렸습니다. 오직 폭력과 전쟁과 증오가 세상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성읍에서도 저주를 받고, 들에서도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들의 곡식 광주리도 반죽 그릇도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들의 몸에서 태어난 자녀와 당신들 땅의 곡식과 소 새끼와 양 새끼도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들어와도 저주를 받고, 나가도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28:16~19)
하나님께서 원칙으로 주신 삶의 원리들을 무시할 때 저주가 임합니다. 농경사회에서 땅이 소산물을 내지 못하면 사람들은 떠돌이가 됩니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살아남아도 포로가 될 것입니다. 기후 위기가 닥쳐와 전에 없던 난리와 질병이 만연해집니다. 문제는 눈 뜨고 당한다는 점입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소와 나귀를 강탈당합니다. 그래도 속수무책입니다. 자구책도 없고 호소할 데도 없습니다. 알면서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습니다. 백주에 약탈이 횡행해도 막지 못합니다. 무섭고 섬뜩합니다. 지금 우리는 저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주님, ‘지키면 살고 어기면 죽는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세상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습니다. 축복보다 저주가 일상화된 엄혹한 세상을 살아낼 선한 지혜와 온전한 믿음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24. 4. 1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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