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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두려움
신명기 28:58~68
“주님께서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에게 큰 재앙을 내리실 것입니다. 그 재난이 크고 그치지 않을 것이며, 그 질병이 심하고 오래 계속될 것입니다.”(28:59)
망징패조가 든 나라에 사는 백성은 불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지만 있더라도 하는 일마다 올무가 되고 불행을 불러옵니다. 근래 브라질의 정치를 보면 이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한 룰라(1945~ )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구두닦이와 세탁소 점원 등 노동 현장에 나섰습니다. 열네 살부터는 금속공장 노동자가 되어 1975년에 철강노조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그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려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2002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서 기적적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브라질 시민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룰라는 실용주의, 중도 좌파의 기치를 들고 분배와 성장 정책을 구사하였습니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한편 시장주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런 정치력이 인정받아 2006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경제성장률 5% 이상을 기록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다 갚고 브라질을 순채권국이 되게 하였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마존 벌채를 84%나 감소시켰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생태-원주민 보호구역을 확장하였습니다. 그는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의 87%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퇴임한 그를 불의한 판검사들이 가만두지를 않았습니다. 과거 군사독재에 부역했던 검사와 판사 등 선출되지 않은 기득권력이 법의 이름으로 선출된 권력을 능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룰라는 2014년부터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비리 수사의 표적이 되어 12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18년 브라질 대통령 후보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룰라는 뇌물 수수 혐의로 투옥되었습니다. 물론 증거는 없었습니다. 검찰은 자의적 판단에 의하여 무리하게 기소하였고 언론은 검찰의 말을 선택적으로 받아썼고 법원은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법의 이름으로 행하여진 폭력입니다. 그리고 극우 지도자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브라질을 퇴행시켰습니다. 다행히 2021년 대법원은 룰라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듬해에 룰라는 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와 당선되었습니다. 그동안 민주주의 질서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고 시민의 삶은 팍팍해졌습니다.
브라질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그 동안 이 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수없이 벌어졌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법은 언제나 힘을 가진 자의 욕망을 위해 복무했습니다. 그런데 본래 법은 약한 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억울하고 약한 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도 불의하고 악한 인간에 대하여 징계와 심판을 내릴만하지만, 사랑의 법에 근거하여 참으며 멸망을 유보하십니다. 주님이 심판을 작정하시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율법책에 기록도 되지 않은 온갖 질병과 재앙을, 당신들이 망할 때까지 당신들에게 내리실 것입니다.”(28:61)
주님, 이 나라가 기득권력을 지키는 법과 저널리즘을 배반한 언론에 의하여 좌초될까 두렵습니다. 그 두려움에서 저희를 건져주십시오. 주님의 말씀을 성심껏 지키며 주님의 이름을 경외하겠습니다.
2024. 4.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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