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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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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신명기 30:1~20
“보아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는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계 3:20)
이 성구를 주제로 영국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1827~1910)가 <세상의 빛>(1851~1852)이라는 제목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에서 그리스도는 한 손에 등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주님은 안에서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십니다. 헌트의 그림에는 문에 손잡이가 없습니다. 안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문입니다. 하나님은 힘의 원천이지만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특히 주님은 힘을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교회 역사에서는 힘에 의한 선교를 할 때가 많았습니다.
1866년 9월 평양에서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배의 길 안내자로 토마스 선교사(1840~1866)가 탑승하였습니다. 그는 영국 런던선교회 소속으로 1863년 12월에 상하이에 왔습니다. 아내의 죽음과 선교사 사이의 갈등으로 런던선교회를 이탈하여 지푸(현 연태)에서 독립선교사로 활동하였습니다. 지푸에는 스코틀랜드 성서공회 윌리암슨이 있었는데 그의 도움을 받아 1865년 가을에 옹진군 창린도에 몇 달 동안 머물며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무장한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에 탑승하였습니다. 윌리엄슨은 토마스에게 한문 성경을 주었습니다.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에 이른 제너럴셔먼호는 평양 관군과 마주하였습니다. 당시 조선은 이양선에게 물과 식량은 제공하였으나 병인박해로 통상과 내륙 항해는 금하였습니다. 제너럴셔면호는 통상을 요구하였고 평양감사는 불허하였고 토마스는 한문 성경을 강변마을에 배포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배가 양각도까지 이르렀을 때 양민을 약탈하고 주민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평양 관군과 성난 백성은 마른 풀에 불을 붙여 제너럴셔먼호를 불태우고 선원들을 죽였습니다. 토마스도 타살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알려졌습니다(1866. 11. 7).
초기 미국 선교사들은 무력과 무역을 통한 선교를 배척하였고 토마스를 순교자로 평가하지 않았으며 무모한 여행으로 불필요한 죽음을 불러왔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후에 토마스의 죽음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입장도 없지 않았습니다. 스물여섯 꽃다운 나이에 조선 백성의 구령을 위하다 죽음에 이른 것은 안타깝지만 남의 집에 주인 허락 없이 마구 난입하는 일은 상식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점령군이 아니십니다.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열고 들어와 왕 노릇 하는 폭군이 아니십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십시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사랑하십시오. 그의 말씀을 들으며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면 당신들이 살 것입니다.”(30:19b~20:a)
‘생명을 택하는’ 일은 사랑을 택하는 일입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고전 13:5). 그래야 삽니다.
주님, 주님은 능력의 원천이면서도 자신을 위해 힘을 남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 교회가 비난받는 일 가운데 하나가 주님을 믿기보다 힘을 믿는다는 점입니다.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2024. 4. 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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