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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깨트리면…
신명기 31:1~13
무슨 욕망이든
충족되지 않은 상태는 즐길 만하다.
그 상태는
충족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불만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이상하게 술렁거리고
항상 시작하고 있는 것 같고
시간이 무슨 싹과도 같이 느껴지는
그런 상태의 소용돌이 속에 있게 한다.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이여.
시인 정현종의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세상은 욕망과 또 다른 욕망의 충돌로 늘 시끄럽고 복잡합니다. 게다가 욕망의 속성은 만족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욕망을 채우므로 충족되지 않고 욕망을 비우므로 채워지는 역설입니다. 하지만 이런 역설의 진리를 아무나 깨닫지는 못합니다.
“이제 내 나이 백스무 살입니다. 이제 더 이상 당신들 앞에 서서 당신들을 지도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요단강을 건너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31:2)
사람은 자기 본분을 알 때 비로소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모세는 120살이 되어서야 자기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오직 하나의 목적, 곧 가나안 땅을 향하였던 삶이 지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자기 객관화를 통하여 가나안에 정착할 후손들의 미래를 위하여 꼭 필요한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나는 차세대 백성과 지도자에 대한 격려입니다. ‘마음을 강하고 하고 용기를 내라’(6~7)는 보편의 메시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민 공동체의 확장성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입니다. 이를 통하여 모세는 자기 부재의 시대에도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당신들은 이 백성의 남녀와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성안에서 당신들과 같이 사는 외국 사람도 불러모아서, 그들이 율법을 듣고 배워서,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경외하며,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키도록 하십시오.”(31:12)
출애굽 공동체를 의미하는 ‘히브리인’이란 혈연으로 이루어진 민족개념만으로 묶어서는 안 됩니다. 히브리인이란 이집트 주류 사회로부터 억압당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망라하는 사회적 지칭입니다. 이스라엘 미래 세대가 펼쳐갈 삶은 열린 공동체입니다. 혼자만 잘사는 일은 이집트의 가치관입니다. 그 탐욕을 깨트리는 일이 출애굽 사건입니다. 욕망을 깨트리거나 삶의 한계를 인정하면 더 큰 세계가 열립니다. 가나안 진입을 허락받지 못한 모세가 전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 욕망이 눈을 멀게 합니다. 욕망을 비우면 눈이 밝아집니다. 욕심이 깨져야 생명이 출현합니다. 지도력을 내려 놓는 모세에게서 진정한 지도자다움을 봅니다. 그 원리를 이 땅의 지도자들도 배우게 하옵소서.
2024. 4. 2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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