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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목사들을 보면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그들의 경제적 형편이 너무 어렵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시대에 목회자의 년 소득은 2천만 원도 안 되는 이들이 태반이다. 이런 후배 목회자들에게 내가 위로한다고 하는 말이 “너무 애쓰지 말고 잘 놀아라”고 한다. 그러면 어떤 후배는 황당해 하고 어떤 후배는 피식 웃는다. 저들은 결코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짠~ 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성도들을 안쓰러워하고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 자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밑바닥 민중인데 그것을 모르고 민중을 걱정하는 한심한 인사들이다.
한국교회가 타락했다고? 한국교회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목사들이 너무 잘 산다고? 목사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그런 얘기는 딴 데 가서 해라.
밑바닥 민중이면서도 민중임을 숨겨왔던 목사들이 성직자라는 자긍심을 뒤로 하고 비로소 민중으로 사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사실 가난한 목사들이 공사판 막노동, 대리운전, 학원차량운전, 과외선생 등을 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했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생활고라는 현실이 통념을 깨뜨렸다.
성직자들의 생활고가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다 있었던 일이다. 소위 잘나가는 성직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성직자들은 언제나 호구지책을 염려했었다. 앞으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이 자신들이 가난한 민중임을 인정하고 살기위한 경제적 활동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배 목회자들의 형편과 처지를 너무 잘 아는 나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내 사랑하는 딸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가난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목사는 가난한 것이 당연하다. 목사가 부자면 그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것이다.”
아이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아요~”하고 말끝을 흐린다. 이 말을 들은 아내의 맘은 어떠했을까? 경제적 고통은 아내가 직접 겪는다. 목사는 저 좋아서 시작한 목회의 길이니 기꺼이 감수해야 되겠지만 목회자의 아내는 그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당한다. 어쩌다 어린 아이가 딸린 젊은 목회자의 아내를 보면 정말 마음이 짠~ 하다. 계절은 봄인데 몸과 마음은 한겨울인 이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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