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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아담과 게놈]
1. 새물결플러를 시작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역사적 예수와 복음서의 기록에 대한 신뢰성 변호.
둘째. 현대 과학의 성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셋째, 공공신학 논의의 확대.
이 중 세 번째는 국내 공공신학의 폭이 좁아서 생각한 만큼 열매를 못 거두었지만, 첫째와 둘째 분야는 소정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2. 현대 과학의 발견과 성과를 기독교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서는 나름 적지 않은 책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만약 한국 기독교가 계속 존속한다면, 분명 과학의 세례를 받은 후대 세대가 오늘 우리의 이런 노력과 수고를 인정하고 고마워할 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3. 제가 과학 신학 분야의 책을 꾸준히 내는 이유는, 저 자신의 지적 여정 혹은 공부의 여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아들로서) 저 역시 한때는 창조과학의 세례를 크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 공부를 하면서부터 저는 젊은지구창조론이 얼마나 허황된 이론인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진화론적 창조자 혹은 유신 진화론자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중거가 이끄는 대로, 지적으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따르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저의 신학적 입장을 교정하고 수정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고, 상당한 내적 진통을 겪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기존의 성경관 및 구원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현대 과학의 성과에 대해 흔쾌히 수용 및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4. 요즘 한 신학대학교에서 젊은지구창조론자들이 유신진화론을 표방하는 한 조직신학자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런 문제를 볼 때마다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무식해서 저러는 거다.'
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신앙과 신학의 이름으로 마녀사냥도 하고, 종교 재판도 열고, 심지어 선교의 이름으로 사람도 죽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착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지식을 갖고서 얼마든지 악을 행사할 수 있는 게 신앙의 도그마적 성격입니다.
5. 이번에 <아담과 게놈>이란 책을 새로 냈습니다.
저명한 신학자와 유전학자가 공저한 책입니다.
유전학과 생물학에서 볼 때 현생 인류는 최소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1만 명이 동시에 출현했다는 것이 과학계, 인류학과 고고학계, 심지어 언어학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더군다나 현생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에도 46억 년의 지구 역사 내내 생물체의 죽음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아담은 1만 년 전쯤 신석기 시대의 인물로 그려집니다. 더욱이 바울은 로마서 5장에서 아담 때문에 인류에게 비로소 죽음이 닥친 것처럼, 말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결)해야 할까요?
학교에서 이미 과학의 세례를 단단히 받은 우리 아이들에게 교회는 성경과 과학 사이의 갈등과 긴장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 것일까요?
서구 신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로 깊은 고민을 했고, 그 결과물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목사님들과 신도들도 비록 기존의 자기 입장을 바꾸지 않더라도, 그러나 최소한 현재 어떤 학문적 논의와 성과가 있는지는 정직하게 알고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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