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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영원한 청년
신명기 33:18~34:12
중국 공안 두 사람이 깊은 숲속 길목에서 잠복근무 중이었습니다. 두어 날이 지났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흘째 되던 한밤중에 마침내 멀리서 한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남자는 아주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가왔고 공안들은 바짝 긴장하였습니다. 이윽고 코 앞까지 왔을 때 공안들은 그 남자를 독수리가 병아리를 채듯 덮쳤습니다. 남자는 맥없이 ‘아이구’하며 널브러졌고 곧 두 손이 뒤로 묶였습니다. 공안들은 곧 남자의 몸을 수색하고 남자에게 ‘어름은 어디있소?’ 다그쳐 물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실망한 듯 플래시로 남자 얼굴에 비치다가 ‘아이구, 아바이구만’하며 놀라며 거칠게 대한 것에 미안해하였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기>를 걷고 있을 때 북한산 백도라지(양귀비) 마약이 중국으로 몰래 들어오고 있어 공안이 길목에서 잠복하고 있던 참에 배고픔에 지친 60대 노인이 강을 건너오다가 붙들린 것입니다. 공안들은 노인이 단순 탈북자임을 확인하고 선선히 놓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인이 공안을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나를 이렇게 놀래키고 그냥 가라는 게 말이 되우. 여러 날 굶었고 갈 데도 없으니 조반이라도 먹여줘야잖소’ 하며 대거리를 하자 공안들은 어이없어하며 노인을 태워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그날 아침 걸려 온 공안의 전화를 받고 만난 노인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나중에는 탈북자 문제가 중국의 사회문제로 불거졌으나 처음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던 때였습니다.
나잇값을 하는 것과 나이대접을 받는 것은 다릅니다. 전에는 앞서 예를 든 경우처럼 나이가 들면 어른 대접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나이 든 사람도 많습니다. 나이에는 물리적인 나이가 있고 정신적인 나이가 있고 신앙의 나이가 있습니다. 일찍 철이 든 사람이 있고, 나잇값을 못하는 어른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에 임박한 초고령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노인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애 늙은이들이 많고 철없는 늙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나이가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모세가 죽을 때에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그의 눈은 빛을 잃지 않았고, 기력은 정정하였다.”(34:7)
120살 노인의 눈이 흐리지 않았다는 점이 귀감이 됩니다. 시퍼런 눈을 가진 모세를 늙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세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죽기에 아직 이른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건재한 그의 죽음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진입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죽어야 할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역사의 진행은 멈춥니다. 여전히 노욕을 일삼으며 죽지 않으려고 바둥대는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늙지는 말아야겠습니다. 늙어도 늙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 모세처럼 살고 싶습니다. 늙어도 눈이 흐리지 않는 총기를 주시고, 육체적으로는 쇠하더라도 정신의 기력은 피폐하지 않기를 빕니다. 사명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고 싶습니다.
2024. 4. 26(금)
그림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모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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