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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생의 저녁 풍경
-김치찌개와 엄마-
김치찌개를 끓였다. 돼지 목살과 삼겹살에 햄을 숟가락으로 떠서 넣었다. 콩나물국밥집에서 간을 맟춰 먹으라고 싸준 오징어 젓갈도 넣었다. 물론 김치는 필수, 쉰 듯한 파김치는 곁다리, 하지만 메인은 눈물로 추억을 덧댄 돼지비계임을 밝힌다.
심부름 하나는 똑소리 나는 막내에게 엄마는 말하셨다.
“돼지고기 반근을 달라하고 개 먹인다고 비계좀 주라 하거라…”
하지만 저녁상 김피찌개엔 반근보다 풍성한 비계가 김치 사이에 멋적은 듯 바라보고 있었다.
김치찌개를 먹다 눈물이 나서 한동안 꺽꺽거렸다. 나의 김치찌개에도 개를 먹일 비계가 담겨 있다.
심부름을 시킬 어머니는 계시지 않지만, 어머니의 김치찌개 맛은 57~8년이 흘렀어도 고스란히 내 앞에서 추억으로 퍼덕인다.
해가 모악산 너머로 가라앉은 시간에, 엄마는 김치찌개를 끓여 주시고 이팝나무 쌀꽃 사이에서 웃고 계시다가 내게 물으셨다.
“막내야~ 개 준다고 비계 얻어 왔더냐?”
“네! 엄마. 그것도 넣고 김치찌개 끓였어요.
마. 그걸로 김치찌개 끓였어요.“
”잘했다. 먹는 게 별거더냐. 애껴서 남 주거라!“
”네. 엄마!“
비계 하나를 집어 김치로 감싸 입에 넣었다.
맵지도 않은데, 코만 훌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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