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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잡이와 X맨
사도행전 1:12~26
어머니는 가목사(佳木斯)에서 해방을 맞았습니다. 본래는 동경성(東京城)에 살며 발해소학교를 다녔는데 방학을 맞아 이모 집에 놀러 갔다가 해방을 맞은 것입니다. 가목사에서 목회를 하던 이모부 강응무 목사(1910~1986)는 교인들과 함께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조국 귀환단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소학교 2학년이던 어머니를 홀로 가족이 있는 동경성에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 거리가 천리가 넘었고, 그보다도 해방 정국에서 조선인은 일본인 다음으로 중국인들의 미움 대상이었기에 위험천만하였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조국 귀환단의 일행이 되어 가족과 영영 이별하고 말았습니다. 일행이 먼 길을 걸어 봉천(심양)에 도착하자 마침 룡정에서 온 문재린 목사(1896~1985) 일행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함께 남행을 계속하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로 왔습니다. 조국을 향한 길은 3,000 Km도 넘는 장도였습니다. 지금처럼 길이 반듯하지도 않았고 세세한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공권력이 부재한 해방정국에서 도처에는 마적단들이 이들을 노렸고 호의적이지 않은 중국인들의 냉혹한 눈초리도 견뎌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국 귀환단이 안전하게 조국에 오려면 무엇보다 길라잡이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위장된 마적단이 길라잡이를 하여 일행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였고, 미숙한 안내자가 골탕 먹이는 일도 잦았습니다.
누가는 주님을 대제사장에게 판 가룟 유다를 ‘예수를 잡아간 사람들의 길잡이’(16)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그도 한때는 예수님에게 민족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유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셨습니다. 자신의 기대가 난망하자 유다는 은 30에 스승을 죽음에 몰아넣는 X맨이 스스로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는 인류를 하나님 나라로 이끄는 길라잡이십니다. 주님은 그 역할을 교회에게 맡기셨습니다. 지금 <사도행전>을 기록하는 누가가 말하려는 바도 거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오늘 교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X맨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개혁 가치를 열심히 주장하고 말씀을 강조하고 은혜를 추구하는데 바로 그 교회 때문에 주님의 뜻이 왜곡되는 슬픈 현실입니다.
주님 편에 속해있다고 확신하면서도 주님의 뜻을 거스릴까 두렵습니다. 말씀을 통하여 성찰하고 좌표를 늘 점검하겠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좌표를 잃더라도 바른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2024년 5월 2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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