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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과 인식
사도행전 2:1~13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뼈 없이는 살이 붙지 않습니다. 먹은 음식이 육체를 만들 듯 들이마신 지식이 인격을 만들고 뱉은 말과 쓴 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물을 채우면 물병이 되고 술을 채우면 술병이 되듯 꼴과 질은 상통합니다. 물병에는 물을 채워야 하고, 술병에는 술을 채웁니다.
“오순절이 되어서, 그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2:1~2)
하나님 나라의 진행 방식에서 나타나는 어떤 현상은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모세 때에 이집트에 내린 열 가지 재앙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권능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한 가지 사건을 통하여 이집트에는 경고와 심판을, 히브리인에게는 보호와 은총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제2의 출애굽이라고 할 수 있는 십자가 사건과 부활, 그리고 오순절의 성령 강림은 하나님의 임재와 새로운 질서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하나님의 부재에 목말랐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촉발된 성령 강림은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하여 태동한 교회는 인류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질서를 여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출애굽은 선민공동체로 이스라엘이 형성되었다면 두 번째 출애굽을 통하여서는 이방인을 포함하는 구원공동체인 교회가 시작된 셈입니다.
한때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정치 현실에 대한 비평이기는 하지만 이 말에 담긴 사유의 깊이는 곱씹을만 합니다. 교회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를 보여주는 기관입니다. 비록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을 초월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는 세상 사람에게 ‘그 나라는 이런 가치의 나라이며 우리는 이런 질서를 따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 교회는 사랑을 설교하면서 행동은 증오를 일삼습니다. 인권법이나 동성애나 민족을 보는 시선이 늘 그렇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여전히 조롱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러는 조롱하면서 ‘그들이 새 술에 취하였다’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2:13)
주님, 그때 사람들은 거룩한 교회와 그 현상을 몰이해하여 조롱하였는데 지금은 ‘세속’ 회전하며 ‘하늘’ 깜빡이를 하고 있어 또 조롱받고 있습니다. 그 나라와 그 의를 추구할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2024년 5월 3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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