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사도행전 3:1~26
...................................................................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안전이 보장된 평화의 삶,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따를 수 있는 자유의 삶, 추구한 바를 이루는 성취와 기쁨이 있는 삶을 우리는 기대합니다. 그 기대가 지나치게 과도하면 욕망이고 탐심이지만 평범한 경우에는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희망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욕망과 희망 사이에 존재합니다. 물론 욕망과 희망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특별한 열망이 되어야 하는 일들이 있어 인생이 야속합니다.
매일 아침 성전을 찾아와 문 곁에 앉아서 구걸하는, 나면서부터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일어나 걷는 일은 과도한 욕망이 아니라 보편성에 터한 당연한 요구입니다. 태어나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그가 자유롭게 걷는 사람들을 보는 눈이 한없이 애처롭습니다. 부모를 원망하며 스스로 비관하고 절망하기를 얼마나 많이 했을까요. 그런 중에도 삶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기적입니다. 그는 지금 다른 이의 손에 들려져 성전 문에 와 가장 슬프고 불행한 표정을 지어 행인의 동정을 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전에 왔으나 성전의 은총으로부터는 늘 제외된 존재였습니다. 성전에 기대 살면서 은총을 모르는 이가 굳이 그뿐이겠습니까?
“베드로가 요한과 더불어 그를 눈여겨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를 보시오!’”(3:4)
두 사도는 그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삶을 경축하게 하지 못하는 장애의 아픔을 보는 슬픈 시선입니다. 사도의 눈길과 마주친 그는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을 예감하며 마주 보았습니다. 잔돈 부스러기가 아닐지도 몰랐습니다. 눈길이 마주쳤을 때 베드로가 말합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3:6)
베드로가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자 그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수없이 갈망하면서도 한 번도 긍정하지 않았던 일,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살아온 날들이 기적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기적입니다. 그뿐만이겠습니다. 나 같은 절망덩어리가 여태껏 살아있는 것, 그리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은 일, 그리고 앞으로도 주님의 뜻을 받들어 사는 것이 모두 기적입니다.
주님, 사람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사도적 삶의 밑절미입니다. 인생을 긍정하고 축복하는 마음에 일어날 기적을 꿈꿉니다.
2024년 5월 6일(월)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