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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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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생의 아침 풍경
-스스로 스승 되기-
엊저녁 같이 늙어가는 후배 목사 두 부부를 초청해 저녁밥을 먹었다.
인연이 모질어서인지 40년 세월 끝에 지근 거리에 살게 되니 이마저도 가능하다 싶어 감사하다.
스승의 날 전날, 스승이 되지 못하는 세 사람(나만 그런가?)과 그들의 아내들…
그냥 밥 한 끼 나누고 싶었다. 모두 얼굴에 주름이 자잔하고, 염색빛 사이로 흰 뿌리의 머리카락이 처연하게 보인다.
목사 셋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는가! 그래도 나는 장형이고, 여느 목회와 다르니 수긍과 안타까움의 고갯짓과 눈빛과 공감의 추임새면 족하다가도 목젖을 치받고 올라오는 것들을 헛기침으로 제압하는 걸…
월, 화 이틀동안 본의 아니게 사모들을 많이 보았다.
내 아내도 사람들은 사모라 부르는데, 달라도 많이 달라서 아프고도 감사했다.
돌아와 옷과 가방을 카운터 의자에 내려놓고는 씽크대에 서서 등을 보이는 여인은 내게 선생님으로 평생을 후원했다. 참 스승으로 그렇게…
스승의 날 아침, 아내 같은 스승이 교회 입구에서 걸어들어 온다. 꽤 지쳐보이고 배도 고파 보인다. 그러나 눈빛과 입매만은 단호해 보인다. 그 입에서 날카로운 단어가 날아왔다. ‘쉿’
스승은 삶은 말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비수가 목젖 아래를 파고들었다.
스승인 아내에게 뭘 해야할까?
씽크대 앞에서 등을 보이는 아내를 가만히 안아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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