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돈으로 할 수 없는 일
사도행전 8:9~25
그동안 역사가 발전하였다면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정치적으로 자유가 확대되어 주권재민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권력을 독식하던 왕과 귀족들이 자신의 권한을 스스로 제한하거나 양보한 것은 아닙니다. 의식있는 시민들의 당당한 요구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성사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억울한 일도 많이 당했고 피를 흘리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간혹 못된 지도자가 시민의 눈을 멀게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세를 돌랄 수는 없다고 낙관하면서도 시민의 살아있는 주인의식이 무뎌지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됨을 부정하는 부당한 가치와 질서의 압력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정신이 역사의 퇴행을 막습니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봉건시대에 부를 독점하던 영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탐욕스러운 자본의 욕망은 전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습니다. 물질은 사람의 자존감의 근간이 되지만 ‘적당히’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는 너무 적어서 걱정이고, 어떤 이는 주체할 수 없이 많아서 부담입니다. 하비 콕스는 그의 책 《신이 된 시장》에서 신의 자리에 등극하여 세상을 호령하는 시장을 경계하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시장에게 덧칠해진 신격을 탈취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 회복’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인간 회복의 도장입니다. 만일 교회가 병들었다면, 그래서 인간이 본질을 추구할 수 없다면 세상은 물질이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교회조차도 물질화되고 맙니다. 세속화란 그런 것입니다.
“시몬은 사도들이 손을 얹어서 성령을 받게 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돈을 내고서, 말하기를 ‘내가 손을 얹는 사람마다, 성령을 받도록 내게도 그런 권능을 주십시오’ 하니, 베드로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으로 사려고 생각하였으니, 그대는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오.’”(8:18~20)
주님, 돈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무가치한 것들뿐입니다. 돈으로 고급 요리를 주문할 수는 있으나 맛있는 입맛을 살 수는 없습니다. 돈이 종교가 된 이 시대에 자족하는 은총을 누리기를 원합니다. 자유의 기쁨을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2024. 5. 17 금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