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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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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생의 아침 풍경
-모진 게 목숨-
엊저녁 닭에게 줄 먹이를 놓고 가신 아침님이 8시가 넉넉한 시간에 오셨다.
닭먹이를 가지러 온 사람!
그런 사람이 들꽃엔 넘쳐난다.
라떼 한 잔과 용필이 오빠의 들꽃 노래를 곁들여 천국잔치를 벌였다.
라떼값은 외상이라더니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네개를 꺼내 내게 건네신다.
손사래를 쳐봤자 통하지 않을 터, 나머지는 달아놓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목사와 교우가 넘치는 들꽃이 마당의 금계국처럼 한창이다.
닭먹이가 든 검정 비닐봉지 를 덜렁이며 가는 님, 덕분에 늦은 마대질로 분주하다.
수돗가 걸레를 빠는 데 옆밭 짜투리 땅에 작물을 심은 노인이 분주하다.
아~ 이웃밭 할아버지의 할머니!
내가 농사짓던 때 유난히 고약스럽던 분의 아내!
할아버지는 몇해 전 소풍을 마치셨다.
아무리 마대질이 급해도 안부는 물어야겠지!
할머니 말씀하시며 깊은 숨을 토하신다. “모진 게 목숨이니 산 사람은 살아야제…”
등과 밭이 평행인 육신이어도 숨이 붙어 있으니 살아야 하는 진리 앞에서 이웃밭 할아버지의 큰 눈과 검은 얼굴이 스쳐갔다.
마대걸레 기대어 놓고 마당을 횡설수설 걸으니 기도가 절로 솟는다.
모진 게 목숨인지, 목숨아 모진 것인지…
딱 두 번 우는 꿩이 꿩꿩한다.
나도 봉봉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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