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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상의 도시
사도행전 17:16~34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과 애증을 신들의 세계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올림포스 신들의 세계가 부도덕한 것은 그 땅에 사는 사람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가치관에서는 신이든 사람이든 도덕적이지 않고 윤리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아테네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수호신으로 삼았고, 스파르타는 신이 된 인간 헤라클레스를 숭배하였고, 코린토스는 아름다움의 신 아프로디테를, 테베는 쾌락의 신 디오니소스를 주신으로 섬겼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는 거룩이 없고 모범이 없습니다. 인격적 신이라기보다 개념이 의인화된 신입니다. 그리스는 도시마다 신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신화는 그리스인의 생활이고 삶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신화 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신화가 만사인 이런 분위기에 다른 생각을 한 이들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주전 7세기경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철학자들입니다. 철학은 신화와 종교가 지배하는 시대에 균열을 내었습니다. 헬라어로 철학(philosophia)은 ‘지혜(sophia)’와 ‘사랑(philos)’의 합성어입니다. 철학자들은 권력을 독점하는 왕과 제사장에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철학자들은 사유와 대화를 강조하므로 맹목적 복종과 무조건적 순응에 맞섰습니다. 철학자들은 권력의 맹목적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다움을 추구하였고 이성을 통해 인간사의 근원을 헤아리려고 하였습니다.
바울이 전도 여행을 하는 그리스는 그런 땅이었습니다. 미신과 신화의 미몽에 갇혀있으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적 노력이 스며있는 땅이었습니다. 인간 구원의 여망을 신화와 미신으로 해결하려는 땅, 그리고 인간 한계를 이성으로 극복하려는 맹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사고의 땅입니다. 이런 땅에 바울 일행은 구원은 은총으로 말미암는다고 주장하며 복음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환대도 있었으나 박해도 잇달았습니다. 이때 바울이 본 그리스도의 중심도시 아테네는 여전히 신화의 안개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바울은, 아테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온 도시가 우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하였다.”(17:16)
주님, 아테네에 가득 찬 우상을 본 바울이 오늘 빼곡한 십자가의 도시 서울을 본다면 흐뭇해할까요? 아니면 거기에 스민 돈과 권력과 욕망에 격분할까요? 왜 우리는 서울에 분노하지 못할까요?
2024. 6. 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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