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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종교
사도행전 19:21~41
종교가 타락하는 이유는 그것을 돈벌이로 삼는 이들이 종교를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의 은장이 데메드리오가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여러 명의 직원을 두고 에베소의 수호신이자 다산과 풍요의 신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만들어 팔므로 생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바울 일행이 에베소에 들어와서는 에베소가 그동안 숭배한 아르테미스를 우상으로 일축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많은 사람이 바울의 말에 솔깃하였습니다. 데메드리오는 자신의 밥줄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을 모아놓고 선동하였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이 사업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보고 듣는 대로, 바울이라는 이 사람이 에베소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온 아시아에 걸쳐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신은 신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많은 사람을 설득해서 마음을 돌려놓았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이 사업이 명성을 잃을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아데미 여신의 신전도 무시당하고, 또 나아가서는 온 아시아와 온 세계가 숭배하는 이 여신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말 위험이 있습니다.”(25~27)
종교가 무서운 것은 미신의 우매함과 광신의 위험성 때문입니다. 바울 일행 때문에 자신의 사업이 위축될 것을 걱정한 데메드리오는 동업자들을 충동하였습니다. 성난 군중들은 바울의 일행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붙잡아 극장으로 몰려갔습니다. 군중 심리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도덕과 상식을 갖춘 사람도 군중심리에 휩쓸리면 이성을 상실하고 맙니다. 한국 근대사에 등장한 이념 문제도 그렇습니다. 점잖은 인격의 소유자도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면 판단력을 잃고 물불을 가리지 않습니다. 에베소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그들은 ‘에베소 사람의 아르테미스 여신은 위대하다’고 외쳤습니다.
종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늘 이 땅에도 많습니다. 아르테미스 신상을 만들어 파는 은장색과 차이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가 되었든 삶을 영위하여야 하지만 종교가 그 수단이 되면 종교는 급속히 타락합니다.
주님, 에베소의 은장색들이 바울의 복음 전도에 위기를 만나듯 오늘 이 땅의 종교 장사치들은 무지와 맹신으로 건강한 지성을 협박합니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를 몰아낸 이들에게서 데메드리오의 광기를 봅니다. 지성과 상식의 교회되기를 빕니다.
2024. 6. 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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