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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살이
사도행전 28:16~31
당시 로마는 권력의 도시였습니다. 힘을 자랑하고 숭배하는 도시였습니다. 정치적으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경제적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종교적으로는 황제가 신의 아들로 신격화하는 도시였습니다. 로마에서 살려면 이런 시대정신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도시 정신을 자연스러워 하여야 합니다. 이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면 낙오자가 되거나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로마의 정신과 사고에 휩쓸리지 않으면 로마살이는 지옥살이가 됩니다.
이런 도시에 힘의 숭배를 거부하며 사랑과 은총을 설교하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바울입니다. 그는 유대인의 고소로 가이샤라에서 압송된 죄수입니다. 다행히 로마는 그에게 군인 한 사람을 붙여 주고 따로 지내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로마는 바울의 죄가 로마의 질서를 훼손할 만큼 크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힘을 숭배하는 로마 제국의 꿈에 균열을 시도하는 단 한 사람입니다. 모두가 로마 정신과 질서와 꿈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세상에서 그는 유일하게 다른 세상을 바라보며 다른 정신과 질서를 흠모하였습니다. 우리는 바울을 통해서 힘을 숭배하는 도시 로마에서도 천국살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하나님 나라의 꿈을 갖는 한 삶의 공간이 어디든 그곳은 천국입니다.
“바울은 자기가 얻은 셋집에서 꼭 두 해 동안 지내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하게 하나님 나라를 전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일들을 가르쳤다.”(28:30~31)
캐나다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1948~ )은 ‘걷기, 느끼기, 보기 등 사람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복잡한 수식 계산 등 사람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사람은 세상살이가 힘겹습니다. 정의와 진실이 익숙한 사람은 불의와 거짓이 일상화된 삶이 버겁습니다. 사랑과 평화가 익숙한 사람은 증오를 증폭시키는 세상살이가 무겁습니다. 권력을 숭배하는 도시에 살면서도 그 질서에 동화되지 않은 삶을 산 바울에게서 그 모범을 배웁니다.
주님, 세상은 굴욕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잘 살려면 힘을 숭배하고 거짓을 수용하고 진실을 외면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시대에도 하나님 나라 시민으로서 반듯한 결기를 지킬 힘을 주십시오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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