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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예레미야 26:1~15
“내가 이 성전을 실로처럼 만들어 버리고, 이 도성을 세상 만민의 저줏거리가 되게 하겠다.”(26:6)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유다의 제사장과 예언자들과 백성에게 한 메시지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실로처럼 수치를 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성전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신성시하는 제도종교에 속한 이들에게는 대단한 악담이며 분노할 만한 저주였습니다. 실로는 여호수아 때부터 사무엘 때까지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던 땅으로 제의가 실현되고 군사가 주둔하는 곳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곳에서 제비를 뽑아 하나님의 뜻을 물었고(수 18:1) 한 레위인의 첩의 죽음으로 촉발된 베냐민 지파 위기 때에는 이곳에 모여 종교축제를 하는 여인들을 강탈하기도 하였습니다(사 19~21장). 임신하지 못하는 한나는 이곳에서 기도하였고(삼상 1:1~9), 엘리의 두 아들은 실로의 회막문에서 일하는 여인과 동침하여 아비의 근심을 샀습니다(삼상 2:22). 그런가하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탈취당한 언약궤는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비치되었다(삼상 4~6장).
언약궤가 있던 실로는 후에 성전을 건축한 예루살렘과 이어집니다. 언약궤와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와 구속을 상징합니다. 뿐만아니라 성전은 오실 메시아의 예표이기도 합니다. 주님이 계실 때 성전은 비록 에돔인 헤롯이 건축하였으나 이스라엘의 전통을 담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성전과 주님 사이에는 묘한 긴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성전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죄를 용서하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갈릴리와 유대와 사마리아를 다니시면서 사죄를 선포하고 다니셨습니다. 성전이라는 제도와 질서에 편승하여 사는 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님은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요 2:19)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성전에 적대적이셨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은 가짜였습니다. 가짜는 진짜가 오면 물러나야 합니다. 가짜가 진실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세상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레미야의 예언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행동과 행실을 바르게 고치고, 여러분의 하나님이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십시오.”(26:13)
주님, 무너져야 할 것들은 무너지게 하여 주십시오. 진리와 진실이 모욕당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2024. 7. 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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