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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
예레미야 48:36~47
잘생긴 목동 나르키소스가 태어났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신탁이 있었습니다. 무난하게 성장한 그는 목동이 되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많은 요정으로부터 구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잘생긴 목동은 누구의 사랑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화가 난 요정들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갔고, 네메시스는 나르시스에게 자신만을 사랑하는 벌을 내렸습니다. 어느날 나르키소스는 샘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만지려고 하면 흩어져 버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나르키소스는 샘 곁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요정들이 슬픔에 젖어 샘가에 달려갔을 때 거기에는 이름 모를 꽃이 한 송이 피어있었습니다. 이 꽃이 바로 수선화인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자기애’의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아내는 거울 앞에 앉을 때마다/억울하다며 나를 돌아다본다//아무개 집안에 시집 와서/늘은 거라고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과/하얀 머리카락뿐이라고 한다//아내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모두가 올바르다(하략)” 시인 윤수천 님이 지은 <아내>의 한 구절입니다. 거울은 자존감을 표현하는 시인의 언어일 뿐 아니라 비관적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요술경입니다. 거울에 비친 멋진 모습에 넋을 잃기도 하고 못난 모습에 슬퍼하기도 합니다. 거울은 들여다보아야 하지만 빠져들어서도 안 됩니다. 기독교 미술에서 거울은 교만을 의미하는 오브제입니다. 피테르 브뤼헐의 <일곱 가지 큰 죄>의 첫 번째 <교만>은 거울을 보는 여왕으로 묘사하였습니다. 거울은 보아야 하지만 오래 보지 말 것입니다. 교만은 자기 분수를 모르게 하고 자기 신분을 착각하게 하는 하나님을 향한 죄입니다. 무지한 자일수록 교만하고 허영에 차있습니다. 교만은 천사를 사탄이 되게 하는 영적 암입니다. 교만에 빠지기는 쉽지만 극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모압이 주를 거슬러 자만하였으니, 이렇게 멸망하여 다시는 나라를 세우지 못할 것이다.”(48:42)
모압이 역사에서 사라지는 이유를 성경은 간단명료하게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교만 때문입니다(48:29~30). 모압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교만하면 하나님이 심판하십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패권국은 악을 조장하는 도구가 됩니다.
주님,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자기 장점을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겸손으로 위장한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2024. 8. 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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