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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예레미야 52:12~34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 제 십구년 다섯째 달 십일에, 바빌로니아 왕의 부하인 근위대장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으로 왔다. 그는 주님의 성전과 왕궁과 예루살렘의 모든 건물 곧 큰 건물은 모두 불태워 버렸다.”(52:12~13)
이스라엘의 꿈이 산산조각났습니다. 소수의 행복을 위하여 다수가 굴욕을 느꼈던 이집트의 패권과 파라오 권력의 질서에 균열을 내고 시작한 히브리 공동체는 홍해를 건너고,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고, 광야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언약공동체를 꾸렸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따라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으로(출 19:6) 살기를 다짐하였습니다. 그 상징물이 ‘성막’입니다. 성막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언약을 관통하는 상징물입니다. 성막은 초라한 천막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계시다’(출 29:45)는 임재의 상징입니다. 다윗 왕이 왕궁을 짓고 초라한 성막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성전 건축을 계획하였고, 마침내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이를 완성하였습니다(이 성전은 후에 임할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될 손으로 짓지 않은 성전의 그림자입니다). 그후 이스라엘은 세상천지가 변해도 ‘성전은 영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코 실현되지 않아야 할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예루살렘 성전이 철저히 파괴되었고 유린당하고 말았습니다.
“근위대장 느부사라단은, 그 땅에서 가장 가난한 백성 가운데 일부를 남겨 두어서, 포도원을 가꾸고 농사를 짓게 하였다.”(52:16)
그런데 모든 유대인이 멘붕에 이른 때에 뜻밖에 전에 없던 새로운 기회를 누리게 된 이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사람 대접 받지 못했던 가난한 이들이 그 특혜의 주인공입니다. 역사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며 인생과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고 조국 광복에 헌신한 독립군에게는 환희와 감격의 날이지만 일제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던 이들에게는 치욕과 불안의 날이었습니다. 우리 근대사는 그런 상식 조차 잇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었습니다만… 그럴수록 기억을 되살려야 합니다.
주님, 조금 더 의로운 이들의 조금 더 보편적인 생각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악하고 나쁜 이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다스려주십시오
2024. 8. 2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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