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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이 간다고 새 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열왕기하 1:1~12
“아합이 죽은 뒤에, 모압이 이스라엘에게 반역하였다.”(1:1)
이 말씀을 언뜻 들으면 악한 왕 아합의 죽음이 이스라엘에 치명적인 위기를 가져온 것으로 읽힙니다. 모압 따위가 감히 이스라엘에게 반역하였다는 사실이 불쾌합니다. 아합이 죽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의 흥성이 더 유지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게 합니다. 그래서 은근히 아합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듯합니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그래도 아합은 너무 악한 군주였고 그의 통치 22년 동안 이스라엘에 행한 악행이 컸습니다. 아합은 아내 이세벨의 사악함을 용인하여 이스라엘 사회에 우상 숭배가 만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세벨은 공개적으로 하나님의 사람을 적대시하였고 살해하였으며(왕상 18:4, 19:14) 우상 숭배를 부채질하여 이스라엘의 영적 타락을 불러왔습니다. 그녀가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는 아합을 위하여 거짓 증인을 세워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려는 나봇을 죽이고 포도원을 빼앗기까지 한 일은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습니다(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더 좋은 포도원을 주고 사려고 하였습니다). 아합은 악했고 이세벨은 더 사악했습니다. 이런 이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면 도리어 이상합니다. 그러나 폭군이 죽는다고 새 세상이 오지는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 ‘좋은 게 좋다’는 생각이 더 만연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 나라 지도자라는 이와 그의 가족은 비리와 불법을 저질러도 경찰과 검찰은 알아서 면죄부를 줍니다. 그 근간에는 ‘좋은 게 좋다’거나 ‘우리가 남인가’는 사고가 깔려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에게 서슬 퍼런 칼날을 드리우고 없는 죄도 만들던 공권력이 유독 권력자와 그 일가 앞에서 그 칼날이 무뎌지고 순한 양이 되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 꼴불견입니다. 그러면서 시민 사회를 향하여 공정과 상식을 명하는 꼴이 영락없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입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정도로 꼴사납습니다. 이런 자는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우리말에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법이 어떻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은근히 비꼬는 말입니다. 이 속담은 ‘매라면 마땅히 꿩을 잡는다’로 바뀌어야 합니다. 매도 아닌 것이 꿩을 잡아 매인 척하려는 꼴이 사나워 보입니다.
주님,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일이야말로 큰 복입니다. 어쩌다 아합 같고 이세벨 같은 이가 지도자가 되었는지 슬픕니다.
2024. 9. 1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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