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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선생님
열왕기하 6:1~14
우리의 옛이야기 가운데 ‘금도끼 은도끼’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무꾼이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도끼를 연못에 빠트렸습니다. 슬퍼하고 있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 도끼를 건져주었는데 자기 도끼가 아닌 금도끼였습니다. 정직한 나무꾼은 자기 도끼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산신령은 물속에서 은도끼를 건졌습니다. 나무꾼은 그것도 아니라며 자기 도끼는 쇠도끼라고 했습니다. 산신령은 물속에서 쇠도끼를 건져 나무꾼에게 주면서 금도끼와 은도끼도 함께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나무꾼이 숲에 들어가 부러 도끼를 호수에 빠트리고 우는 척했습니다. 산신령이 나타나 앞서 경우처럼 금도끼를 건져 올리자 얼굴에 화색을 띄며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산신령은 화를 버럭 내며 사라졌습니다. 물론 그 나무꾼은 자기 쇠도끼도 찾지 못했습니다. 정직하여야 행운의 기회도 온다는 가르침으로 들립니다.
선지학교는 번성하였습니다. 늘어나는 선지생도들과 함께하기에 생활공간이 좁았습니다. 그래서 증축을 결정하였습니다. 선지학교의 흥성과 사회의 건강성이 비례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모름지기 예언자란 번영과 안정의 시대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사람이 아니라 패악과 위기의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죄를 꾸짖고 사악한 지도자를 꾸중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처럼 정의가 왜곡된 시대, 진실이 비틀린 시대에 있음직한 하나님의 사람이 바로 예언자입니다. 그 제자들이 들보감의 나무를 찍다가 그만 도끼를 물에 빠트렸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이것은 빌려온 도끼입니다.”(6:5)
도끼를 물에 빠트린 제자는 황망하여 절규하였습니다. 도끼 하나 잃어버린 것인데 너무 요란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앞서 생활고에 빠진 제자의 아내가 ‘부르짖으며 한 호소’(4:1), 그리고 국에 독이 든 것을 알고 ‘깜짝 놀라’(4:40)하던 표현과 동질의 다급한 외침입니다. 오늘 우리는 도끼 한 자루를 하찮게 여길 수 있지만 당시 시대상과 선지 생도들의 청빈한 삶을 비추어보면 도끼를 빠트린 제자의 다급하고 황망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부자가 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이해하기에 행간이 넓습니다.
주님,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기는커녕 아부와 방관을 일삼는 이 땅의 교회가 한없이 초라합니다. 교회부터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아울러 좋은 일을 한다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경우를 조심하겠습니다.
2024. 9. 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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