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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
열왕기하 14:1~16
근대법이 등장하기 전에는 ‘연좌제’라는 나쁜 제도가 있었습니다. 범죄자의 가족에게도 범죄의 책임을 묻는 이 제도는 제5공화국 헌법에서야 비로소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2조 3항)고 명시하였습니다.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서로 적대시하는 현실이라는 특수한 사정에서 사상범의 친족에게 가해지던 형사책임과 사회적 불이익 등 국가의 폭력이 금지된 것은 다행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런 제도를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유지하였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이제 이 제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의식 속에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반민족 친일행위자의 자손에 대해서 은연중 비하하는 태도 역시 버려야 할 악한 태도입니다. 아비의 죄를 자녀에게 묻지 말아야 합니다.
유다 왕이 된 아마샤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신하들을 처형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자녀들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자녀 대신에 처형되어서도 안 되고, 또 자녀가 아버지 대신에 처형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각 사람은 자신이 지은 죄에 따라 처형되어야 한다”(14:6, 출 24:16)에 터한 행위입니다. 과거 모세에게 반기를 들었던 고라는 멸망하였지만(민 16장, 26장) 그 자손은 성전에서 요긴한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대상 9:19, 대하 20:19, 31). 조상의 죄를 자손에게 물어서도, 자녀의 죄를 부모에게 물어서도 안 됩니다.
성경은 아마샤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아마샤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올바른 일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의 조상 다윗만큼은 하지 못하였고, 아버지 요아스가 한 것만큼 하였다”(14:3) 아마샤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잘했다는 칭찬인지, 못했다는 꾸중인지 아리송합니다. 평균치는 하였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열왕기>에서 말하는 이스라엘 왕의 평가와 유다 왕의 평가에는 미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악했다’거나 ‘선했다’는 표현이 아니라 그 기준이 유다는 다윗이고, 이스라엘은 여로보암입니다. 다윗처럼 살아야 하고, 여로보암처럼 살지 말아야 합니다. 훗날 내 삶을 누군가 평한다면 어떻게 묘사할지 궁금합니다.
주님, 제 삶의 평가가 낙제점일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다윗만큼’은 하지 못하더라도 ‘여로보암처럼’ 되지 않는 인생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님의 은총을 빕니다.
2024. 9. 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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