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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열왕기하 18:1~16
“그는 조상 다윗이 한 모든 것을 그대로 본받아, 주님께서 보시기에 올바른 일을 하였다.”(18:3)
유다 왕 히스기야에 대한 성경의 판단입니다. 그는 아버지 아하스 왕을 따르지 않고 조상 다윗의 길을 걸었습니다. 스스로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유다에 스며든 바알 산당을 헐었습니다. 이 일은 역대 선한 왕들도 하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는 산재해 있던 우상을 제거하였습니다. 그때까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던 모세의 구리 뱀도 깨트렸습니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아시리아에도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늘 골칫거리 역할을 하는 블레셋도 응징하였습니다. 대단한 군주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그를 “유다 왕 가운데는 전에도 후에도 그만한 왕이 없었다”(18:5)고 극찬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믿음과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당시는 맹주로 떠오른 아시리아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였습니다. 디글랏 빌레셀 3세-살만에셀 5세-사르곤 2세-산헤립으로 이어지는 아시리아의 부국강성 시대와 맞물려있었습니다. 아시리아는 북왕국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패망에 이르게 한 후 백성을 사방 각지로 흩어 보냈고, 빈 이스라엘 땅에는 이방인들을 이주시켰습니다. 승승장구하는 아시리아가 유다를 가만히 둘 리 없습니다. 결국 산헤립이 군대를 동원하여 유다에 들어와 46 성읍을 약탈하였습니다. 힘으로 맞설 수 없는 히스기야는 반 아시리아 정책에 대하여 속죄하며 은 삼백 달란트(약 10톤)와 금 삼십 달란트(약 1톤)를 내주었습니다. 성전과 왕궁과 금과 은이 남아나지 않았습니다.
신앙적 절개는 정치적 득실, 또는 국가의 명운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마땅히 히스기야 시대의 유다는 번성했어야 하는데 도리어 아시라아로부터 치욕을 당했습니다. 믿음이 좋다고 세상만사가 다 자기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새삼 배웁니다. 신앙이란 세상에서 성공하는 길을 알려주는 길이 아니라 부침 많은 세상에서 옳은 길을 걷는 힘입니다. 또한 지도자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일과 국가의 운명이 비례하는 일도 아님을 봅니다. 우리의 상식과 기대가 종종 무너질 때 당혹해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주님, 믿음이 좋다고 늘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지도자가 있다고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면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도한 지도자가 있는 이 땅이 걱정입니다.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2024년 10월 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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