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우선 멈춤
예레미야 애가 3:40~54
인류사를 한마디로 한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때는 호기롭게 왔지만 그 길이 잘못된 길을 알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는 갈등과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만큼이나 왔는데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고?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고? 에이 그냥 가지 뭐? 쉽지 않은 결단이 필요하고 뼈저린 후회와 반성과 성찰이 요청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던 길을 갑니다. 그렇게 하므로 인류는 원점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걸었던 길은 실낙원의 길입니다. 가인의 길은 경쟁과 증오의 길이었습니다. 노아 시대를 살던 사람의 길은 의를 버리고 이익을 탐하는 이기적인 길이었습니다. 바벨탑을 쌓던 시대는 명성을 드러내는 길이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은 이웃을 백안시하는 길을 보편화하였습니다. 이집트의 길은 소수의 행복을 위하여 다수를 불행하게 하는 길이었고, 가나안 민족의 길은 풍요로 위장된 반역의 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런 길을 헤치며 발 앞의 등불을 따라 걸었습니다. 위태롭고 아슬아슬했습니다. 주님은 이런 길을 ‘좁은 길’로 명하시며 그 길이야말로 ‘생명의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7:13~14).
오늘 우리 민족의 정치지도자는 민족 분단의 상황을 즐기며 증오를 부채질하고 대결과 적개심 마케팅을 통하여 자기 존재감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세속화의 길을 당당하게 걸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본질에서 동떨어진 사고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부패한 검찰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언론인은 저널리즘 정신을 팽개쳤습니다. 역사가에게서 역사의식을 찾을 수 없고, 학자에게서 양심과 진실은 찾기 힘듭니다. 좌표를 상실한 시민들이 목자 잃은 양처럼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주님을 거슬러 죄를 지었고,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몹시 노하셔서, 우리를 쫓으시고, 사정없이 죽이셨습니다.”(3:42~43)
주님, 멈추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증오와 분쟁과 이기주의의 길에서 돌이킬 정직한 지성과 용감한 믿음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2024. 10. 23 수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