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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디모데전서 3:8~16
“‘오늘 안주 뭐 먹지?’ 고작 두 글자 첨가했을 뿐인데 문장에 생기가 돌고 윤기가 흐르고 훅 치고 들어오는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소설가 권여선의 음식 산문집 《오늘은 뭐 먹지?》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입장에서 이 문장에 다 공감하지는 않지만 그 느낌을 이해할 듯하기는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에게도 야무진 꿈을 꾸던 청년 시절이 있었지만 청년기의 꿈은 장년의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술을 가까이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은 하루도 술 없이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몸이 축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알코올 치료센타 같은 곳에 보냈지만 임시변통일 뿐입니다. 천만다행히 정신 줄은 꼭 붙잡고 삽니다. 그에게 술은 고단한 삶의 위로이자 답답한 현실을 이길 유일한 구원의 길인 셈입니다. 그에게는 모든 인생사가 술 마실 이유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팀이 상대팀에게 힘겹게 얻어낸 승리를 자축하며, 아니면 약체팀에게 속절없이 패배해도 술만한 위로가 없습니다. 불한당 같은 이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해도 술 한 잔은 마셔야 마뜩잖게 코웃음치며 잠들 수 있습니다. 맨정신으로 살기에 세상이 너무 버거운 탓입니다.
“집사들도, 신중하며,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아니하며, 술에 탐닉하지 아니하며, 부정한 이득을 탐내지 아니하며, 믿음의 비밀을 깨끗한 양심에 간직한 사람이라야 합니다.”(3:8~9)
바울은 지도자와 일꾼의 자격을 이야기하면서 술 문제를 빠트리지 않습니다. 교회의 감독은 술을 즐기지 않아야 하고, 교회의 집사도 술에 탐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시 사회에서 술은 보편적인 음료였고 일상의 필수품이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드셨지만 인간은 포도주를 만들었다’며 술을 예찬하였습니다. 술은 물과 젖과 함께 인간을 위한 3대 음료입니다(사 55:1). 하지만 음주 행위는 음주문화를 형성하는데 음주로 인한 과격한 행동과 실수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과도한 음주는 심리적, 의학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표리부동한 위선 사회일수록, 목표와 수단의 괴리가 클수록 음주량이 는다고 합니다. 탈무드에는 많으면 해가 되고 적으면 이로운 여덟 가지 가운데 하나로 술을 언급합니다.
주님, 이 땅에 복음이 들어오면서 금주 문화가 정착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만 맹목적 금주 너머 경건에 이르는 노력과 자유를 향한 부르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삶에 이르기를 원합니다.
2024. 11. 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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