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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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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2-05-26 오후 7:55:27
작성자 : 전정희
제목 : ▶신시도교회, 바다 위로 떨어지는 동백꽃
가끔 번잡하지 않은 곳을 찾아 묵상을 하고 싶다면, 정말 아무도 몰래 신시도교회를 찾으십시오. 묵상을 하고자 하셨으니 절경 해안에 그림처럼 자리한 교회 풍경을 기대하시겠지요? 또 파도 소리를 들으며 냉난방이 갖추어진 처소에서의 기도를 원하시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기대를 조금도 하지 마시고, 그저 한가한 섬마을을 찾는 그런 기분으로 가십시오. 기암괴석, 부드러운 해안선과 백사장 모래, 바위를 부술 듯한 포말, 끝간데 없는 바다, 활기 넘치는 어시장 또한 기대하지 마십시오.
다만 댓돌에 올라서면 어디서 보더라도 한 눈에 들어오는 신시도교회와 바다가 있다는 사실에 충만함을 느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짠내가 섬마을 골목골목까지 미치는 길을 따라 교회에 오르면 텃밭 가득한 유채꽃과 교회 울타리에 자리한 동백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동백꽃 핀 신시도 교회ⓒ☜
▷섬에서 핀 동백꽃은 예수의 보혈 같습니다◁
동백꽃을 울타리로 삼은 곳에서 바다를 보면 봄 아지랑이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너무 아름답다보면 처연한 슬픔이 앞서 눈을 흐리기 때문입니다.
동백꽃을 보면 윤동주의 시 「십자가」의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외로웠던 사람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리다」
드리운 모가지, 떨어진 동백꽃은 예수의 보혈 같습니다. 그의 선홍색 피로 우리는 죄사함을 얻었지요. 동백꽃은 다른 꽃과 달리 꽃이 동강동강 떨어집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동백을 아주 싫어한답니다. 사무라이 기질이 있는 사람들에게 동강동강 떨어지는 꽃은 섬뜩함을 가져다 주는 모양입니다.
☞교회 뒷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동백꽃ⓒ☜
흥선대원군 시절 예수를 믿다가 신수이처(身首異處) 당한 이들의 육신이 그러하였겠지요. 동백꽃을 보면 그래서 처연합니다. 특히 바다로 떨어지는 동백꽃은 더욱 말입니다.
신시도교회 본당에 들어서자마자 여러분은 묵상을 하십시오. 『아주 사소한 것들 까지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드신 하나님, 내 영혼이 당신을 찬양하나이다』하고 기도를 하십시오. 굳이 소리내어 기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높은 데시빌의 목소리만를 원하시는 건 아니니까요.
기도하면서 당신은 한 번쯤 『주여 나를 고립시키소서』라고 간구하십시오. 섬 사람의 고독은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대자연 앞에 지극히 작은 존재임을 알고난데서 비롯됩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봄바다도 불과 수 분만에 먹구름을 드리워 삼켜 버리니 골리앗의 힘으로도, 다윗의 지혜로도 어쩔 수 없답니다. 그저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해지는 수 밖에요.
▷물질과 지식의 풍림(風林)으로 사는 당신 ◁
순례자인 당신은 뭍에 산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물질과 지식의 풍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뭍의 안정성은 동백나무나 소나무 풍림에 의지해야 하는 섬의 환경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태풍이 육지에 닿으면 이미 풍속이 잦아들어 소멸의 시점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은 태풍의 멸절 무렵의 마지막 상승조차 막아버리지요.
기도로서 물질과 지식의 풍림을 버렸다면 이제 교회 문을 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십시오. 「로뎀나무」 그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면 섬 사람들에게 이 나무는 삶의 넉넉함을 제공해 줍니다. 주일 예배를 마친 이들에게도 안식처가 되어 주지요.
☞필리핀에서 시집온 아르세니아-박병근 집사부부가 부활절 달걀을 준비해 교회로 가고 있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면 내 어릴적 꿈들이 생각납니다. 신작로를 따라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로 향하던 나, 해질녘 교회당 종소리를 듣고서야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던 집으로 향하던 내가 보일 것입니다. 혹, 「로뎀나무」아래서 석양이라도 보게 되면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새명을 취하옵소서』(열상 19:4)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시도교회와 신시도
신시도교회는 성도 40여 명이 출석하는 작은 섬교회지만 섬 교회치곤 비교적 성도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100여 명의 마을 주민 가운데 40여 명이 성도라면 굉장한 복음화율이지요. 사람을 낚는 베드로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많은 곳입니다.
1959년 설립된 신시도교회는 지난 95년 필리핀 바기오시에 르와깐교회를 세우는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도움을 받아야할 낙도 교회가 기도의 힘으로 르와깐교회를 개척해 지금은 70~8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르와깐교회 개척 당시 노총각이었던 박병근 집사(44세)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자매 아르세니아 집사(32세)를 만나 결혼을 해 지금 신시도에서 사람과 고기를 동시에 낚고 있습니다. 아르세니아 집사는 얼마나 신앙이 좋던지 새벽 기도를 거르는 날이 없습니다. 「은혜엄마」라고 불리는데 한국 아줌마와 조금도 다를바 없습니다.
바닷가 옆에 숙식을 겸한 수양관이 있습니다. 여름철이면 4~5 가족이 이용하기 적당합니다.(063-462-5016)
☞신시도마을 풍경.마을 주민의 절반 가량이 성도다.새만금간척사업에 따라 곧 육지가 된다 ⓒ☜
▷찾아가는 방법
전북 군산 내항 여객선터미널
에서 옥도페리호(063-446-7171)가 매일 1~2회 왕복한다. 1시간40분 소요. 배에 내려서 교회까지는 걸어서 들어가면 되는 거리이다.
작성자 : 전정희
제목 : ▶신시도교회, 바다 위로 떨어지는 동백꽃
가끔 번잡하지 않은 곳을 찾아 묵상을 하고 싶다면, 정말 아무도 몰래 신시도교회를 찾으십시오. 묵상을 하고자 하셨으니 절경 해안에 그림처럼 자리한 교회 풍경을 기대하시겠지요? 또 파도 소리를 들으며 냉난방이 갖추어진 처소에서의 기도를 원하시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기대를 조금도 하지 마시고, 그저 한가한 섬마을을 찾는 그런 기분으로 가십시오. 기암괴석, 부드러운 해안선과 백사장 모래, 바위를 부술 듯한 포말, 끝간데 없는 바다, 활기 넘치는 어시장 또한 기대하지 마십시오.
다만 댓돌에 올라서면 어디서 보더라도 한 눈에 들어오는 신시도교회와 바다가 있다는 사실에 충만함을 느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짠내가 섬마을 골목골목까지 미치는 길을 따라 교회에 오르면 텃밭 가득한 유채꽃과 교회 울타리에 자리한 동백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동백꽃 핀 신시도 교회ⓒ☜
▷섬에서 핀 동백꽃은 예수의 보혈 같습니다◁
동백꽃을 울타리로 삼은 곳에서 바다를 보면 봄 아지랑이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너무 아름답다보면 처연한 슬픔이 앞서 눈을 흐리기 때문입니다.
동백꽃을 보면 윤동주의 시 「십자가」의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외로웠던 사람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리다」
드리운 모가지, 떨어진 동백꽃은 예수의 보혈 같습니다. 그의 선홍색 피로 우리는 죄사함을 얻었지요. 동백꽃은 다른 꽃과 달리 꽃이 동강동강 떨어집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동백을 아주 싫어한답니다. 사무라이 기질이 있는 사람들에게 동강동강 떨어지는 꽃은 섬뜩함을 가져다 주는 모양입니다.
☞교회 뒷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동백꽃ⓒ☜
흥선대원군 시절 예수를 믿다가 신수이처(身首異處) 당한 이들의 육신이 그러하였겠지요. 동백꽃을 보면 그래서 처연합니다. 특히 바다로 떨어지는 동백꽃은 더욱 말입니다.
신시도교회 본당에 들어서자마자 여러분은 묵상을 하십시오. 『아주 사소한 것들 까지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드신 하나님, 내 영혼이 당신을 찬양하나이다』하고 기도를 하십시오. 굳이 소리내어 기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높은 데시빌의 목소리만를 원하시는 건 아니니까요.
기도하면서 당신은 한 번쯤 『주여 나를 고립시키소서』라고 간구하십시오. 섬 사람의 고독은 사람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대자연 앞에 지극히 작은 존재임을 알고난데서 비롯됩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봄바다도 불과 수 분만에 먹구름을 드리워 삼켜 버리니 골리앗의 힘으로도, 다윗의 지혜로도 어쩔 수 없답니다. 그저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해지는 수 밖에요.
▷물질과 지식의 풍림(風林)으로 사는 당신 ◁
순례자인 당신은 뭍에 산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물질과 지식의 풍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뭍의 안정성은 동백나무나 소나무 풍림에 의지해야 하는 섬의 환경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태풍이 육지에 닿으면 이미 풍속이 잦아들어 소멸의 시점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육중한 콘크리트 건물은 태풍의 멸절 무렵의 마지막 상승조차 막아버리지요.
기도로서 물질과 지식의 풍림을 버렸다면 이제 교회 문을 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십시오. 「로뎀나무」 그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면 섬 사람들에게 이 나무는 삶의 넉넉함을 제공해 줍니다. 주일 예배를 마친 이들에게도 안식처가 되어 주지요.
☞필리핀에서 시집온 아르세니아-박병근 집사부부가 부활절 달걀을 준비해 교회로 가고 있다.ⓒ☜
여기서 바다를 바라보면 내 어릴적 꿈들이 생각납니다. 신작로를 따라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로 향하던 나, 해질녘 교회당 종소리를 듣고서야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던 집으로 향하던 내가 보일 것입니다. 혹, 「로뎀나무」아래서 석양이라도 보게 되면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새명을 취하옵소서』(열상 19:4)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시도교회와 신시도
신시도교회는 성도 40여 명이 출석하는 작은 섬교회지만 섬 교회치곤 비교적 성도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100여 명의 마을 주민 가운데 40여 명이 성도라면 굉장한 복음화율이지요. 사람을 낚는 베드로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많은 곳입니다.
1959년 설립된 신시도교회는 지난 95년 필리핀 바기오시에 르와깐교회를 세우는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습니다. 도움을 받아야할 낙도 교회가 기도의 힘으로 르와깐교회를 개척해 지금은 70~80여 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르와깐교회 개척 당시 노총각이었던 박병근 집사(44세)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자매 아르세니아 집사(32세)를 만나 결혼을 해 지금 신시도에서 사람과 고기를 동시에 낚고 있습니다. 아르세니아 집사는 얼마나 신앙이 좋던지 새벽 기도를 거르는 날이 없습니다. 「은혜엄마」라고 불리는데 한국 아줌마와 조금도 다를바 없습니다.
바닷가 옆에 숙식을 겸한 수양관이 있습니다. 여름철이면 4~5 가족이 이용하기 적당합니다.(063-462-5016)
☞신시도마을 풍경.마을 주민의 절반 가량이 성도다.새만금간척사업에 따라 곧 육지가 된다 ⓒ☜
▷찾아가는 방법
전북 군산 내항 여객선터미널
에서 옥도페리호(063-446-7171)가 매일 1~2회 왕복한다. 1시간40분 소요. 배에 내려서 교회까지는 걸어서 들어가면 되는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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