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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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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정경] 편리와 불편 사이
며칠 전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서려다 사고를 냈다. 큰길로 막 나서려는데 왼편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힌 것이다. 불법주차한 차들이 시야를 가려 오토바이를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마침 둘 다 속력을 내지 않아 단순한 접촉사고로 끝나고 말았지만 생각할수록 아찔한 느낌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마치 도로를 자기네 주차장처럼 예사로 불법주차하고 있는 차주들에게 실컷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차주들이 거기에 있지도 않고,나 역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을 했으니.
차를 몰면서 수시로 생각하는 것이 이 편리와 불편에 대해서다. 나의 편리가 과연 타인의 편리가 될까 하는 의문이다. 입장과 느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 편리에 대한 나의 해석인 것 같다. 차를 갖지 않았을 때는 거리를 꽉 매운 자가용에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았다. 이 좁은 나라에서 개인의 편리를 위해 공해의 주범인 자동차가 이렇게 많아서야. 하지만 나도 오너드라이버가 되자 그런 생각은 씻은 듯 없어져 버렸다. 차를 몰고 다닐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차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불편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보행자가 될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멀어 어떻게 하면 그것을 무시하고 건너갈까만 생각하게 된다.
차뿐 아니다. 우리의 생각은 편리와 불편 사이를 자기의 편리에 따라 수시로 넘나드는 것 같다. 자기가 줄서기를 하지않아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예사로 생각하던 사람도 새치기라도 당하면 여간 불쾌해하지 않는다. 내가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사람도 다른 사람이 하면 사회정의에 어긋난 짓으로 여겨 비분강개하고 만다.
한 사람이 재개발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고 말썽이다. 개인이,그것도 부동산 파동의 진원지인 강남의 재개발 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니 놀랍기만하다. 서민이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한 채에 5억이나 넘는다는 아파트 값은 주거개념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자본의 욕망이 만들어 낸 우리시대의 바벨탑인 것이다. 한 가족이 살기에 97평 아파트가 좁아 두 채를 터서 살아야하는 특권층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녀의 26채 사재기가 다른 사람이 집을 가질 기회를 빼앗았을까? 강남의 아파트를 못 사 안달하는 사람들이 집 없는 서민들인가. 우리들이 흥분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그곳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만의 몫이요 축제일 뿐이니까. 다만 그녀가 세금을 안 냈다고? 소득이 있으면 징세가 있는 것이 사회정의이니 그거야말로 흥분해야지.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자기의 편리만을 위해 횡단보도를 몇 개나 지나치다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으니 그녀의 불편이 오죽했을까. 자기만이 운 없이 걸렸다고 불평하고 있을 테지.
이 모든 것은 우연히 내 차에 부딪친 어느 가난한 퀵 서비스맨 때문에 괜히 해보는 푸념일 뿐이다. 어쩌면 세상 편리하게 사는 법은 따로 있을 터인데.
정경(수필가)
며칠 전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서려다 사고를 냈다. 큰길로 막 나서려는데 왼편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힌 것이다. 불법주차한 차들이 시야를 가려 오토바이를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마침 둘 다 속력을 내지 않아 단순한 접촉사고로 끝나고 말았지만 생각할수록 아찔한 느낌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마치 도로를 자기네 주차장처럼 예사로 불법주차하고 있는 차주들에게 실컷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차주들이 거기에 있지도 않고,나 역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을 했으니.
차를 몰면서 수시로 생각하는 것이 이 편리와 불편에 대해서다. 나의 편리가 과연 타인의 편리가 될까 하는 의문이다. 입장과 느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 편리에 대한 나의 해석인 것 같다. 차를 갖지 않았을 때는 거리를 꽉 매운 자가용에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았다. 이 좁은 나라에서 개인의 편리를 위해 공해의 주범인 자동차가 이렇게 많아서야. 하지만 나도 오너드라이버가 되자 그런 생각은 씻은 듯 없어져 버렸다. 차를 몰고 다닐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차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불편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보행자가 될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멀어 어떻게 하면 그것을 무시하고 건너갈까만 생각하게 된다.
차뿐 아니다. 우리의 생각은 편리와 불편 사이를 자기의 편리에 따라 수시로 넘나드는 것 같다. 자기가 줄서기를 하지않아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예사로 생각하던 사람도 새치기라도 당하면 여간 불쾌해하지 않는다. 내가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사람도 다른 사람이 하면 사회정의에 어긋난 짓으로 여겨 비분강개하고 만다.
한 사람이 재개발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고 말썽이다. 개인이,그것도 부동산 파동의 진원지인 강남의 재개발 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니 놀랍기만하다. 서민이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한 채에 5억이나 넘는다는 아파트 값은 주거개념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자본의 욕망이 만들어 낸 우리시대의 바벨탑인 것이다. 한 가족이 살기에 97평 아파트가 좁아 두 채를 터서 살아야하는 특권층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녀의 26채 사재기가 다른 사람이 집을 가질 기회를 빼앗았을까? 강남의 아파트를 못 사 안달하는 사람들이 집 없는 서민들인가. 우리들이 흥분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그곳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만의 몫이요 축제일 뿐이니까. 다만 그녀가 세금을 안 냈다고? 소득이 있으면 징세가 있는 것이 사회정의이니 그거야말로 흥분해야지.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자기의 편리만을 위해 횡단보도를 몇 개나 지나치다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으니 그녀의 불편이 오죽했을까. 자기만이 운 없이 걸렸다고 불평하고 있을 테지.
이 모든 것은 우연히 내 차에 부딪친 어느 가난한 퀵 서비스맨 때문에 괜히 해보는 푸념일 뿐이다. 어쩌면 세상 편리하게 사는 법은 따로 있을 터인데.
정경(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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