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국민일보/에세이/정경] 편리와 불편 사이

무엇이든 정돌이............... 조회 수 618 추천 수 0 2002.08.27 20:32:04
.........
[에세이―정경] 편리와 불편 사이  

며칠 전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서려다 사고를 냈다. 큰길로 막 나서려는데 왼편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힌 것이다. 불법주차한 차들이 시야를 가려 오토바이를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마침 둘 다 속력을 내지 않아 단순한 접촉사고로 끝나고 말았지만 생각할수록 아찔한 느낌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마치 도로를 자기네 주차장처럼 예사로 불법주차하고 있는 차주들에게 실컷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차주들이 거기에 있지도 않고,나 역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을 했으니.

차를 몰면서 수시로 생각하는 것이 이 편리와 불편에 대해서다. 나의 편리가 과연 타인의 편리가 될까 하는 의문이다. 입장과 느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 편리에 대한 나의 해석인 것 같다. 차를 갖지 않았을 때는 거리를 꽉 매운 자가용에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았다. 이 좁은 나라에서 개인의 편리를 위해 공해의 주범인 자동차가 이렇게 많아서야. 하지만 나도 오너드라이버가 되자 그런 생각은 씻은 듯 없어져 버렸다. 차를 몰고 다닐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차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불편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보행자가 될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멀어 어떻게 하면 그것을 무시하고 건너갈까만 생각하게 된다.

차뿐 아니다. 우리의 생각은 편리와 불편 사이를 자기의 편리에 따라 수시로 넘나드는 것 같다. 자기가 줄서기를 하지않아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은 예사로 생각하던 사람도 새치기라도 당하면 여간 불쾌해하지 않는다. 내가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사람도 다른 사람이 하면 사회정의에 어긋난 짓으로 여겨 비분강개하고 만다.

한 사람이 재개발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고 말썽이다. 개인이,그것도 부동산 파동의 진원지인 강남의 재개발 될 아파트를 26채나 가졌다니 놀랍기만하다. 서민이 평생 벌어도 만질 수 없는,한 채에 5억이나 넘는다는 아파트 값은 주거개념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은 자본의 욕망이 만들어 낸 우리시대의 바벨탑인 것이다. 한 가족이 살기에 97평 아파트가 좁아 두 채를 터서 살아야하는 특권층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녀의 26채 사재기가 다른 사람이 집을 가질 기회를 빼앗았을까? 강남의 아파트를 못 사 안달하는 사람들이 집 없는 서민들인가. 우리들이 흥분할 필요가 없다. 게임은 그곳에 참여하고 있는 그들만의 몫이요 축제일 뿐이니까. 다만 그녀가 세금을 안 냈다고? 소득이 있으면 징세가 있는 것이 사회정의이니 그거야말로 흥분해야지. 과속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자기의 편리만을 위해 횡단보도를 몇 개나 지나치다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으니 그녀의 불편이 오죽했을까. 자기만이 운 없이 걸렸다고 불평하고 있을 테지.

이 모든 것은 우연히 내 차에 부딪친 어느 가난한 퀵 서비스맨 때문에 괜히 해보는 푸념일 뿐이다. 어쩌면 세상 편리하게 사는 법은 따로 있을 터인데.

정경(수필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9 무엇이든 [무허가한글학당]동시로 '동심 읽기' 서태영 2002-09-01 501
1048 무엇이든 [시] 바람 (어머니) 이신자 2002-09-01 532
1047 무엇이든 국민을 선동하는 <조선일보> 사설 정돌이 2002-08-30 563
1046 무엇이든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한반도기' 트집 정돌이 2002-08-30 872
1045 무엇이든 이정연 얼굴 내지 말라, '이회창 아들' 쓰지 말라..." 정돌이 2002-08-30 1299
1044 무엇이든 '김 법무 해임' 강행처리, 정당한가 서영석 2002-08-30 655
1043 무엇이든 방명록입니다 이정은 2002-08-30 603
1042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이인숙 2002-08-29 896
104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영옥 2002-08-29 819
1040 무엇이든 연하의 강* 이신자 2002-08-29 510
1039 무엇이든 [시] 연하의 강 이신자 2002-08-29 667
1038 무엇이든 정부부처 홈페이지에 유용한 자료가 많아요. 다람쥐 2002-08-28 613
1037 무엇이든 가을 햇볕은 藥이다 다람쥐 2002-08-28 741
1036 무엇이든 국내 등록 잡지수 4천528종 다람쥐 2002-08-28 670
1035 무엇이든 '코미디황제' 이주일씨 별세 다람쥐 2002-08-28 670
1034 무엇이든 트래픽 통계의 핵심은「접속수가 아닌 접속 시간」 다람쥐 2002-08-28 632
1033 무엇이든 [국민일보/칼럼/이진곤] 도덕성 자신 없거든 정돌이 2002-08-27 760
» 무엇이든 [국민일보/에세이/정경] 편리와 불편 사이 정돌이 2002-08-27 618
1031 무엇이든 [한겨레/정연주] 조그만 차이 정돌이 2002-08-27 523
1030 무엇이든 [한겨레/정연주] 언론 길들이기 정돌이 2002-08-27 491
1029 무엇이든 [한겨레/정연주] 부자들의 잔치 정돌이 2002-08-27 479
1028 무엇이든 [한겨레/정연주] 병역비리와 확률 정돌이 2002-08-27 557
1027 무엇이든 KBS 9시 뉴스, 그리고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정돌이 2002-08-27 581
1026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8-27 770
1025 무엇이든 [영상시] ... 떪은 삶 ! 밤안개 2002-08-27 672
1024 무엇이든 찬양의 방해꾼?-음악 (최덕신) 최덕신 2002-08-26 818
1023 무엇이든 실용음악, CCM 강좌 하늘사다리 2002-08-26 736
1022 무엇이든 2002년 9월 “좋은 독서 길라잡이 ” 송광택 목사 2002-08-26 546
102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2-08-24 950
1020 무엇이든 [re] 집사님 안녕하세요. 헤헤 쁘리첼 아이디가 없어서.. [1] 최용우 2002-08-24 1079
101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조일훈 2002-08-24 1089
1018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inja 2002-08-23 941
1017 무엇이든 워드로 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맡겨주세요. 감유정 2002-08-23 753
1016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이인숙 2002-08-23 999
1015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유인숙 2002-08-23 917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