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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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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이름짓기, 감염된 디자인
경위야 어찌 됐건 붉은악마는 천사와 악마의 구분을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실수한 작명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축구열기를 씨뿌린 소수의 사람들이 대기업을 매혹시키기까지, 그냥 이름 그 자체로서 '붉은악마'는 탄생설화 논란을 진압할 힘을 가졌다. 이제 월드컵이 끝났으니 붉은악마를 성토해보자.
'붉은악마'에게 쏟아진 열광은 견제불가능한 광기였다. 그 힘으로 붉은 악마는 보고 또 보고 싶은 월드컵 때 히딩크 못지 않게 대한민국을 엉터리로 대표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CU@K리그, the Reds는 콩글리쉬의 전형이었고 감염된 정신에서 잉태된 감염된 언어였다. 영어전문가 조화유씨는 붉은악마가 틀린 영어를 유포시켰다고 야단을 쳤지만 그 목소리는 대~한민국에 가렸다. 이걸 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얼마나 제대로 알기 어려웠을까? 영어깡통 무허가한글악당인 내 눈에도 저 표현수상하다는 느낌으로 전해왔는데 말이다. 영어공부 했다는 사람치고 이것 하나 지적해내는 사람이 없었다. 토플, 토익 귀신들은 다 무얼 했더란 말인가. 그는 Be a Red!나 Be a Red Devil이 맞다고 했다. 한때는 이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다니면 공짜로 재워주고 깎아주는 우대가 뒤따랐다.
'붉은 악마', 네 죄를 알렷다
월드컵이 큰성공으로 끝났으니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아보자. 임옥상 선생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붉은 악마'나 '4강 신화'를 한글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했다. 한글이 세계인들에게 하나의 국가적 상표로 뜰 수 있었는데, 그리하여 우리의 최고 문화상품이 한글이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나도 통한스럽다"했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선생의 글 국어가 죽어가고 있는데는 세계화시대의 민족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통한의 찬가처럼 읽혔다.
붉은악마는 무엇을 간과했나?
이미 2천만장 넘게 팔린 대박상품에 딴지를 건들 반품해달라고 할 손님이 있겠냐마는, 나도 입고 너도 입고 우리모두 걸치고 다닌 붉은악마의 티셔츠 역시도 그 영어에 세뇌된 디자인관으로 인해 국적불명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붉은 악마'를 고집하고 싶었다면, ‘Be the Reds’ 대신 '붉은악마'라고 문양을 박아넣는게 좋지 않았을까? 그 옷에 새겨진 디자인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을 거꾸로 구상했다.
붉은 악마의 티셔츠의 디자이너는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월드컵 관련 자료를 모아 '12번째 선수가 되자'는 컨셉트와 비록 영어 문구지만 한국적인 이미지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붓글씨를 이용하기로 했다. 2002개의 노루털을 바늘로 일일이 세어 붓을 만들었다. 수공으로 만든 한지 한 묶음을 가져다 수백번 같은 글씨를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속된 것을 피하려 TV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가까운 산에 가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곤 했죠." 12번째 선수가 되자는 의미를 담아 Reds의 'R'자는 12자를 본떠 만들었다. 첫 글자인 R자와 마지막 글자인 S의 끝이 만나도록 디자인한 것도 성적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하자는 뜻에서다. 라고 설명하지만, 이 디자인에 쏟아진 칭찬은 과분했다.
영어에서 디자인을 파생시키는 작풍은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오래된 지병이다. 국가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국적성을 거세하는 짓거리에 디자이너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지 않나. 요즘 디자인하는 친구들의 습성은 영어에 종속되었다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뭉개기다. 디자인을 아무나 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어 적당히 비틀어놓은 것 보고 계속해서 찬사를 보내면 아마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들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글과 그림이 따로 논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기 바란다. 국가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글 깊숙이 파고들줄도 알아야 한다.
필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입장을 세세한 데까지 적극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들로서는 타당한 견해를 내놓았다고 본다. '붉은 악마'는 우리가 지은 이름이 아니다. 청소년 축구 8강의 신화를 만들 때 외신이 극찬하는 투로 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를 '악마'라고 표현하는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놀아난데 문제가 있었다.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남이 붙여준 말을 단순 번역해서 만들어낸 이름이 무사할리 없다. 실수로 지은 이름으로 성공하더라도 논란까지 없애진 못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붉은악마 교과서 진입 방해를 지지한다. 붉은악마는 실수한 작명법이다. 천사와 악마의 구분을 확실히 하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진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붉은악마에게 환호할 시기는 지났다. 엉터리 국가홍보에 이바지한 '붉은악마'의 공적을 사서 교과서에 까지 내줄 일은 무엇인가. 악마를 천사라고 두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붉은악마'는 우리말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았다. 악마의 이름은 악마의 품으로! '붉은악마'가 시들해지니 '서포터스'가 날친다. 구제불능이다. 대한민국에는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돈을 버는 영어족들이 너무 많다. 우리시대의 작명법과 디자인법과 살아가는 법은 '붉은악마'보다 더 불길하다!
하니리포터 서태영 기자 rangkae@dreamwiz.com
편집시각 2002년08월30일13시59분 KST
경위야 어찌 됐건 붉은악마는 천사와 악마의 구분을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실수한 작명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축구열기를 씨뿌린 소수의 사람들이 대기업을 매혹시키기까지, 그냥 이름 그 자체로서 '붉은악마'는 탄생설화 논란을 진압할 힘을 가졌다. 이제 월드컵이 끝났으니 붉은악마를 성토해보자.
'붉은악마'에게 쏟아진 열광은 견제불가능한 광기였다. 그 힘으로 붉은 악마는 보고 또 보고 싶은 월드컵 때 히딩크 못지 않게 대한민국을 엉터리로 대표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CU@K리그, the Reds는 콩글리쉬의 전형이었고 감염된 정신에서 잉태된 감염된 언어였다. 영어전문가 조화유씨는 붉은악마가 틀린 영어를 유포시켰다고 야단을 쳤지만 그 목소리는 대~한민국에 가렸다. 이걸 본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얼마나 제대로 알기 어려웠을까? 영어깡통 무허가한글악당인 내 눈에도 저 표현수상하다는 느낌으로 전해왔는데 말이다. 영어공부 했다는 사람치고 이것 하나 지적해내는 사람이 없었다. 토플, 토익 귀신들은 다 무얼 했더란 말인가. 그는 Be a Red!나 Be a Red Devil이 맞다고 했다. 한때는 이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다니면 공짜로 재워주고 깎아주는 우대가 뒤따랐다.
'붉은 악마', 네 죄를 알렷다
월드컵이 큰성공으로 끝났으니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아보자. 임옥상 선생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실패한 것이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붉은 악마'나 '4강 신화'를 한글로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야 했다. 한글이 세계인들에게 하나의 국가적 상표로 뜰 수 있었는데, 그리하여 우리의 최고 문화상품이 한글이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나도 통한스럽다"했다. 중앙일보에 기고한 선생의 글 국어가 죽어가고 있는데는 세계화시대의 민족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통한의 찬가처럼 읽혔다.
붉은악마는 무엇을 간과했나?
이미 2천만장 넘게 팔린 대박상품에 딴지를 건들 반품해달라고 할 손님이 있겠냐마는, 나도 입고 너도 입고 우리모두 걸치고 다닌 붉은악마의 티셔츠 역시도 그 영어에 세뇌된 디자인관으로 인해 국적불명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붉은 악마'를 고집하고 싶었다면, ‘Be the Reds’ 대신 '붉은악마'라고 문양을 박아넣는게 좋지 않았을까? 그 옷에 새겨진 디자인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디자인을 거꾸로 구상했다.
붉은 악마의 티셔츠의 디자이너는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월드컵 관련 자료를 모아 '12번째 선수가 되자'는 컨셉트와 비록 영어 문구지만 한국적인 이미지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붓글씨를 이용하기로 했다. 2002개의 노루털을 바늘로 일일이 세어 붓을 만들었다. 수공으로 만든 한지 한 묶음을 가져다 수백번 같은 글씨를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속된 것을 피하려 TV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가까운 산에 가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다시 작업에 들어가곤 했죠." 12번째 선수가 되자는 의미를 담아 Reds의 'R'자는 12자를 본떠 만들었다. 첫 글자인 R자와 마지막 글자인 S의 끝이 만나도록 디자인한 것도 성적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하자는 뜻에서다. 라고 설명하지만, 이 디자인에 쏟아진 칭찬은 과분했다.
영어에서 디자인을 파생시키는 작풍은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오래된 지병이다. 국가이미지를 강조하면서 국적성을 거세하는 짓거리에 디자이너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지 않나. 요즘 디자인하는 친구들의 습성은 영어에 종속되었다 싶을 정도로 심각하다.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 뭉개기다. 디자인을 아무나 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영어 적당히 비틀어놓은 것 보고 계속해서 찬사를 보내면 아마 치유하기 힘든 중병에 들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글과 그림이 따로 논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기 바란다. 국가이미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글 깊숙이 파고들줄도 알아야 한다.
필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입장을 세세한 데까지 적극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들로서는 타당한 견해를 내놓았다고 본다. '붉은 악마'는 우리가 지은 이름이 아니다. 청소년 축구 8강의 신화를 만들 때 외신이 극찬하는 투로 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를 '악마'라고 표현하는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놀아난데 문제가 있었다.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 남이 붙여준 말을 단순 번역해서 만들어낸 이름이 무사할리 없다. 실수로 지은 이름으로 성공하더라도 논란까지 없애진 못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붉은악마 교과서 진입 방해를 지지한다. 붉은악마는 실수한 작명법이다. 천사와 악마의 구분을 확실히 하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진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붉은악마에게 환호할 시기는 지났다. 엉터리 국가홍보에 이바지한 '붉은악마'의 공적을 사서 교과서에 까지 내줄 일은 무엇인가. 악마를 천사라고 두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붉은악마'는 우리말의 근본을 뒤흔들어 놓았다. 악마의 이름은 악마의 품으로! '붉은악마'가 시들해지니 '서포터스'가 날친다. 구제불능이다. 대한민국에는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로 돈을 버는 영어족들이 너무 많다. 우리시대의 작명법과 디자인법과 살아가는 법은 '붉은악마'보다 더 불길하다!
하니리포터 서태영 기자 rangkae@dreamwiz.com
편집시각 2002년08월30일13시59분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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