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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아름다운 이별...

무엇이든 오인규............... 조회 수 549 추천 수 0 2002.04.25 13:15:21
.........
만남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별에 대한 앞선 슬픔 때문이리라 여겨집니다.

바로 얼마 전에 저에게 큰 슬픔이 있었습니다.
사랑했던 제자가 졸업 후 처음으로 절 만나러 왔다가 싱그런 웃음만 보여주고는
멀리 너무나도 멀리 떠나버린 일이 있었지요.
그것도 바로 제 품안에서 말입니다..........................

오늘이 그놈 잃어 버린지 꼭 두 달 째 되는 날입니다......
그 놈 그리워 수업 시간마다 후배들에게 그 놈 원망하며,
그 놈 그리워 그 놈 얘기하던 차에,
그 놈의 사랑하는 부모님이 절 찾아,
아니 그놈 뛰놀던 정든 교정이 못내 그리워 학교를 찾아 오신겁니다.
다행히 오전에 제 모든 수업을 마친터라
담당 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근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술 한잔 깊게 마셨습니다.
북받쳐 오른 눈물 참지 못하고선.........
부모님의 맘 만분의 일도 안 되는 제가 감히 말입니다.........................

만남과 이별.................
전 누구에게나 만남 못지 않게 이별의 중요성을 다짐받곤 합니다.
왜냐하면요....
지금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이별들이(잠시 잠깐만의 이별들)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그이와의 마지막 이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아내에게 늘상 이런 다짐을 받곤 합니다.
내가 출근할 때나 혹은 장시간 출장 갈 때
흐뭇하고 기쁘게, 즐거운 마음으로 날 배웅하라고 .............. 말입니다.
짧은 그 이별이, 그것이 우리 둘 부부의 마지막이 될 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오늘은
괜히 여러분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해 드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첫 번째 이야기(못 받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죠?)에 올려 드렸던
저의 못난 시적 표현처럼

"너는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사는 시한부 인생처럼
하루하루, 순간 순간을 참으로 처절하게 살아라.........."

지금의 이별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의미와
우리 삶 속의 그 무수히 많은 짧은 이별들

" 여보 나! 회사 다녀 올께..... "
" 엄마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 나 출장인데 한 이틀쯤 걸릴 것 같아....... "
" 여보! 나 계모임 다녀올께요.... "
" 아가! 나 잠시 친구들 만나고 올께...... "
" 여보! 나 잠시 슈퍼 다녀올께........ "
" 나 친정 잠시만 다녀올께요........................... "

오늘은 갑자기
정다운 이별,
아름다운 이별,
후회없는 이별
돌아보아 회한 있을 리 없는 이별이
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1. 6. 14
                                               교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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