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동가름 돼지 인생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 추천 수 0 2026.05.20 11:28:30
.........

임Cap 2026-05-20 11-15-06.jpg

[시골편지]동가름 돼지 인생

 

제주에서는 동쪽 마을을 ‘동가름’이라 한다. 가름은 마을, 동네란 뜻. 동가름 표선의 해창 집에서 몇밤을 쉬다가 귀가. 사나운 장마에 비설거지를 마치면 다시 되돌이표 돌아갈 예정이다. 동가름에서는 흙이 찰진 밭을 ‘달진밭’이라 하고, 몽글한 밭을 ‘별진밭’이라 한단다. 밭에 달이 뜨고 별이 뜬다는 소리.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밭이면 이름조차 이리 예쁠까.

검질(잡초)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어나 촐(꼴)을 베고, 저녁에는 간만에 돼지뼈를 우린 물에 순대와 돼지고기, 해초 모자반, 메밀가루 걸쭉히 갠 물을 넣어서 몸국이 완성. 두어 점 고기를 얹은 고기국수로 해장도 한다. 국수를 먹으러 해변길을 따라 읍내로 나갔는데, 아주망~ 아는 체를 하고 들어간다. 며칠 제때 제시간에 들렀덩만 눈만 깜박, 두말이 없다.

보리밭 농사에 거름으로 돼지똥만 한 게 없어 도새기(돼지)를 그렇게 많이 길렀단다. 마을 잔치에 고기를 고루 나누는 일꾼을 ‘도감’이라고 했다지. 도감이 굵게 썰면 잔치에 손님이 적다는 소리. 될 수 있으면 얇게 썰고 잘 얹어내야 “혼저(어서 빨리) 먹읍서. 베지근허고 좋수다” 흡족한 얼굴들이 된다.

잔치에 오지 못하는 병든 노인이나 이웃에게도 애들을 시켜 ‘고기반’ 한 접시씩 돌렸는데, 이를 ‘출반’(반: 제사나 잔치 때 남은 음식)이라 한다. 낮에는 물질(바닷일)이나 우영 밭일, 밤엔 바농질(바느질), 쉴 틈이 없으나 틈틈이 굴묵(아궁이)에 땔 나무도 구하고, 떼담(돌담) 안쪽에 돼지우리도 살폈다. 도새기나 몽생이(망아지)가 할강할강(헐떡)거리며 잘 놀면 살맛이 났던 세월이었지. 불과 반세기 전 얘기다.

다시 비가 몰려오네. “하늘이 멜라졌나(무너졌나) 비가 이추룩(이토록) 내리민. 하~ 누게사(누가) 데령(데리고) 잡아가신디….” 소화가 전혀 안 된, 동가름 돼지 인생이 빗길에 슝슝~ 저격수의 총알을 피하듯 달음질로 돌아왔다.

 

임의진 시인2024.07.17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o08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64 임의진 [시골편지] 야생화 updatefile 임의진 2026-05-28 9
13263 임의진 [시골편지] 옥돔구이 updatefile 임의진 2026-05-28 4
13262 임의진 [시골편지] 샹브레 updatefile 임의진 2026-05-28 3
13261 임의진 [시골편지] 장거리 달리기 선수 updatefile 임의진 2026-05-28 4
13260 임의진 [시골편지] 일중남 updatefile 임의진 2026-05-28 2
13259 필로칼리아 단순함과 겸손 헤시키우스 2026-05-26 14
13258 필로칼리아 수덕생활 헤시키우스 2026-05-26 9
13257 필로칼리아 집중헌신 헤시키우스 2026-05-26 8
13256 필로칼리아 순종과 행함 헤시키우스 2026-05-26 6
13255 필로칼리아 계명을 행함 헤시키우스 2026-05-26 4
13254 필로칼리아 경계중 헤시키우스 2026-05-26 7
13253 필로칼리아 해로운 것 헤시키우스 2026-05-26 4
13252 필로칼리아 파수꾼 헤시키우스 2026-05-26 14
13251 필로칼리아 겸손과 수덕 헤시키우스 2026-05-26 7
13250 필로칼리아 정념이 사라졌을 때 헤시키우스 2026-05-26 6
13249 임의진 [시골편지] 대구 남자 file 임의진 2026-05-20 15
13248 임의진 [시골편지] 르트루바유 file 임의진 2026-05-20 6
13247 임의진 [시골편지] 날씨 아저씨 file 임의진 2026-05-20 9
13246 임의진 [시골편지] 끼끼 쏘쏘! file 임의진 2026-05-20 3
13245 임의진 [시골편지] 원두막 나이트 file 임의진 2026-05-20 7
13244 임의진 [시골편지] 쉭쉭! file 임의진 2026-05-20 4
» 임의진 [시골편지] 동가름 돼지 인생 file 임의진 2026-05-20 4
13242 임의진 [시골편지] 바닷물 스승님 file 임의진 2026-05-20 12
13241 임의진 [시골편지] 넋두리 노래잔치 file 임의진 2026-05-20 5
13240 임의진 [시골편지] 몰강물 file 임의진 2026-05-20 10
13239 필로칼리아 금욕 고행 헤시키우스 2026-05-14 9
13238 필로칼리아 정념 헤시키우스 2026-05-14 4
13237 필로칼리아 내적 수도사 헤시키우스 2026-05-14 5
13236 필로칼리아 외적 수도사 헤시키우스 2026-05-14 3
13235 필로칼리아 무지 헤시키우스 2026-05-14 4
13234 필로칼리아 자제력 헤시키우스 2026-05-14 4
13233 필로칼리아 무정념 헤시키우스 2026-05-14 4
13232 필로칼리아 극기 헤시키우스 2026-05-14 3
13231 필로칼리아 반성 헤시키우스 2026-05-14 6
13230 필로칼리아 먼지와 티끌 헤시키우스 2026-05-14 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