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
출처/오마이뉴스
저자/김규환의 살림제안<1>지혜로운 주부의 탁월한 선택
김규환 기자 kgh17@hitel.net
종합예술 김치로 사는 대한민국 사람
김치왕국, 김치종주국 식탁에서 김치를 빼버리면 과연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김치 종류만 해도 무려100가지가 넘는다. 밥상에 하루만 김치가 없어도 허전한 것이 대한민국 사람들. 곳곳에서 김치 축제가 열리고 일본과 원조 논쟁에서 KO승을 거두고, 김장은 민족의 풍속이자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기에 김치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보도에 물 사먹던 일을 욕하던 시절과 닮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김치는 입맛에 따라 새우, 까나리, 멸치, 명태 아가미, 명란 등 젓갈을 넣어 찹쌀 죽에 미나리, 갓, 당근, 무채, 마늘, 파, 생강, 깨와 고춧가루를 넣어 비비는 종합예술이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이라 했는데 요즘은 김치 맛이 좌우한다. 주부의 가장 크고 힘든 일 중 하나가 김치 담그기이다. 김치 역사를 보면 조선 정조 이전까지는 주로 소금에 절여 먹는 장아찌와 백김치였는데, 고추가 들어옴으로써 비로소 현재의 김치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솜씨가 달라 매콤한가 하면, 달짝지근하며, 시큼하고, 시원한 맛이 나고 고추 범벅이 있는가 하면, 속 노란 배추만 선호하고, 푸릇푸릇 한 것 아니면 손도 대지 않는 집도 있고 지역마다 입맛도 제 각각이다. 젓갈이 더 해짐으로써 비로소 발효과학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김치는 곧 생활이다.
배추 선택이 절반을 좌우
쌀과 김치 재료는 농사의 시작이요 끝이다. 밥도 쌀이 좋아야 함 치르르 한 맛이 나듯이 김치도 배추와 무가 좋아야 제 맛을 낸다. 맛좋고 영양 좋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채소를 잘 골라야 한다.
같은 시기에 나온 것이라면 단단하고 겉은 푸르되 속은 노랗게 꽉 찬 것이라야 한다. 겉잎이 지나치게 진녹색을 띠고 있다면 출하 직전까지 요소비료를 쉬지 않고 줬다고 보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일차적으로 여기 까지 해냈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떤 채소가 좋은지 배추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하절기 배추는 각종 병충해의 온상, 농약 범벅
봄·여름 배추는 가을 배추와 여러모로 차이가 크다. 단지 하절기 배추가 뛰어난 것은 고온다습 해 일찍 포기를 채운다는 점 뿐이다. 평지에서는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해발 450m 이상 되는 고랭지 배추를 그나마 알아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는 특성을 활용해 강원도 오대산 일대와 전북 진안고원 일대에는 배추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생육 환경과 재배과정을 비교해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하절기 배추는 5월을 기점으로 온도가 상승하고 비가 자주 내리게 되므로 농가 입장에서 보면 일찍 자라 좋지만 품질면에서는 수분을 과다 함유하여 쉬 물러지는 경향이 있다. 서서히 자라다가 어느 날 날씨가 따뜻해지니 세상물정 모르고 막 자라게 된다.
따라서 웃자란 이놈들에게 병이 생기게 되고 벌레가 창궐하게 된다. 요즘은 대체로 유기질 비료인 퇴비보다는 화학비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은 악순환 관계로 들어가 비료 치고, 웃자라니, 농약을 닷새가 멀다하고 퍼붓고, 다시 병해충 생기고, 또다시 농약 뿌리고, 화학 비료 치는 참담한 과정을 5∼6회 되풀이하는 것이다.
농약도 환경호르몬의 주범인 제초제(풀 죽이는 약)를 심기 열흘 전쯤 듬뿍 뿌리고 밭을 갈고, 싹이 텄을 때 한 번 뿌린다. 생육기간이 40일 이라면 일주일에 1회 계산하면 5회 정도를 뿌리게 되는 것이다. 이 놈의 병과 충도 한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니 한 번에 대여섯 가지를 혼합하여 뿌린다.
농사도 시장원리에 종속
농약 성분이 다 빠지기도 전에 다시 같은 작업을 해대니 이 놈의 벌레들이 달려들어 먹을 엄두를 못 내다보니 시장엔 파릇파릇하여 때깔 좋고, 얼룩 하나 지지 않은 것이 진짜 행세를 한다. 이것도 모르고 소비자는 옹고집전(壅固執傳) 양반 흉내에 속아 비싼 값을 치르고 최상품을 샀다며 의기양양해 한다. 벌레도 먹지 않는 오염된 것을 사람들은 최고라며 줄서서 사가니 이를 어찌할까?
양심적인 농민이라 했던가? 이미 하절기 배추를 재배하는 거대 농가들은 막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농부는 하늘 쳐다보고, 양심으로 농사짓는다'는 통념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적정 물량, 출하시기, 단가 등에 종속된 시장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최소 60일은 자란 서리맞은 배추가 맛과 영양이 풍부
무릇 배추는 중부지방의 경우 양력 8월 초 입추(立秋) 무렵 파종을 하여 온갖 풍상을 겪으며 서리도 맞고 밤낮 기온차이도 느끼면서 밤에는 수분을 흡수, 낮엔 수분을 뱉어내 광합성을 열심히 해대며 90일 가량을 자라야 한다.
한두 번 싹 틔우는데 실패했다면 광복절 무렵까지 씨앗을 뿌려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때는 반드시 생육 기간이 훨씬 짧은 60일 배추 종자를 파종한다.
그런데 하절기 배추와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배추의 경우 단단한 섬유질이 형성될 충분한 시간을 경과하지 않고 채 절반도 안 되는 40일 이내에 수확하게 된다. 허우대만 멀쩡한 배추지 내용물을 분석하면 늦가을 배추 가운데 속 안 찬 배추보다 못하다는 게 통설이다.
이런 배추로 아무리 빼어난 솜씨를 발휘해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가 좋은 양념을 쓴다 한들 쉽게 짓무르고 김치통이 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김치 다이어트 효과는 미미하게 되고 변비도 신통하게 들지 않는다.
'신토불이'라는 상업성 짙은 광고 문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우리 것은 품질이 뛰어나다. 인삼을 필두로, 한약재 대부분이 그러하며, 집 짓는 나무가 그렇고, 하다못해 추어탕 끓이는 미꾸라지도 그렇다.
제철 농산물만 사먹어도 일단 안심
중요한 것은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제철에 먹어야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맛도 좋다는 점이다. 여름에 잘 자라면 여름에 맞고, 가을에 더 잘 자라면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다.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는 세상이니 제철을 잊고 산지 오래다.
도시에서 자란 태생적 제약, 현재 도시에 살아 자연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환경적 요인이 제철을 잃게 만드니 사람의 몸이 망가지는 것은 둘째치고, 후대를 기약하지 못하게 끔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한 철 앞 당겨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은 유통과 저장 과정에서 방부제와 살충제, 생장 억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사실을 상기하면 입맛이 뚝 떨어질 게 분명하다.
유기농 배추를 못 먹을 바에는 가을 배추를 먹어야
진짜 배추는 절기로 상강(霜降)을 지내야 한다. 파종기에만 잠깐 더웠다가 이후 서서히 기온이 떨어져 벌레도, 병해도 맥을 못추는 계절로 접어들어야만 한 번이라도 농약을 덜 치게 되어 안전성을 보장받는다. 시기에 있어서도 8월 초순을 넘기면 파종을 포기해야 하므로 이 때 심어 오랜 동안 자라 김장철이 다 되어서야 포기를 가득 채우는 계절적 특성상 최소 60일은 자라게 되어 조직이 단단하고 적절히 탈수를 진행하여 고소한 맛, 씹히는 맛이 나게 된다.
유기농 배추를 사다 먹을 수 없는 각자의 처지를 감안한다면 어찌 보면 계절적 요인이 배추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초액(참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고농축 액체)과 각종 한약재를 주원료로 살충제 및 살균제로 쓰고 수시로 청벌레를 손으로 잡아 줘야 하는 유기농, 무농약 배추를 당장 구입할 의사가 없다면 말이다.
그럼 여름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로 여름엔 김치 소비량이 적은 시기이다. 요즘은 김치 냉장고 없는 집이 더 적을 것이므로 최소 5월말까지는 여름용 김장을 해서 보관하는 주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도 아니면 여름철에 나는 제철 채소 소비를 늘리고, 김치를 조금 줄이는 수 밖에 없다.
무공해 농산물이란 없다
끝으로 아직도 버젓이 '무공해'라고 써 붙이고 선전하는 것은 모두 가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무공해란 애초에 있지도 않다. 산업화가 첫 삽을 뜨기도 전인 19세기말에나 가능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미 왠만한 농산물은 대기, 수질, 토양이 악화된 상황이라 비료하나 안치고 농약 한번 안쳐도 오염에 무방비 상태다. 산성비,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 각종 중금속, 봄철 황사에 노출되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예로 사료와 물만 먹여 키운 돼지를 유기축산물이라 부르지 못하는 까닭은 사료와 물의 오염과 항생제의 남용이 심한 까닭이다.
이에 정부와 환경농업 단체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3년 이상 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 무화학비료농산물로 구분하여 쓰고 있다.
저자/김규환의 살림제안<1>지혜로운 주부의 탁월한 선택
김규환 기자 kgh17@hitel.net
종합예술 김치로 사는 대한민국 사람
김치왕국, 김치종주국 식탁에서 김치를 빼버리면 과연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김치 종류만 해도 무려100가지가 넘는다. 밥상에 하루만 김치가 없어도 허전한 것이 대한민국 사람들. 곳곳에서 김치 축제가 열리고 일본과 원조 논쟁에서 KO승을 거두고, 김장은 민족의 풍속이자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기에 김치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보도에 물 사먹던 일을 욕하던 시절과 닮아 격세지감을 느낀다.
김치는 입맛에 따라 새우, 까나리, 멸치, 명태 아가미, 명란 등 젓갈을 넣어 찹쌀 죽에 미나리, 갓, 당근, 무채, 마늘, 파, 생강, 깨와 고춧가루를 넣어 비비는 종합예술이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은 장맛이라 했는데 요즘은 김치 맛이 좌우한다. 주부의 가장 크고 힘든 일 중 하나가 김치 담그기이다. 김치 역사를 보면 조선 정조 이전까지는 주로 소금에 절여 먹는 장아찌와 백김치였는데, 고추가 들어옴으로써 비로소 현재의 김치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집집마다 솜씨가 달라 매콤한가 하면, 달짝지근하며, 시큼하고, 시원한 맛이 나고 고추 범벅이 있는가 하면, 속 노란 배추만 선호하고, 푸릇푸릇 한 것 아니면 손도 대지 않는 집도 있고 지역마다 입맛도 제 각각이다. 젓갈이 더 해짐으로써 비로소 발효과학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김치는 곧 생활이다.
배추 선택이 절반을 좌우
쌀과 김치 재료는 농사의 시작이요 끝이다. 밥도 쌀이 좋아야 함 치르르 한 맛이 나듯이 김치도 배추와 무가 좋아야 제 맛을 낸다. 맛좋고 영양 좋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채소를 잘 골라야 한다.
같은 시기에 나온 것이라면 단단하고 겉은 푸르되 속은 노랗게 꽉 찬 것이라야 한다. 겉잎이 지나치게 진녹색을 띠고 있다면 출하 직전까지 요소비료를 쉬지 않고 줬다고 보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일차적으로 여기 까지 해냈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떤 채소가 좋은지 배추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하절기 배추는 각종 병충해의 온상, 농약 범벅
봄·여름 배추는 가을 배추와 여러모로 차이가 크다. 단지 하절기 배추가 뛰어난 것은 고온다습 해 일찍 포기를 채운다는 점 뿐이다. 평지에서는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해발 450m 이상 되는 고랭지 배추를 그나마 알아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는 특성을 활용해 강원도 오대산 일대와 전북 진안고원 일대에는 배추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생육 환경과 재배과정을 비교해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하절기 배추는 5월을 기점으로 온도가 상승하고 비가 자주 내리게 되므로 농가 입장에서 보면 일찍 자라 좋지만 품질면에서는 수분을 과다 함유하여 쉬 물러지는 경향이 있다. 서서히 자라다가 어느 날 날씨가 따뜻해지니 세상물정 모르고 막 자라게 된다.
따라서 웃자란 이놈들에게 병이 생기게 되고 벌레가 창궐하게 된다. 요즘은 대체로 유기질 비료인 퇴비보다는 화학비료에 의존하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은 악순환 관계로 들어가 비료 치고, 웃자라니, 농약을 닷새가 멀다하고 퍼붓고, 다시 병해충 생기고, 또다시 농약 뿌리고, 화학 비료 치는 참담한 과정을 5∼6회 되풀이하는 것이다.
농약도 환경호르몬의 주범인 제초제(풀 죽이는 약)를 심기 열흘 전쯤 듬뿍 뿌리고 밭을 갈고, 싹이 텄을 때 한 번 뿌린다. 생육기간이 40일 이라면 일주일에 1회 계산하면 5회 정도를 뿌리게 되는 것이다. 이 놈의 병과 충도 한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니 한 번에 대여섯 가지를 혼합하여 뿌린다.
농사도 시장원리에 종속
농약 성분이 다 빠지기도 전에 다시 같은 작업을 해대니 이 놈의 벌레들이 달려들어 먹을 엄두를 못 내다보니 시장엔 파릇파릇하여 때깔 좋고, 얼룩 하나 지지 않은 것이 진짜 행세를 한다. 이것도 모르고 소비자는 옹고집전(壅固執傳) 양반 흉내에 속아 비싼 값을 치르고 최상품을 샀다며 의기양양해 한다. 벌레도 먹지 않는 오염된 것을 사람들은 최고라며 줄서서 사가니 이를 어찌할까?
양심적인 농민이라 했던가? 이미 하절기 배추를 재배하는 거대 농가들은 막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농부는 하늘 쳐다보고, 양심으로 농사짓는다'는 통념을 벗어난 사람들이다. 적정 물량, 출하시기, 단가 등에 종속된 시장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최소 60일은 자란 서리맞은 배추가 맛과 영양이 풍부
무릇 배추는 중부지방의 경우 양력 8월 초 입추(立秋) 무렵 파종을 하여 온갖 풍상을 겪으며 서리도 맞고 밤낮 기온차이도 느끼면서 밤에는 수분을 흡수, 낮엔 수분을 뱉어내 광합성을 열심히 해대며 90일 가량을 자라야 한다.
한두 번 싹 틔우는데 실패했다면 광복절 무렵까지 씨앗을 뿌려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때는 반드시 생육 기간이 훨씬 짧은 60일 배추 종자를 파종한다.
그런데 하절기 배추와 시설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배추의 경우 단단한 섬유질이 형성될 충분한 시간을 경과하지 않고 채 절반도 안 되는 40일 이내에 수확하게 된다. 허우대만 멀쩡한 배추지 내용물을 분석하면 늦가을 배추 가운데 속 안 찬 배추보다 못하다는 게 통설이다.
이런 배추로 아무리 빼어난 솜씨를 발휘해 배추를 소금에 절였다가 좋은 양념을 쓴다 한들 쉽게 짓무르고 김치통이 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김치 다이어트 효과는 미미하게 되고 변비도 신통하게 들지 않는다.
'신토불이'라는 상업성 짙은 광고 문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우리 것은 품질이 뛰어나다. 인삼을 필두로, 한약재 대부분이 그러하며, 집 짓는 나무가 그렇고, 하다못해 추어탕 끓이는 미꾸라지도 그렇다.
제철 농산물만 사먹어도 일단 안심
중요한 것은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제철에 나는 농산물을 제철에 먹어야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맛도 좋다는 점이다. 여름에 잘 자라면 여름에 맞고, 가을에 더 잘 자라면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다.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는 세상이니 제철을 잊고 산지 오래다.
도시에서 자란 태생적 제약, 현재 도시에 살아 자연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환경적 요인이 제철을 잃게 만드니 사람의 몸이 망가지는 것은 둘째치고, 후대를 기약하지 못하게 끔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한 철 앞 당겨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은 유통과 저장 과정에서 방부제와 살충제, 생장 억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사실을 상기하면 입맛이 뚝 떨어질 게 분명하다.
유기농 배추를 못 먹을 바에는 가을 배추를 먹어야
진짜 배추는 절기로 상강(霜降)을 지내야 한다. 파종기에만 잠깐 더웠다가 이후 서서히 기온이 떨어져 벌레도, 병해도 맥을 못추는 계절로 접어들어야만 한 번이라도 농약을 덜 치게 되어 안전성을 보장받는다. 시기에 있어서도 8월 초순을 넘기면 파종을 포기해야 하므로 이 때 심어 오랜 동안 자라 김장철이 다 되어서야 포기를 가득 채우는 계절적 특성상 최소 60일은 자라게 되어 조직이 단단하고 적절히 탈수를 진행하여 고소한 맛, 씹히는 맛이 나게 된다.
유기농 배추를 사다 먹을 수 없는 각자의 처지를 감안한다면 어찌 보면 계절적 요인이 배추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초액(참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고농축 액체)과 각종 한약재를 주원료로 살충제 및 살균제로 쓰고 수시로 청벌레를 손으로 잡아 줘야 하는 유기농, 무농약 배추를 당장 구입할 의사가 없다면 말이다.
그럼 여름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로 여름엔 김치 소비량이 적은 시기이다. 요즘은 김치 냉장고 없는 집이 더 적을 것이므로 최소 5월말까지는 여름용 김장을 해서 보관하는 주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도 아니면 여름철에 나는 제철 채소 소비를 늘리고, 김치를 조금 줄이는 수 밖에 없다.
무공해 농산물이란 없다
끝으로 아직도 버젓이 '무공해'라고 써 붙이고 선전하는 것은 모두 가짜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무공해란 애초에 있지도 않다. 산업화가 첫 삽을 뜨기도 전인 19세기말에나 가능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미 왠만한 농산물은 대기, 수질, 토양이 악화된 상황이라 비료하나 안치고 농약 한번 안쳐도 오염에 무방비 상태다. 산성비,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 각종 중금속, 봄철 황사에 노출되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예로 사료와 물만 먹여 키운 돼지를 유기축산물이라 부르지 못하는 까닭은 사료와 물의 오염과 항생제의 남용이 심한 까닭이다.
이에 정부와 환경농업 단체에서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3년 이상 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 무화학비료농산물로 구분하여 쓰고 있다.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