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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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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등 이용한 친환경 무농약 경작법
땅심 회복 안돼 수확량은 아직 60% 수준
대전 유일의 태평농법 경작 논을 찾아
◈배달진씨가 영글어가는 벼이삭을 어루만지고 있다.
피와 잡풀이 무성하고 메뚜기를 비롯한 이름 모를 곤충들이 어지러이 노니는 논. 군데군데 물이 들어차 있고 줄지어 늘어서 있는 여타 논의 벼들과는 달리 키 뿐만 아니라 방향까지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는 벼들.
아무리 들여다봐도 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느 게으른 농부의 논이거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방치해 놓은 곳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와 벼가 섞여 자라고 있는 5,000여 평의 논은 이른바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태평농법이란 미생물과 벌레 등 생태계의 천적관계를 이용해 농약을 치지 않고도 해충을 내쫓으며, 비료를 쓰거나 땅을 갈아엎지도 않는 농사기술을 말한다.
즉, 봄에 보리를 추수하면서 그 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가을 벼 수확 때는 보리 씨앗을 파종한 뒤 보리나 볏짚을 깔아 놓으면 이 보리나 볏짚이 자연적으로 잡풀 생육을 억제시키고 그 안에 있는 벌레들이 천적 관계인 해충들을 없애는 무농약, 무경운 농법이다.
이 농법은 경북의 농민 이영문씨에 의해 처음 개발된 후 여러 해에 걸쳐 국립 경상대 농과대 연구팀에 의해 과학성 및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현재 전국 300여 농가에서 이 농법으로 농사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성 입증 전국 300여 농가서 경작
대전에서 유일하게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기현(42·민주노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원장), 배달진씨(47·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 연구소 무선제어 연구팀)는 대덕연구단지 인근 유성구 방현동에 1,800여평, 유성 방동 저수지 부근에 3,000여평 등 5,000여 평의 논에서 태평농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면 하루 종일 논에만 매달려야 할지 모르지만 두 농사꾼(?)은 그야말로 태평스럽다. 주말에 시간을 내 일주일에 한번정도 논을 찾아 한번 둘러보는 것이 농사의 전부.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 물 관리와 논둑 관리에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일다운 일을 한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하지만 태평농법을 시작한지 3년째지만 아직은 수확량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첫해에는 수확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의 양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5,000여평의 논에서 1,200kg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같은 규모의 일반 논에 비하면 40% 수준밖에 미치지 않는 수확량이다. 올해는 조금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60% 이상의 수확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태평농법에 맞는 농약이나 비료 성분이 없는 순수한 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장 다니면서도 농사 병행할 수 있어
정기현씨는 ″지금까지 농사는 인간을 위해 땅을 조절해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갈아엎고 휴경 없이 계속되는 경작으로 땅의 힘이 계속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지력을 보강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되고 해충들이 생겨 농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습니다. 이런 땅에서 태평농법에 맞는 자연상태의 순수한 땅으로 만들기 위한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태평농법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얘기다. 태평농법은 비료와 농약 성분이 전무한 땅에서 경작을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들이 임대해 경작하고 있는 논은 이전에 일반 경작을 한 곳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농약과 비료 성분이 땅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농사를 시작한 첫 해에는 논 전체에 녹조가 나타나 볍씨의 발아가 안되고 썩는 등 이전의 농사법에 의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올해는 이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땅이 점점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태평농법을 처음 접한 것은 99년 IMF 이후 귀농바람이 불었을 때였다. 직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찾아간 충남 예산의 귀농학교에서 우연히 이영문씨의 태평농법을 알게됐다.
배달진씨는 ″태평농법을 소개해준 이영문씨를 직접 만나 농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씨의 논을 직접 확인한 뒤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이고 최상의 농법 자부
◈메뚜기, 개구리 등이 뛰어노는 무공해 논.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하자 일부에서는 비웃음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손에 흙 한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들이 농사에만 매달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직장일을 하면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확을 거두지 못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태평농법을 계속할 예정이다. 수확량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땅에서 농약과 비료 성분만 제거된다면 언제든지 태평농법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연 환경 보호 효율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농법이 태평농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태평농법 보급을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
정씨는 ″지금까지의 농사는 마치 장사처럼 같은 조건에서 많이 생산하면 된다고 여겨 왔습니다. 농민들의 땀도 영농 기계화 속에서 퇴색된 지 오래고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친환경 적이고 일손이 적게 가는 태평농법은 앞으로 가장 최적의 영농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성공해 경북, 지리산 자락 등 시골이 아닌 도심에서도 태평농법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우영 기자·boohwal96@dtnews24.com>
땅심 회복 안돼 수확량은 아직 60% 수준
대전 유일의 태평농법 경작 논을 찾아
◈배달진씨가 영글어가는 벼이삭을 어루만지고 있다.
피와 잡풀이 무성하고 메뚜기를 비롯한 이름 모를 곤충들이 어지러이 노니는 논. 군데군데 물이 들어차 있고 줄지어 늘어서 있는 여타 논의 벼들과는 달리 키 뿐만 아니라 방향까지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있는 벼들.
아무리 들여다봐도 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어느 게으른 농부의 논이거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방치해 놓은 곳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와 벼가 섞여 자라고 있는 5,000여 평의 논은 이른바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하고 있는 곳이다.
태평농법이란 미생물과 벌레 등 생태계의 천적관계를 이용해 농약을 치지 않고도 해충을 내쫓으며, 비료를 쓰거나 땅을 갈아엎지도 않는 농사기술을 말한다.
즉, 봄에 보리를 추수하면서 그 자리에 볍씨를 뿌리고 가을 벼 수확 때는 보리 씨앗을 파종한 뒤 보리나 볏짚을 깔아 놓으면 이 보리나 볏짚이 자연적으로 잡풀 생육을 억제시키고 그 안에 있는 벌레들이 천적 관계인 해충들을 없애는 무농약, 무경운 농법이다.
이 농법은 경북의 농민 이영문씨에 의해 처음 개발된 후 여러 해에 걸쳐 국립 경상대 농과대 연구팀에 의해 과학성 및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현재 전국 300여 농가에서 이 농법으로 농사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성 입증 전국 300여 농가서 경작
대전에서 유일하게 태평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기현(42·민주노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원장), 배달진씨(47·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동통신 연구소 무선제어 연구팀)는 대덕연구단지 인근 유성구 방현동에 1,800여평, 유성 방동 저수지 부근에 3,000여평 등 5,000여 평의 논에서 태평농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면 하루 종일 논에만 매달려야 할지 모르지만 두 농사꾼(?)은 그야말로 태평스럽다. 주말에 시간을 내 일주일에 한번정도 논을 찾아 한번 둘러보는 것이 농사의 전부.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 물 관리와 논둑 관리에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일다운 일을 한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하지만 태평농법을 시작한지 3년째지만 아직은 수확량이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첫해에는 수확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의 양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5,000여평의 논에서 1,200kg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같은 규모의 일반 논에 비하면 40% 수준밖에 미치지 않는 수확량이다. 올해는 조금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60% 이상의 수확을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태평농법에 맞는 농약이나 비료 성분이 없는 순수한 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직장 다니면서도 농사 병행할 수 있어
정기현씨는 ″지금까지 농사는 인간을 위해 땅을 조절해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갈아엎고 휴경 없이 계속되는 경작으로 땅의 힘이 계속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지력을 보강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되고 해충들이 생겨 농약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거듭돼 왔습니다. 이런 땅에서 태평농법에 맞는 자연상태의 순수한 땅으로 만들기 위한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태평농법을 위한 준비단계라는 얘기다. 태평농법은 비료와 농약 성분이 전무한 땅에서 경작을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들이 임대해 경작하고 있는 논은 이전에 일반 경작을 한 곳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농약과 비료 성분이 땅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농사를 시작한 첫 해에는 논 전체에 녹조가 나타나 볍씨의 발아가 안되고 썩는 등 이전의 농사법에 의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올해는 이런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땅이 점점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태평농법을 처음 접한 것은 99년 IMF 이후 귀농바람이 불었을 때였다. 직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찾아간 충남 예산의 귀농학교에서 우연히 이영문씨의 태평농법을 알게됐다.
배달진씨는 ″태평농법을 소개해준 이영문씨를 직접 만나 농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씨의 논을 직접 확인한 뒤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이고 최상의 농법 자부
◈메뚜기, 개구리 등이 뛰어노는 무공해 논.
태평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하자 일부에서는 비웃음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손에 흙 한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들이 농사에만 매달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직장일을 하면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수확을 거두지 못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앞으로도 태평농법을 계속할 예정이다. 수확량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본다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땅에서 농약과 비료 성분만 제거된다면 언제든지 태평농법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연 환경 보호 효율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농법이 태평농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태평농법 보급을 위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
정씨는 ″지금까지의 농사는 마치 장사처럼 같은 조건에서 많이 생산하면 된다고 여겨 왔습니다. 농민들의 땀도 영농 기계화 속에서 퇴색된 지 오래고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친환경 적이고 일손이 적게 가는 태평농법은 앞으로 가장 최적의 영농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성공해 경북, 지리산 자락 등 시골이 아닌 도심에서도 태평농법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우영 기자·boohwal96@dt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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