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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지리산 두레마을' 기사본문

무엇이든 김진홍............... 조회 수 1016 추천 수 0 2002.10.24 17: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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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바람개비 생태마을 미래밝혀 ‘두레공동체’

지리산 두메산골에 생태공동체 두레마을이 들어섰다. 마을 둘레는 산머루밭으로 둘려 있고 들머리엔 장승 대신 풍력발전기가 우뚝 섰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타다 함양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 남원쪽으로 20여분 동안 달리면 함양읍 중림리 시목마을이 나온다. 여느 지리산 자락처럼 수수한 수목들로 둘러싸인 마을을 지나 삼봉산 기슭을 100여m 올라가면 조금 비탈진 널따란 평원이 펼쳐진다.

개천절인 지난 3일 이곳에서는 생태공동체를 표방하는 지리산 두레마을 개원 잔치가 벌어졌다. 두레공동체 대표 김진홍 목사는 “30여년 동안 두레공동체를 키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사람과 가축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생태공동체 마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두레공동체는 김 목사가 1970년대 청계천 빈민들과 남양만에서 시작한 생활·신앙공동체다.

지리산 두레마을은 기존 생태공동체와 ‘이질적’이다. 지식인들이 생태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생태마을을 소규모로 개척해가는 간디학교나 변산공동체와는 먼저 13만평이라는 규모에서 다르다. 또 농림수산부·산림청 등의 지원을 받아 기존 마을을 유기농·순환농법 등으로 생태화하는 대신 ‘백지’상태에서 생태마을을 10여년에 걸쳐 계획적으로 조성해갈 방침이다.

두레마을은 생태에너지의 자급자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날 개원식은 돌풍과 소나기로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나 식장 뒤편에 설치된 3대의 풍력발전기는 바람개비(프로펠러)를 열심히 돌리며 20와트짜리 전등 6개를 환하게 밝혀 생태에너지마을의 탄생을 자축하고 있었다.

이 풍력발전기는 태양광 겸용 발전기로, 중국 내몽고에서 지난 79년부터 사용해온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출력 500와트짜리 소형 발전기의 프로펠러는 농부의 이마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도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다. 초속 1.5m의 바람만 불어도 날개가 돌아가고 3m 정도에서는 충전까지 가능하다. 두레마을에 기술을 소개한 중국 풍력발전기제조업체 협정의 정소진 사장은 “한국은 평균 풍속이 제주와 남해안 일부만이 초속 6m이고 나머지 지역은 3m 미만이라 초속 8~12m의 풍속에서 전기를 발생하는 중대형 풍력발전기보다는 소형발전기가 제격이다”고 했다. 이 소형풍력발전기는 올해 5월 경기 군포기독교청년회관 교육과 옥상과 오산 주유소 한 곳에 실험적으로 설치돼 조명용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두레마을의 풍력-태양광 겸용 발전기는 생태마을을 상징하는 ‘장승’이 아니다. 2200만원을 들여 설치된 3대의 발전기는 20와트짜리 할로겐 전등 20개를 밝힐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마을 가로등과 청소년수련관 등의 조명을 실질적으로 담당한다.

임진철 중국두레공동체운동 본부장(중앙민족대학 아·태경제문화발전연구소장)은 “10여개의 풍력-태양광 겸용 발전기를 추가 설치하고, 골짜기 물을 막아 소수력발전기를 만들고 소·돼지 똥과 풀·농사 부산물 등을 원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취사용으로 쓰는 등 마을 조성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화석연료 대신 자연에너지로 100% 자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경남과 전북 경계인 팔령재에서 삼봉산과 오봉산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많았다”는 시목마을 주민 김점철(71)씨 말을 들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 싶다.

산머루농장은 두레마을이 생태공동체로 생존해갈 두번째 필요충분조건이다. 마을 터로 확보한 13만평 가운데 2만평에는 이 지역 자생 산머루를 개량해 재배하고 있다. 산머루는 농약·비료가 필요없이 퇴비로만 경작이 가능하고 알칼리성 음식이어서 항암 효과가 높아 생태마을에서 가꾸기에 안성맞춤이다. 두레마을 ‘주민 1호’인 지리산 산머루영농조합법인의 이상인 사장은 “3년 전부터 조성한 산머루농장에서 올해 1억여원의 수익이 나왔다”며 “주위 농민과 계약을 통해 50만평 규모로 재배면적을 늘리고 건강식품으로 가공해 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에 있는 두레공동체를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동체에 국제 경영 개념을 도입해 생산-가공-유통의 삼위일체를 이뤄 ‘지리산 지역을 풍요로운 생태마을’로 가꿔 나간다는 것이다.

두레마을은 갑자기 마을이 커지면 환경이 파괴될 우려가 있어 1년에 10여세대씩 10년에 걸쳐 100여세대로 구성된다. 김진홍 목사는 “유기농만으로는 전지구적 위기에 놓인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안에너지 시민운동을 벌이고 분산된 농민의 힘을 모아 생태공동체의 모범을 만드는 것이 지리산 두레마을의 목표다”고 말했다.

지리산(함양)/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김진홍목사님 인터뷰 기사내용

환경 등록 2002.10.08(화) 19:12

“나진·선봉지구 두레마을 재추진 기대”

“4~5년 전부터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자연을 지키려는 생태·환경신학이 첨단신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제국주의·환경지배적 서구신학에 대한 교회적 반성이자 신학적 반응입니다. 지리산 두레마을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이 보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씀대로 균형과 조화의 세계를 실현하려 합니다.”
1971년 서울 청계천 빈민촌에 ‘활빈교회’를 세워 공동체 운동을 시작한 김진홍(61) 목사는 지리산 두레마을에서 자신이 주창해온 이른바 ‘베세토바’ 공동체운동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베세토바 운동은 베이징과 서울,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로스앤젤레스의 영어 머릿글자들을 조합해 만든 합성어로, 중국·일본·미국·러시아·북한의 두레마을을 생산-가공-유통 망으로 엮는 민족·산업·생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 5월과 8월 북한 방문 때 민화협쪽이 정치적 이유로 중단된 나진선봉지구 두레마을의 재추진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조만간 북한에 유기농업의 전진기지인 두레마을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목사는 남양만 지역이 공업지대로 변해 남양만 두레마을이 베세토바운동의 중심으로 구실하기가 어려워져 7년 전부터 다른 곳을 물색해왔다. 한때 강원 태백시에서 70만평을 확보해 두레마을을 건설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지리산 두레마을은 함양군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마을 터는 1만8천여명의 국내외 두레공동체 회원이 낸 회비와 헌금 등으로 평당 6천원에 구입했다.

김 목사는 “공동체 운동의 기본은 동지를 얻고 재정 자립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터득했다”며 “지리산 두레마을을 이룰 세대들도 주로 사회 분야별로 나름의 경력을 가지고 기여할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외계층의 수용에 대해 그는 “남들이 요사이도 청계천 시절처럼 ‘활빈’이나 하라고 하는데 시대가 변했다”며 “두 사람이 한 사람을 지원하는 비율로 장애인, 고아, 자퇴학생, 알코올중독자 등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지리산(함양)/이근영 기자  

두레교회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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