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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과 김민석의 변절의 정치학

무엇이든 장신기............... 조회 수 1069 추천 수 0 2002.11.29 17: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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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원칙을 저버리고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챙기기 위한 행동을 변절이라고 한다. 정치의 도의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아예 땅 속으로 파묻혀 버린 요즘, 변절이란 말은 그다지 낯선 말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변절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원래 정치적 신념이 부족하거나 없는 인물들이 권력의 양지만을 좇는 경우이다. 이들은 원래가 간도 쓸개도 없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권력의 부침에 따라 배신을 취미로 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변절을 합리화하고자 이러쿵저러쿵 마치 자신의 행동이 구국의 결단인 양 행세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입에서 한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러한 부류의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자민련과 민주당 한나라당 옷을 골고루 걸쳐 입어 본 전용학 의원과 최근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DJ의 핵심브레인 김원길 의원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소극적 변절자들은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다. 허접한 논리를 내세우며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발버둥치는 작태들을 대하면, 꿀밤이라도 한 대 쥐어주고 싶다가고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택한 정치 자영업자들이니 그것이 그들의 수준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할 대상들이다.

문제는 적극적 변절이다. 적극적 변절은 신념과 가치가 완전히 바뀐 경우를 말하며 그 자신은 이것이야말로 바른 길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특징은 지극히 관념적인 논리를 내세우면서 스스로의 행태를 미화하려고 애쓰면서, 자기의 길이야말로 진리이자 국가와 민족을 위한 노선이라고 믿으려고 한다. 이들은 내외적 비판에 대항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의 근원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이들은 자존심도 강할뿐더러 정치를 통해서 대의를 구현하고자 한다는 고상한 가치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논리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합리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들은 입장이 바뀌기 전에 같이 했던 세력들에게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는 경향이 많다. 이는 정당성의 속성과 관련이 있다. 정당성은 동시에 공존할 수 없으며 한 쪽에게 그것이 부여될 경우에 다른 쪽은 정당성이 없거나 빈곤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버리고 온 곳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부정해야만 하며 그것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의 확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떠나 온 곳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적극적 변절자들이 항상 강한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결정적 이유다. 이것은 우리 역사를 통해서 수없이 보아온 것이다.

나는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과 통합21의 김민석 전의원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두 인물 다 재야 출신이며 그 운동 경력만을 놓고 보자면 어디 내놓아도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에서 적극적 변절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11월 28일에 있었던 MBC 백분 토론회에서 이부영 의원이 한나라당의 대표로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이 한나라당을 대변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부영 의원은 어제 토론회에서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또한 아무리 당의 대표 자격으로 출연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의 수구성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개혁적 가치를 수렴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며 그 중심에 이회창이 있다는 주장을 시종 반복했다. 말이 좋아 주장이지 사실 강변한 것이다.

이부영 의원이 어제 호남 지역에서의 이회창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은근히 지역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아무리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호남 지역이 한나라당에 대해서 배타적일 정도로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정 모르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더군다나 이부영은 호남 유권자가 김대중과 그 세력에 이끌려서 후보를 이리 저리 바꾸었다는 듯한 망언을 하였다. 이인제 대세론과 정몽준 대안론 모두 불안한 호남 내 심리에 기초한 것이었으나, 호남민들은 대의에 충실한 노무현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와 같은 민심은 김대중이나 그 측근 세력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부영은 호남민들이 주체성도 없다는 듯한 발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과연 이 사람이 왕년에 전민련의장까지 지낸 그 이부영이 맞다는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이부영은 이회창의 개혁성을 칭송하는 용비어천가를 불렀는데, 그러면 이회창 반대를 과거 전두환 노태우 만큼하고 있는 예전의 동지들은 다 바보인가? 전부 반창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회창 반대를 외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부영 의원은 앞으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시라.

김민석 전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겨레 21의 기사를 보면 김민석이 정말로 ‘노무현은 내가 죽인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그와 같은 말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부영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수구 세력과 동거하면서 그 정신이 망가졌다고 하더라도 김민석의 경우는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과 같은 당을 하지 않았었나. 또한 지금의 소속당은 노무현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 않았던가?


열심히 배신한 당신들, 낙엽과 함께 땅속으로 사라져라


이와 같은 말은 민주당 출신이 아닌 순수 정몽준 지지세력이이라도 해서는 안될 말이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김민석의 입에서 그와 같은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미 김민석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단일화를 명분 삼아 탈당한 행동과 배치된다.

이부영과 김민석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민주화 세력이 있어야 할 본래의 자리에서 어긋난 이후부터 괴이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념적 빈곤함을 만회하는 방법이 그와 같아서는 안 된다. 잘 못 발을 내디뎠으면 반성하고 자숙하거나 아니면 조용히 침묵을 지킬 일이지, 뭐 잘났다고 그리도 설쳐대는지 모르겠다. 물론 설치지 않으면 정신적 빈곤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왕년의 민주화 투사들의 영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것이 그들에 대한 분노를 더욱 자극한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적극적 변절자들에 대한 응징은 바로 동시대 민주화 투쟁을 전개한 사람들이 수행해야만 할 본분이자 사명이다. 김민석에 대해서는 충분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부영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부영 의원은 제발 입을 다무시기 바란다. 수십년 동안 민주화 운동을 해왔다는 분께서 민정당의 사생아 격인 한나라당의 대변자로 나서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수치심을 모르면 정치를 그만둬야 마땅하다. 이부영 의원은 수치심부터 배우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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