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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대통령을 만든다.

무엇이든 김찬중............... 조회 수 590 추천 수 0 2002.12.11 12: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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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개인적으로 네트워크 공간에서 시민권을 얻게 된 것이 약 10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은 내가 네티즌이 된 이후 3번째로 맞이하는 셈이 된다.

1991년 친구가 용산에서 사온 2400BPS 속도의 모뎀을 선물로 줄 때만 해도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여자 친구도 없이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젊은 청춘에게 하나의 장난감이 생겼다는 의미 정도였다.

네티즌이 된 이후 첫 번째 맞이한 대선은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였다. 지금 이회창이 공식 선거전 이전에 TV합동 토론을 거부하여 구설수에 오르긴 하였지만, 그래도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중에는 3차례의 합동 토론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디어 선거가 별로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YS와 DJ의 TV토론은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TV가 이 정도였으니 인터넷이니 PC통신이니 하는 것은 전혀 힘을 발휘할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직접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여 수도권 곳곳을 누비며 전단지를 돌리고 연설회장에서 박수도 치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다. 그 때도 드는 생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역사 앞에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였지, 나의 노력이 어떠한 결실을 맺으리라곤 생각지 않고 있었다. 강고한 지역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정치판에서 DJ의 승리는 난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영삼은 지금도 1등신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조선일보라는 종이신문이 밀어주는 후보였다. 유일한 히든 카드는 TV토론이었지만, 선천적으로 혀가 짧고 논리적으로 DJ에게 뒤지는 YS가 불리한 카드를 받아들일 리는 없었다. 결국 김영삼은 조선일보라는 종이 신문이 만들어낸 대통령이었다.

YS가 대통령이 되고 이민이라도 가야겠다는 진부한 투덜거림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YS통치 시절은 PC통신이란 매체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기이다. 공일오비가 PC통신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 부를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조금씩 발휘하기 시작했다.

PC통신이 세인들 사이에 최초로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 것은 김영삼 정권 시절 육해공에서 일어난 3대 안전사고의 하나인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건이었다. 당시 TV는 야구 중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건을 긴급 속보로 방송하지 않아 정권 눈치보기 아니었냐는 비판을 자초했었다. 이 때 사건을 최초로 전국에 알린 것이 바로 PC통신이었다. 현장에서 사고를 본 통신인(당시 네티즌에 대한 호칭)들이 시시각각 현장감 있는 소식을 플라자(현재 자유게시판과 비슷한 성격)란에 올렸고, 이를 통해 전국의 국민들은 대구 지하철 폭발 사건을 신속히 접할 수가 있다. 이를 계기로 한겨레21에서는 “PC통신 최강의 언론매체를 꿈꾼다”라는 기획기사를 싣기도 했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하나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지 본격적인 사회적 영향력이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97년 네티즌이 된 이후 2번째 대선을 맞이하였다. 직접 오프라인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92년과는 달리 그래도 어느 정도 자기 영역 내의 시민을 확보한 PC통신에서 사이버 선거운동을 전개하였다. ‘하이텔’에서 노골적인 김대중 지지의 글을 올리며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으면서 김대중에게 한 표를 던지기를 소망하였다. 그러나 PC통신은 제한적 영역이었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도 PC통신에 정치 사이트를 개설했지만 대부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실패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올린 글들도 조금 잘 썼다고 칭찬받는 글의 조회수가 약 200회, 폭발적이라고 하는 글도 약 2,000회 언저리에 머물렀다. 92년처럼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싶었으나, 이미 5년이란 세월이 흘러 용돈을 타 쓰며 살 수 없는 나이가 되었기에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로서는 PC통신에 글을 쓰는 것이 최선의 선거운동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어찌할 도리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런 변화가 있었다. 시대는 그냥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90년대의 개방화는 시각매체의 엄청난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갔고, 김영삼과 마찬가지로 TV토론에 약한 이회창도 고효율저비용 구조의 미디어 선거를 외면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물론 당내 치열한 경선을 통과해야만 하는 입장에서 TV토론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DJ와 이회창, 이인제의 3자간에 TV토론회가 줄기차게 열렸고, DJ는 이를 통해서 유감없는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김영삼이 종이신문인 조선일보가 만들어 낸 대통령이었다면, 김대중은 TV가 만들어낸 대통령이었다. 언론시장에서 힘의 균형추가 종이신문에서 TV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고 대한민국 곳곳에는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전화선 모뎀을 중심으로 한 PC통신이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고, 초고속인터넷이란 물적 기반을 바탕으로 WWW에 기반한 인터넷 홈페이지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PC통신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화려한 시각적 기능을 갖춰나가면서 홍보매체로서 훌륭하게 자리를 잡아나갔다.

한 1년 반전에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곳이 이 곳 노하우 홈페이지다. 정치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후배가 나에게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할 것 같냐는 물음에 노무현이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이제 정권교체는 이루어봤으니 한국 정치의 병폐를 한 번에 고치기 위해선 지역감정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 대안은 노무현 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기억이 된다. 후배와의 대화 끝에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노무현 홈페이지부터 들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딱히 할 것은 5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냥 노무현을 위한 지지의 글이나 써주는 것 이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인터넷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노하우 홈페이지에 기타 오마이뉴스나 우리모두, 딴지일보 같은 사이트를 다 돌아봐도 조중동이란 카르텔로 성장한 수구언론을 당해내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더구나 거듭되는 DJ의 실정은 개혁세력이라고 자부하는 나의 어깨에 힘을 더욱 빼버렸다.

그러나 인터넷은 나의 눈 앞에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이제 주간지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언론매체로 성장해 나갔고, 생활 곳곳에 뿔뿔히 흩어져 있던 개혁파들이 인터넷이란 공간에서 제국을 건설해 나가고 있었다. 인터넷 매체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었고, 그것은 네티즌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마치 모래가 모여 단단한 성을 구축하듯이 가장 파워플한 매체를 만들어 나간 것이다.

올해 초 노풍이 불자 이인제가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일부가 동조 의견을 표시했다고 한다. 노풍의 불게 된 원인은 인터넷인데, 김대중 정부가 초고속 통신망이란 물적 기반을 닦았으니 DJ가 일등공신이란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란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은 종이언론이 노무현을 온갖 음해와 왜곡으로 흔들어댈 때, 노무현을 위한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홍보하였다. 성서의 말씀대로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창대해져 갔다.

요즘 동아일보가 인터넷 매체에 대하여 칼을 들었다고 한다. 인터넷 언론의 부정적인 면을 기사화하면서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역으로 이것은 종이 언론이 얼마나 인터넷 매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나를 반증해 주는 사건이다. 아마 옛날 같았으면 아예 무시를 했을 텐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의 힘이 커진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 권력을 창출할 정도로 거대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소수의 기득권층이 장악한 조선일보의 권력 창출과는 그 유를 달리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소수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폐쇄된 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란 공간 속에서 공론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살아남게 되어 있다. 조선일보 식의 어거지 논리가 나타나면 대중들의 논박에 의해 바로 생명력을 상실한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데 이미 인터넷 매체를 통한 논리들은 조중동의 논리를 넘어서고 있다. 20대와 50대가 공존하는 가정에서 종이신문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 50대 가장들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 20대에게 설득당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뒷배경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조중동의 얄팍한 지면배치를 통한 이미지 조작이나 여론 조사의 왜곡된 분석을 통한 대세론 유포 등은 네티즌들을 통해서 여지없이 감시와 논박을 당하고 만다. 조선일보 주필이 외신을 왜곡되게 해석해서 기사화하면, 바로 유학생 출신의 네티즌들이 원문을 다운 받아 정교한 번역으로 뒤엎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봐왔다. 요즘은 종이신문들의 외신 왜곡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 영역으로만 감추어져 있던 여론조사마저 네티즌들에게 정보가 공개되면, 신문보다 훨씬 더 정교한 분석들이 인터넷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올해 초 한 네티즌이 기존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이인제 대세론의 허상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노무현은 이런 ‘권력이동’의 세상에서 새롭게 권력을 쟁취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권력은 인터넷에서 나올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인터넷이 만들어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이것이 차지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노무현이란 인물이 바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권력을 상징하는 코드가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이란 정치인은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도대체 1등신문인 조선일보의 눈밖에 난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단 말인가?

인터넷은 속임수와 비리가 불가능한 투명한 세상이다. 속임수와 비리는 은폐된 정보에서 나올 수 있다. 땅투기는 제한된 개발 정보를 알고 있을 때 가능한 불의한 부의 축적 수단이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행정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인터넷은 경쟁에 의한 자본주의적 효율성이 극대화된 세상이다. 조선일보의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횡횡한 것은 조선일보가 독점구조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세상에서는 근본적으로 독점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는 상식을 무너뜨리는 논리는 통용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터넷은 역동적인 세상이다. 끊임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진화한다. 언제나 최선의 것을 찾아 움직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발전을 주게 되어 있다. 1년 전과 지금 사이버 논객들의 글 수준을 보아도 알 수 있다. 1년 만에 서로들의 장점을 취해가면서 종이언론 기자들의 글발을 넘어서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인터넷은 나눔의 세상이다. 독점이 허용되지 않으니 서로 도와야만 살아갈 수가 있다. 젊은 시절 우리가 꿈꾸어 왔던 세상이 인터넷에서는 마음껏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이 노무현이란 권력을 창출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과 노무현을 통해 한국 사회의 희망을 발견한다.

퇴보할 듯 퇴보할 듯 하면서도 전진하는 역사의 진보를 발견하다.

반칙의 시대가 아니라 원칙의 시대로
몰상식이 아니라 상식의 시대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인터넷과 함께, 그리고 노무현과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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