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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아내의 뜨게질
요즘 아내의 손길이 바쁩니다.
손가방을 만든다며, 찬미 엄마 이영미 자매의 숙모가 하시는 뜨게방을 갑자기 찾아 나서더니 여학교 시절에 잠깐 배우고 손 놓고 있던 뜨게질을 다시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거 뭐 만드는 거유?"
장난스런 내 질문에
"손가방!"
"누구건데?"
"지민이 선생님 드릴 선물!"
지민이는 올 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들입니다.
뜨게질을 하면서 지민이에게 묻습니다.
"지민아, 2학년 때도 반장할거냐?"
잠시 뜸을 들이던 지민이가 대답합니다.
"응-- 하고는 싶은데, 또 10만원 내라고 할까봐 안할려고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엄마가 얼른 응수합니다.
"그래, 그래라 2학년 때는 반장 하지 말아라."
작년 1학년 때 갑자기 지민이가 반장이 되었다면서 집에 와서는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반장이 되었느냐고 물으니, 태권 도장 관장님이 가르쳐준 반장 선거 연설문을 다 외워서는 반장 선거할 때 나가, 기막히게 연설을 하여 반 친구들로 부터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압도적으로 반장에 선출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태권도 보내났더니 별 효과를 다 본다며 좋아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엄마와 지민이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는 마음이 조금 쓰립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들어갈 돈 걱정을 하며, 하고 싶은 반장도 포기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마음은 쓰려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맙니다.
늦은 나이에 직장까지 접고 신학을 한다고 나섰는데, 불과 1년 만에 생활이 많이 쪼들리고 있는 것을 어린 아들도 감을 잡은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못난 아빱니다.
아이가 반장이 되면 학부모는 자동으로 임원이 되는 모양입니다.
임원은 돈도 내야하고, 가끔 반 아이들 간식도 사 넣어야 했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돈도 한 번 밖에 못내고, 아이들 간식도 한 번 밖에 사 넣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그것이 마음에 계속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민이는 엄마의 그 마음도 눈치챈 모양입니다.
지금 아내는 일주일 내내 뜨게질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잘 돌봐 주신 지민이 선생님께 드릴 예쁜 손가방을 선물할 기쁨에 들떠서 말입니다.
값진 선물은 아니지만, 지민이 선생님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참 좋은 선생님을 우리 지민이가 만났다고 평소 감사했거든요.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빤짝이는 빨간 손가방이 빨리 보고 싶습니다.
'지민이 선생님! 1년 동안 어린 자식놈 잘 돌보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지민이와 민혁이 모두 모두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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