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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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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준 (confucius@hanmir.com)
홈페이지: http://www.seoprise.com
2003/2/28(금)
강금실 법무장관은 굳세어져야 한다
몇 년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초동 검찰청사를 가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일하러 간 게 아니라 조사 받으러 간 거다. 창문 틈과 문지방 사이로 살금살금 타고 넘어온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2월 마지막날, 이 순간에도 검찰청사에서 일해보겠다는 모진 마음을 품고 고시원 골방에 처박혀 면학에 정진하는 수천~수만 젊은이들의 기개가 나는 놀랍다. 답답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검찰에 들러야 했던 잠깐의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오금이 저린 탓이다.
육중하게 버티고선 검찰청사 정문에 들어서며 나는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곳에 들려야 하는지 약간은 어리둥절해졌다.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내 자업자득이겠지만, 법질서 확립과 정의사회 구현에 여념이 없을 검찰이 나 같은 일반 잡범을 응징하려고 귀중한 시간을 탕진하고 정예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완전 국력의 낭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는 각종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에 소환된 거물급 인사들이 태연하게 포즈를 취하곤 하는 포토라인에 떨리는 가슴으로 멈춰 섰다. 사진기자 하나 없는 포토라인에 홀로 섰을 때 밀려오던 그 착잡함과 서글픔은 무엇에도 견주기 어렵다. 그 곳에서 바라본 검찰청 건물은 엄청난 위압감과 비길 데 없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콘크리트 덩어리가 당장 와르르 무너져 내려 내 머리 위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이후로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시는 이 곳에 올 일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 다짐은 여태껏 면면이 지켜지고 있다. 여러분들도 거기 가지 마시라. 차라리 어두운 야밤에 불량배들에게 재수 없게 걸려서 음침한 골목으로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고 퍽치기를 당하는 것이 훨씬 맘이 편하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검찰조직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40대 중반의 여성 변호사가 발탁되었다. 새 법무장관에 임명된 강금실씨는 서울지검 부장검사급에 해당하는 사시23회 출신이라고 한다. 현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무려 11회나 뒤지는 기수다. 보통 11년 선배라면 하늘처럼 생각되기 마련이다. 까마득한 11년 후배를 직속상관으로 모셔야 하는 검찰총장이나, 사석에서 만나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선배를 부하로 둬야 하는 신임 법무장관이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후배가 상급자로 앉으면 두말없이 자진 용퇴하는 것이 한국의 조직문화다. 상급자의 권위는 상급자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란 사실 그 자체에서 뿜어진다. 연공서열에 입각한 승진관행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정실과 연줄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나이에 따라. 기수에 따라, 순번에 따라 차례로 진급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기준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툼과 분란을 예방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었으리라. 상명하복 원칙과 검사동일체 원리가 지배하는 검찰조직을 운용하는 데는 제격이다.
문제는 조직의 안정이 조직 그 자체만의 존립과 번영을 위한 안정으로 변질될 경우에 발생한다. 서열과 위계로 질서 지어진 조직은 조직을 위한, 조직에 의한, 조직의 조직으로 화하기 쉽다. 그들만의 폐쇄적 리그를 형성하여 외부를 향해서는 서슬 퍼런 추상같은 칼날을 휘두르고, 내부의 성원들에게는 한없는 이해와 자비를 베풀기 마련이다.
근대사법체계가 서구처럼 시민혁명의 결과로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의 효율적 식민지배체제 구축을 보장하는 도구와 장치로 강제로 이식된 것에서부터 우리나라 법질서기관의 파행성과 비정상성은 잉태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해 수시로 검찰권이 발동되었고, 정치보복과 사정작업이 국민들에게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검찰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한층 배가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안계통에서 승승장구한 해바라기 성향의 정치검사들이 정치권으로 속속 진출하면서 검찰은 출세와 영달을 위한 최적의 코스로 낙인찍혀 버렸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2000년 총선을 뜨겁게 달궜던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에 휘말려 선거에서 떨어진 한나라당 이사철 전의원의 검사시절 별명은 '일사천리'였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잡혀온 학생들을 굴비 엮듯이 일사천리로 사법처리해 붙여진 오명이라고 하니 혈세를 부담해 대한민국 검찰을 먹여 살린 국민들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권력의 상징에서 뼈를 깎는 노력-만약 더 깎을 뼈가 남아 있다면-을 통하여 인권의 보루로 거듭나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관건은 상처받은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검찰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울을 달 적임자로 지목한 강금실씨의 프로필을 대충 훑어보자.
"①경기여고→서울대 법학과 ②국내 최초 여성 로펌 대표 변호사로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지원. 언론중재위·한국인권재단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 ④이근안 고문피해자 함주명씨의 재심 청구 사건 등으로 ‘인권 변호사’로 통함. ‘이영자 지방흡입 사건’ 맡아 의사를 명예훼손으로 기소, 무혐의 처분 받음. 불교인이며 전통무용이 수준급 <디지털 경영인 신문>"
"민변 부회장 출신의 대표적 재야 여성 변호사.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에 이어 최초 여성장관 의 기록을 세웠다. 대학 재학시절 사회의식에 눈떠 판사재직시 운동권 출신 남편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강단 있고 자신감이 넘치나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해 보수적인 검찰 조직 통솔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3년 전 이혼, 현재는 독신이다. <한국일보>"
나는 조중동이 하도 호들갑을 떨어서 강금실 장관이 소싯적에 시내 유흥가를 주름잡은 7공주 일파라도 되는 줄 알았다. 아니면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경범죄에 걸려 즉심에 회부된 전력이라도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보니까 별 것 없다. 이렇게 재미없게 살기도 힘들겠다. 어라, 나하고 비슷한 점도 있네. 전통무용이 수준급이란다. 나는 막춤의 대가인데.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수술하는 집도의로 검찰 경력이 전혀 없는 강금실씨를 선택한 조치에서 검찰개혁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판단을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배려하기보다는 힘있는 계층과 권력자의 기호에 영합해온 검찰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검찰이 SK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함과 더불어 특검제 반대의사를 내비치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침묵시위를 벌였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경력이 전혀 없는 인권변호사, 그것도 법조계에서는 소수그룹에 속하는 여성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대표적인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해 개혁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어온 법조계 전체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해도 별 탈이 없겠다. 그 자신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법조계의 만연한 비리와 법률귀족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을 터이다.
낡은 제도의 혁파와 굳어버린 관성과 관행의 타기를 특정 개인의 역량과 활약상에 기대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나는 신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싶다. 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찬 내부자보다는 개혁대상으로 부각된 해당 조직의 생리에 정통하지 않은 아웃사이더가 더욱 과감한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다. 소소한 인간관계와 끈끈한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덕택이다
검찰조직에서 수십년 동안 잔뼈가 굵은 역대 법무장관들과 검찰총장들이 검찰개혁과 사법제도 정상화에 특별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의지는 부족하고 눈치는 넘쳐 났을 뿐이다. 일단 맡겨놓으면 여간해서 간섭하고 관여하지 않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권력기관화하고 기득세력화된 검찰과 법조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할 과업이 강장관의 두 어깨에 짊어져 있다.
이혼한 독신여성을 삐딱하게 보는 편견 섞인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 있게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을 헤쳐온 강금실 장관은 거대한 검찰 조직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법률귀족들에 맞닥뜨려서도 전혀 기죽거나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당당해라 강금실.
기우이겠으나 강금실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사법시험 기수로 강장관보다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옷을 벗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만류하고 보시라.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정년 퇴임한 평교사가 장학사와 교장·교감이 되고자 아등바등했던 다른 교사들보다 존경받아야 하듯이, 사명감 하나로 평생을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해온 늙은 평검사의 명예로운 은퇴식을 우리는 목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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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8(금)
강금실 법무장관은 굳세어져야 한다
몇 년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초동 검찰청사를 가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일하러 간 게 아니라 조사 받으러 간 거다. 창문 틈과 문지방 사이로 살금살금 타고 넘어온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2월 마지막날, 이 순간에도 검찰청사에서 일해보겠다는 모진 마음을 품고 고시원 골방에 처박혀 면학에 정진하는 수천~수만 젊은이들의 기개가 나는 놀랍다. 답답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검찰에 들러야 했던 잠깐의 기억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오금이 저린 탓이다.
육중하게 버티고선 검찰청사 정문에 들어서며 나는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곳에 들려야 하는지 약간은 어리둥절해졌다. 다른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내 자업자득이겠지만, 법질서 확립과 정의사회 구현에 여념이 없을 검찰이 나 같은 일반 잡범을 응징하려고 귀중한 시간을 탕진하고 정예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완전 국력의 낭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는 각종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에 소환된 거물급 인사들이 태연하게 포즈를 취하곤 하는 포토라인에 떨리는 가슴으로 멈춰 섰다. 사진기자 하나 없는 포토라인에 홀로 섰을 때 밀려오던 그 착잡함과 서글픔은 무엇에도 견주기 어렵다. 그 곳에서 바라본 검찰청 건물은 엄청난 위압감과 비길 데 없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콘크리트 덩어리가 당장 와르르 무너져 내려 내 머리 위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이후로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다시는 이 곳에 올 일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 다짐은 여태껏 면면이 지켜지고 있다. 여러분들도 거기 가지 마시라. 차라리 어두운 야밤에 불량배들에게 재수 없게 걸려서 음침한 골목으로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고 퍽치기를 당하는 것이 훨씬 맘이 편하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검찰조직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40대 중반의 여성 변호사가 발탁되었다. 새 법무장관에 임명된 강금실씨는 서울지검 부장검사급에 해당하는 사시23회 출신이라고 한다. 현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무려 11회나 뒤지는 기수다. 보통 11년 선배라면 하늘처럼 생각되기 마련이다. 까마득한 11년 후배를 직속상관으로 모셔야 하는 검찰총장이나, 사석에서 만나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선배를 부하로 둬야 하는 신임 법무장관이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게다.
후배가 상급자로 앉으면 두말없이 자진 용퇴하는 것이 한국의 조직문화다. 상급자의 권위는 상급자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란 사실 그 자체에서 뿜어진다. 연공서열에 입각한 승진관행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정실과 연줄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나이에 따라. 기수에 따라, 순번에 따라 차례로 진급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기준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툼과 분란을 예방하고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었으리라. 상명하복 원칙과 검사동일체 원리가 지배하는 검찰조직을 운용하는 데는 제격이다.
문제는 조직의 안정이 조직 그 자체만의 존립과 번영을 위한 안정으로 변질될 경우에 발생한다. 서열과 위계로 질서 지어진 조직은 조직을 위한, 조직에 의한, 조직의 조직으로 화하기 쉽다. 그들만의 폐쇄적 리그를 형성하여 외부를 향해서는 서슬 퍼런 추상같은 칼날을 휘두르고, 내부의 성원들에게는 한없는 이해와 자비를 베풀기 마련이다.
근대사법체계가 서구처럼 시민혁명의 결과로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의 효율적 식민지배체제 구축을 보장하는 도구와 장치로 강제로 이식된 것에서부터 우리나라 법질서기관의 파행성과 비정상성은 잉태되었다고 봐야 하겠다. 독재권력의 유지를 위해 수시로 검찰권이 발동되었고, 정치보복과 사정작업이 국민들에게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검찰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한층 배가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공안계통에서 승승장구한 해바라기 성향의 정치검사들이 정치권으로 속속 진출하면서 검찰은 출세와 영달을 위한 최적의 코스로 낙인찍혀 버렸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2000년 총선을 뜨겁게 달궜던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에 휘말려 선거에서 떨어진 한나라당 이사철 전의원의 검사시절 별명은 '일사천리'였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잡혀온 학생들을 굴비 엮듯이 일사천리로 사법처리해 붙여진 오명이라고 하니 혈세를 부담해 대한민국 검찰을 먹여 살린 국민들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권력의 상징에서 뼈를 깎는 노력-만약 더 깎을 뼈가 남아 있다면-을 통하여 인권의 보루로 거듭나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관건은 상처받은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검찰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울을 달 적임자로 지목한 강금실씨의 프로필을 대충 훑어보자.
"①경기여고→서울대 법학과 ②국내 최초 여성 로펌 대표 변호사로 벤처기업의 글로벌화 지원. 언론중재위·한국인권재단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 ④이근안 고문피해자 함주명씨의 재심 청구 사건 등으로 ‘인권 변호사’로 통함. ‘이영자 지방흡입 사건’ 맡아 의사를 명예훼손으로 기소, 무혐의 처분 받음. 불교인이며 전통무용이 수준급 <디지털 경영인 신문>"
"민변 부회장 출신의 대표적 재야 여성 변호사.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에 이어 최초 여성장관 의 기록을 세웠다. 대학 재학시절 사회의식에 눈떠 판사재직시 운동권 출신 남편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강단 있고 자신감이 넘치나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해 보수적인 검찰 조직 통솔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3년 전 이혼, 현재는 독신이다. <한국일보>"
나는 조중동이 하도 호들갑을 떨어서 강금실 장관이 소싯적에 시내 유흥가를 주름잡은 7공주 일파라도 되는 줄 알았다. 아니면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경범죄에 걸려 즉심에 회부된 전력이라도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보니까 별 것 없다. 이렇게 재미없게 살기도 힘들겠다. 어라, 나하고 비슷한 점도 있네. 전통무용이 수준급이란다. 나는 막춤의 대가인데.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수술하는 집도의로 검찰 경력이 전혀 없는 강금실씨를 선택한 조치에서 검찰개혁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상황판단을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배려하기보다는 힘있는 계층과 권력자의 기호에 영합해온 검찰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검찰이 SK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함과 더불어 특검제 반대의사를 내비치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침묵시위를 벌였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경력이 전혀 없는 인권변호사, 그것도 법조계에서는 소수그룹에 속하는 여성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대표적인 기득권 집단으로 변모해 개혁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어온 법조계 전체를 향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간주해도 별 탈이 없겠다. 그 자신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법조계의 만연한 비리와 법률귀족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을 터이다.
낡은 제도의 혁파와 굳어버린 관성과 관행의 타기를 특정 개인의 역량과 활약상에 기대는 것은 무리이다. 그럼에도 나는 신임 강금실 법무장관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싶다. 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찬 내부자보다는 개혁대상으로 부각된 해당 조직의 생리에 정통하지 않은 아웃사이더가 더욱 과감한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다. 소소한 인간관계와 끈끈한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덕택이다
검찰조직에서 수십년 동안 잔뼈가 굵은 역대 법무장관들과 검찰총장들이 검찰개혁과 사법제도 정상화에 특별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결코 아니었다. 단지 의지는 부족하고 눈치는 넘쳐 났을 뿐이다. 일단 맡겨놓으면 여간해서 간섭하고 관여하지 않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권력기관화하고 기득세력화된 검찰과 법조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할 과업이 강장관의 두 어깨에 짊어져 있다.
이혼한 독신여성을 삐딱하게 보는 편견 섞인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 있게 인생을 개척하고 도전을 헤쳐온 강금실 장관은 거대한 검찰 조직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법률귀족들에 맞닥뜨려서도 전혀 기죽거나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당당해라 강금실.
기우이겠으나 강금실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사법시험 기수로 강장관보다 선배라고 해서 무조건 옷을 벗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만류하고 보시라.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정년 퇴임한 평교사가 장학사와 교장·교감이 되고자 아등바등했던 다른 교사들보다 존경받아야 하듯이, 사명감 하나로 평생을 사건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해온 늙은 평검사의 명예로운 은퇴식을 우리는 목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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