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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서상섭 의원 투고>

  25일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처리하려던 국회 본회의가 거센 반전여론으로 무산되면서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의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전 발발 전부터 반전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이 파병 반대를 호소하는 글을 본지에 기고해 왔다.
  
  서 의원은 지난 3월8일부터 15일까지 민주당 김성호 송영길,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과 함께 이라크를 직접 방문했으며,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라크의 현실을 통해 미국의 "명분도 없고 부도덕한 불법 전쟁"을 비판했다.
  
  파병은 곧 '잠재적 위협에 대한 방어적 선제공격'이라는 '살인면허'를 미국에 내주는 것이며, 향후 미국이 군사적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대할 경우 이를 막을 명분조차 없어진다는 게 서 의원 주장의 요지다.
  
  다음은 서 의원이 기고한 글 전문. 편집자
  
  나는 왜 이라크파병동의안에 반대하는가?
  
  얼마 전(3.8~15) 이라크를 다녀왔습니다. 이라크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중 하나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상징하는 인류문명의 꽃을 피웠던 나라입니다. 이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습니다.
  
  이번 방문에 앞서 제 마음이 내내 무거웠던 것은 문화유적 답사가 아니라, 긴박한 반전ㆍ평화운동 차원의 방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국 하루전 미국 부시대통령의 이라크전쟁 긴급기자회견까지 있었던 터라, 저희가 바그다드에 머물 12~13일경에는 공격을 해댈 것 같았던 고조된 전쟁위기로 긴장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탄ㆍ미사일 투하의 위험이 따르더라도 이라크 방문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라크 사태의 향배에 따라 미국의 북핵문제 처리해법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이 한반도에서도 전쟁은 피해갈 수 있다는 처절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눈으로 본 이라크의 현실
  
  3박4일 동안 바그다드 시내를 둘러보면서 많은 시민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얼마나 부당한지,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그다드 거리는 ‘이곳이 전쟁이 임박한 도시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고 차분했습니다. 호텔ㆍ상점ㆍ거리는 평온했고, 시민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라크 하마디 국회의장과 회담을 하기 위해 들른 국회의사당에선 보수공사가 한창이었고, 시내 곳곳에선 새로운 공사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문득 뭣 때문에 이곳에서 미국이 전쟁을 하려는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많은 이라크인들은 “석유에 대한 미국의 욕심이 전쟁을 부른다”면서 “자신들의 말을 안 듣는다고 남의 나라 대통령을 갈아 치우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후세인이 독재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축출은 미국인들이 나설 일이 아니라, 이라크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석유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생각은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서방이 독점권 운운하는데, 석유는 알라신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석유를 마시고 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 공평하게 분배하여 먹고 마실 것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세계적인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알라신이 선물로 보낸 석유가 신의 저주가 돼 총알과 포탄으로 날아온다”는 대목의 이야기에선, 석유야 어찌되었든간에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주었으면 하는 이라크인들의 바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임박했지만, 이라크 국민들은 별로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1차 걸프전 이후 사실상 12년간 준(準) 전쟁상태였고, 전쟁을 안 하면 제일 좋겠지만, 전쟁을 하자고 하면 한다. 알라신의 뜻에 따라 죽으면 죽고, 살면 산다. 우리는 무기가 아니라 종교와 정신으로 미국을 이길 자신이 있다”면서 종교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내가 평온한 듯해도, 전쟁의 상흔과 그림자는 깊었습니다.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파놓은 시내 공원의 대피참호에선 어린이들이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91년 걸프전 때 미국의 가공할 만한 폭격으로 4백명의 민간인이 몰살한 이말리아 방공호에선 전쟁의 참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공습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눈으로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져야 했는지 참담하고 씁쓸할 뿐이었습니다.
  
  그곳을 떠나면서 “전쟁터에서 태어났다는 원죄 때문에 죄도 없이 죽어가야만 하는, 특히 어린이가 죽어 가는 참상은 없어져야겠다”는 여망을 담은 서명을 남기고 왔습니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국과의 전쟁보다 더 걱정하는 문제는 전후의 불안이었습니다. 북쪽의 쿠르드족, 남쪽의 시아파, 동쪽의 이란 때문에 정정(政情)의 불안이 내재된 상황에서 후세인이 물러나게 되면, 국내적으로 종교적ㆍ민족적 피의 복수전이 벌어지게 될 것을 고민했습니다.
  
  바그다드에 체류하면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일은 한국인 한상진(37)씨를 만난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 당시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라크에서 폭격을 막으려는 ‘인간방패’로 활동하는 분이었습니다.
  
  “당신이 반전ㆍ평화운동가라는 것은 잘 알지만, 여기서 죽을 순 없다. 아직도 젊기 때문에 세계평화를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면서 돌아가자고 설득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대포가 터진다고 해도 바그다드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반전결의로 우리 일행을 오히려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국민의 대표라는 제가 국민을 사지(死地)에 놓아두고 돌아서도 되는 것인지, 마음이 저미도록 아플 뿐이었습니다.
  
  방문 이틀째, 우리 일행은 하마디 이라크 국회의장과 보건성ㆍ건설성ㆍ무역성 장차관 등을 만나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안에 대한 관심과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들은 우리 일행의 방문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국과 이라크 사이에 앞으로 유류공급이나 기술협력 등 많은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익외교는 역시 다원화ㆍ다각화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재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비상체제로 인해, 당초 만나보려 했던 이라크 행정부내 많은 고위층 인사들을 못 만난 것은 아쉬움으로 남겨야 했습니다.
  
  방문 마지막날에는 바그다드 외신 기자클럽에서 이라크 방문 결산 내ㆍ외신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로이터통신이나 중ㆍ근동 지역의 언론인, 그리고 국내 방송사 등 언론인들이 많이 참석해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 나라인데, 이번 활동은 미국의 의사에 반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6.25 등을 통해 다져진 군사적 우호동맹관계를 강화해온 우방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부시 대통령의 對 이라크 정책이 옳지 않아 그것을 비판하는 것일 뿐“이라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라크 방문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그리고 바그다드를 떠나, 다시 요르단 암만,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이틀 후인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라크전쟁의 성격 - 침략전쟁
  
  이번 이라크 방문을 놓고, ‘소영웅주의다’, ‘사려 깊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듭 말씀드립니다.
  
  이번 방문은 후세인 정권 지지나 미국 반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엔의 결의 없이 미국이 강행한 전쟁의 부당성을 상기시키고,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함으로써 평화로운 한반도의 내일을 건설하려는 데 방문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치를 함에 있어 무엇이 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다녀오길 잘 했다는 마음에는 한 치도 변함없습니다.
  
  제가 이라크 전쟁을 천부당 만부당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 <명분이 없는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對이라크 전쟁명분의 하나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쟁을 테러예상전쟁이라 미화시키는 등 억지로 명분을 둘러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6일 유엔 사찰단을 이끌고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라크에서 핵무기와 관련해 의심스러운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1월 19일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과의 업무협조와 관련하여, '사찰단의 무장해제 업무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개 조항 협정에 조인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한스 블릭스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전쟁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또한 자신들이 UN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던,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불법개발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Smoking Gun)”를 끝끝내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한때 뉴욕타임스조차도 사찰단이 이라크의 무기보유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고, 미국이 '이라크가 제대로 흔쾌하게 협조하지 않은 사실' 그 자체를 전쟁의 구실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적인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미국이 對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확대재생산 시킨 또 하나의 이유가 이라크가 테러조직을 배후지원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부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이라크와 9·11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연계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이라크 공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보여주는 증거는 아직 한번도 제시된 적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영국의 해외정보기관(일명 MI6)에서도 이라크와 알카에다가 연계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겠습니까?
  
  부시 대통령은 그 뒤로도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 허용문제, 이라크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과 무장 해제,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 등을 이라크 침공의 구실로 내거는 등 수시로 말을 바꾸어 왔습니다.
  
  자신들이 내세운 전쟁명분에 합당한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어디를 보아도 명분없는 전쟁이 분명합니다.
  
  두 번째, <부도덕한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성격을 ”이라크를 무장해제하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시 행정부의 강변이지, 이라크 국민도 이를 원하지 않고, 또 세계여론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뉴스위크지와 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무기산업과 석유자본을 즐겁게 하려는 동기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라크에선 미국석유회사들의 석유개발권이 배제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과거 석유회사를 소유하였던 부시 대통령을 비롯하여 석유회사 출신이거나 대주주인 딕 체니 부통령, 콘돌라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부시행정부 고위관리들의 이해관계가 대이라크 전쟁과 관련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습니다.
  
  미국의 이번 목표가 이라크의 석유 자원에 대한 탐욕과 한바탕 전쟁을 치름으로써 무기 재고를 정리해야 하는 군·산 복합체의 이해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세계여론 아닙니까?
  
  세 번째, 무엇보다도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은 전쟁 그 자체로 사라져야할 범죄이지만, 그나마 유엔이 규정한 최소한의 개전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강행되었습니다.
  
  1945년 세계2차대전 종전 이후 국제사회는 유엔(UN)이라는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국제분쟁과 갈등을 조정해 왔습니다. 그 동안 그렇게 소중하게 존중되었던 안보리 결의까지도 완전히 무시된 채 전쟁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 위반 핑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결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해체 불이행에 따른 그 어떤 무력침공도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쟁 구실로 내건 이라크에서의 ‘정권교체’, ‘사담후세인 제거’와 관련해서도 그 어떤 무력행위나 남의 나라의 내정간섭행위를 정당화시킬 수없음을 의미합니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가 있거나 자위권 행사를 제외하고는 전쟁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외부공격에 대한 자위권 발동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라크가 미국을 공격할 어떤 의사도 없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외에 그 어떤 국제법도 이번 미국의 이라크 전쟁행위는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김으로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코피 아난도 ‘유엔의 승인없는 이라크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위험한 행동’이라고 통렬히 비판했습니다.
  
  이상의 세 가지 이유로, 분명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입니다. 몇 나라와 합세하여 남의 나라의 자원을 확보하려는 인류전쟁사에 커다란 오점으로 기록될 부당하고 비열한 전쟁임이 분명합니다.
  
  이라크 사태와 한반도의 평화
  
  사실, 제가 이라크 방문길에 오른 목적 중 중요한 하나는 이라크사태의 향배에 따라 한반도의 생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강박감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우리 군대를 파병하기로 하면, 그 대가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처럼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틈만 나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가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계속적으로 외쳐왔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의 전쟁불가입장을 밝혀온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고, 비전투병 지원방침을 밝힌 것을, 세계여론에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모순적인 태도 아닙니까?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고, 이라크 전을 지지ㆍ파병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삼는 것 아닙니까? 반인륜적 처사가 아닐까요?
  
  이라크 국민의 희생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기간과 당선자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할 말”은 바로 때를 잘 찾아야 합니다. 아무 때나 툭툭 던지고, 정작 해야할 때 침묵하고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구촌 곳곳에서 들끓고 있는 반전 열기까지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NO WAR”, “STOP THE WAR"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면, 당연히 다른 민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쟁에도 반대해야 합니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 남의 피눈물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십만명의 무고한 이라크 국민을 희생시키는데 동참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이름을 후대에까지 얼룩지우는 반역사적ㆍ반민족적인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전투병이 아닌 의료지원팀을 보낸다고 강변하지만, 명분없는 살육전쟁에 가담했다는 지울 수 없는 분명한 전쟁가담행위입니다.
  
  좋습니다.
  
  대통령 말대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국군파병을 한다고 칩시다.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한반도 안전이 보장됩니까? 어떤 것이 우리 국익입니까?
  
  엄밀히 보면, 우리정부와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한반도의 생존과 평화가 달려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 젊은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미국의 비위부터 우선 맞추어 주자는 말입니까?
  
  만약,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계속 유화적인 입장만 취하겠습니까?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을 때, 미국이 입장을 바꿔 군사적 해법을 선택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이라크 사태의 무력적 해결을 지지한 선례가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무엇을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반대할 것입니까? 우리 땅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할 것입니까?
  
  이라크 사태의 군사적 해결을 지지한 우리 정부가 그때 가서 국제사회에 평화적 해결 노력을 해달라고 도움을 청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도움을 줄 나라가 몇 나라나 있겠습니까?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범죄 현장에 가담한 우리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호소한들 그 누가 우리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우리 정부의 이라크 전쟁 지지와 국군파병은 <보증수수료만 주고, 부시의 부도어음을 받은 꼴>이 될 것입니다.
  
  북미 직접 대화 약속도 미룬 채 한반도 군사력 증강조치 등 무력행사 가능성만 높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라크 정부가 유엔에 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강력하게 협상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면서 한반도 전력증강을 꾀하고 있습니다. 점진적인 민주화과정을 밟고 있는 이란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핵무기 개발의혹을 제기하는 모습을 볼 때, 부시 행정부의 전쟁욕구는 제어하기 힘든 또 다른 아집입니다.
  
  세계여론과 국민이 반대하는 있는 이라크 전쟁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물결이 되어 전 지구촌을 휘감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는 물론 아시아와 아랍, 남미, 호주와 뉴질랜드 등 5대양 6대주에서 수백만명의 반전외침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에서는 12만명이 모여 “NO WAR"를 외쳤습니다.
  스페인에서는 75만명이 미국의 전쟁강행을 적극 지지한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20만명이 반전구호 피켓을 들고 토니블레어 총리를 비난했습니다. 프랑스 전역에서도, 독일의 전역에서도 수십만명이 반전시위에 참가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개전 후 처음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라크에서처럼 전쟁이 인류의 운명을 위협할 대 평화만이 정의롭고 따듯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리는 분명한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랍에선 미국 대사관을 봉쇄했고, 인도의 자카르타에선 미국 대사관에서 유엔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태국ㆍ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시위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라크전쟁 반대와 군군의 이라크파병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에 대한 문제제기
  
  도덕적 권위를 잃은 미국 부시행정부가 저지른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침략행위에 우리 대한민국의 아들을 동참시켜야 하겠습니까?
  
  우리의 평화를 위해 남의 피눈물을 강요해도 과연 되는 것입니까?
  전투병이 아닌 의료지원팀을 보낸다 한들, 명분 없는 침략행위에 동조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없애거나 감출 수 있습니까?
  
  만약 오늘 파병동의안이 가결된다면,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을 자랑스러운 선조로 생각하겠습니까?
  
  지난해 우리의 효선이와 미순이가 미국 장갑차에 치여 억울하게 죽어갔을 때, 국민이 앞장서 미국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낸 일을 우리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파병동의는 청와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는 일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이 정부가 전쟁에의 참여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파병동의는 노무현대통령 자신의 국정운영 기본철학과 원칙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정도를 걷고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이 대접을 받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줄곧 역설해왔습니다. 또 국민 여론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3월8일자 한국갤럽여론조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동의를 물은 결과, ‘동의하지 않는다’가 81.3%로 나타났고, ‘전투병 파병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5%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대다수의 이라크전 반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파병동의안을 추진하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이 약속한 토론공화국입니까? 이번 파병동의안을 결정하면서, 노무현 정부가 강조해온 대화와 참여의 정치는 어디로 갔습니까?
  
  국민들의 거센 파병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마치 작전하듯이 파병동의안 처리를 강행해도 되는 겁니까? 이것이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 토론공화국의 실체입니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에 따르면, 한미양국은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유엔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유엔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는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기준에 한하여 전쟁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로부터 무력공격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까? 결코 아닙니다. 이라크가 미국의 안전을 위협했거나 현재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밝힐 수 있는 분들은 이 동의안에 찬성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동의안은 반드시 부결되어야 합니다.
  
  헌법과 국제법규 위반
  
  대한민국헌법은 전문에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5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명시하여 국제평화주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헌법 제6조 제1항에서는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하여 국제법을 존중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전쟁에 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국제 사회에서의 유엔체제에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입니다.
  
  참여 정부의 선택을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이제라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국익과 실리를 위해 이라크 전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강변하는데, 불법적 침략전쟁에 병력을 파병하는 8개 전범국의 하나에 포함되는 것이 어떤 '국익'을 가져다주는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합니다.
  
  누가 '국익'을 판단하며, 무엇이 과연 실리란 말입니까?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판단을 내렸다’는데,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은 동물왕국의 국익입니까? 실제로 ‘국익을 위해서’라는 말은 전쟁이 불러온 참화와 인명피해 소식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전하면서 반전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위한 국익이 아닙니다.
  
  전쟁의 참상을 각자 안방에서 전자게임 구경하듯 허상의 세계처럼 바라본 다음 뉴욕증시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동물들의 세상에 가장 부합하는 말입니다.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이 전쟁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십니까? 대량무기 확산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미국이 유엔 결의조차 없이 이라크를 침략에 동조하는 것이 어떻게 국익을 위하는 것입니까? 만약 미국이 같은 기준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개전하려 한다면, 우리정부는 어떤 근거로 한반도 전쟁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할 것입니까?
  
  이번 파병동의안은 유엔 결의 없는 침략전쟁에 대한 파병으로서 대한민국 헌법 5조(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인 전쟁을 부인한다)에도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눈앞의 이익 또는 압력 때문에 국제법과 헌법을 무시한다면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부시대통령과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한국을 미국의 용병국가로 만들자는 것입니까? 이것이 참여정부가 말하는 미국과의 수평적 외교관계입니까?
  
  '국익'을 위한 번민에서 참전 결정을 하였더라도, 이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분명한 이상 파병동의안은 반드시 부결되어야 합니다.
  
  파병동의안 부결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제평화를 지지하며, 국제법규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명령이자 국민들에게 정부가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는 이라크 전쟁의 성격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이라크 전쟁은 분명히 미국의 일방적 침략전쟁이고 국제법을 위배하고 정당성이란 한푼어치도 없는 전쟁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최후의 또 최악의 수단이기에 온갖 평화적 노력이 당연히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전쟁을 위한 전쟁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부시행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철회하고, 독자적으로 침략전쟁을 감행함으로서 유엔헌장을 위배했습니다. 부시행정부가 전쟁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테러 관련 대량살상무기, 세계평화와 미국안보위협들은 3월4일자 LA타임즈가 밝힌 바와 같이, 모두 거짓입니다.
  
  설사 이 명분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명분에 불과한 것이지, 전쟁이 정당화되는 보편적인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지구촌 대부분이 반대하고, 심지어 부시가 믿는 교단이나, 아버지 부시까지 반대하는데도 기어이 감행한 살육전이 이라크 전쟁입니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로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정작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누구입니까? 세계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량살상 무기를 제일 많이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누구입니까?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에게 초현대식 대량살상 무기를 퍼부어 무참하게 죽이는 나라가 누구입니까? 지난 91년 걸프전 내내 쓴 폭탄을 하루사이에 퍼부었다는데, 이라크가 미국 전쟁무기의 실험장입니까?
  
  미국이 말하는 불량국가들에 대한 자의적인 침략결정을 언제까지 정당화시켜주어야 합니까? 대다수 나라들과 국제적인 반전여론의 편에 서서 부도덕한 전쟁과 침략을 앞장서서 박수치고 나서야 하겠습니까?
  
  인류역사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원시시대로 돌려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원칙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문명의 시대를 꿋꿋이 지켜나가시겠습니까?
  
  전리품 분배라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민간의 희생쯤은 덮어두고,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찬성할 것입니까? 아니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명분없는 전쟁 불참선언으로 도덕과 신뢰성을 지닌 국가의 이미지를 살릴 것입니까? 그 해답은 바로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을 부결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라크 다음은 북한
  
  전쟁은 이라크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은 시작일 뿐입니다. 바야흐로 영구(永久) 전쟁의 시대, 세계 무질서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다음 타깃은 이제 한반도입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군사적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합니까? 잠재적 위협에 대한 방어적 선제공격이라는 ‘살인면허’를 북한에 사용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전투승리로 끝날 것입니다. 전투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전쟁에서는 반드시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 후가 더 걱정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질서 유지의 기본 틀이었던 유엔(UN)은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유엔에 정면도전한 미국에 어떤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유엔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도 미국의 '유엔 무시'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유럽의 안정을 책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이제부터 기능정지상태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 부결을 통해 반전운동에 응답해야
  
  우리 국군의 이라크 파병동의안 부결을 통해 전 세계의 양심적인 반전운동에 응답해야 합니다. 파병동의안 부결만이 실추된 유엔의 권위를 회복시키는 일이며, 미국의 전횡을 저지하는 길입니다. 오늘 우리의 선택은 인류의 문명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전쟁이란 것은 가장 비천하고 죄과가 많은 무리들이 권력과 명예를 서로 빼앗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톨스토이)
  
  “전쟁은 그 수행에 있어서 악한 사람보다는 언제나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소포클라테스)
  
  야만적인 전쟁으로 열린 <원시시대로의 회귀> 문을 우리가 앞장서 닫읍시다. 이라크 전쟁이 한반도의 종지부를 찍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한반도에서 이라크 전쟁의 종지부를 찍읍시다. 국익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세계 시민들과 역사 앞에 떳떳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상섭/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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