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민들레홀씨] 신호등 옆의 영산홍

무엇이든 김재성............... 조회 수 807 추천 수 0 2004.05.06 11:06:38
.........

전 늘 하는 것처럼 저녁 무렵에 산책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특히 요즘은 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그 시간이 그리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한달쯤 전인가는 공원을 지나는데 뭔가 향긋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겁니다. 고개 들어보니 매화가 피었습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던 나무가 매화나무였음을 알고 신기하여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는데, 잠깐이나마 다른 세상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얼마 있으니까 벚꽃과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옆 아파트 단지는 단지 내 길가에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어놓았는데 4월에 꽃이 피면 하도 아름다워서 나무마다 청사초롱 밝혀놓고 축제를 엽니다. 축제 전에 아직 조용한 밤에 그곳에 갔다가 조명 등 아래에서 향기를 맡으며 벚꽃이 만발한 큰 나무를 올려다보다니까 아름다운 것 신비로운 것이 떠올랐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나무야말로 정말 영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집 근처에는 저런 나무들을 안 심어놓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잡목이라고 생각했던 나무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흰 꽃이 피면서 우리를 멈추게 하였습니다. 그건 잡목이 아니라 라일락이었습니다. 이제는 무심코 나무를 보지 않으리라, 눈여겨보고 정겹게 보리라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산책을 하면서 광문고 옆을 지나는데 길가 화단에 영산홍이 활짝 핀 것을 보았습니다. 붉은 색도 있고 흰색도 있는데 흰색에 끌려서 눈이 갔습니다. 보려는데 파란 신호등이 들어온 겁니다. 지금 건너야 하는데 하고 지나치려다가 문득 다음 신호에 가면 되잖아, 이렇게 좋은 꽃을 두고 그냥 갈 순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호등을 내버려두고 흰색 영산홍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아 보았습니다. 은은한 향기를 맡으려 자꾸 꽃 가까이 가게 됩니다. 그윽한 향기를 느끼며 내 숨소리도 들립니다. 난 이렇게 향기가 좋지만 내 숨도 그에게 반가운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숨이 꽃에게도 좋은 거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안심하고 오래오래 그렇게 있었습니다.

돌아오는데, 꼭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것같이 뿌듯했습니다. 신호등 한번 포기하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군요. 행복은 작은 것을 포기하는 데서, 잠깐씩 쉬면서 작은 것이라도 눈여겨보는 데서, 오는 것인가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무엇이든 [민들레홀씨] 신호등 옆의 영산홍 김재성 2004-05-06 807
3428 무엇이든 평강을 원하십니까? file nulserom 2004-05-02 670
3427 무엇이든 축복의 파이를 크게 하는 비결 이한규 2004-05-01 971
3426 무엇이든 축복의 파이를 크게 하는 비결 이한규 2004-05-01 2088
3425 무엇이든 이한규 <사랑의 칼럼> 샘플 최용우 2004-04-30 1432
3424 무엇이든 그간도 평안 하신지요? ㄱㅣ쁨지기 2004-04-29 715
3423 무엇이든 '조선'은 쓰면 안 되는 낮춤말 홍 순 훈 2004-04-29 667
3422 무엇이든 [시] 에드벌륜 김대철 2004-04-28 871
342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28 978
3420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28 1129
3419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맑은물 2004-04-26 1079
3418 홈페이지 몇초후에 자동으로 다음페이지로 연결되게 하는 소스 최용우 2004-04-26 3137
3417 무엇이든 구원의 기회 file nulserom 2004-04-25 776
3416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한요한목사 2004-04-21 1294
3415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20 1131
3414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새날라이프 2004-04-20 1192
3413 무엇이든 두렵고 떨림으로 file nulserom 2004-04-18 877
3412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18 1256
341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18 1109
3410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민선 2004-04-17 1059
3409 무엇이든 행복을 선택 합시다. 길 벗 2004-04-15 835
3408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순교 2004-04-14 1111
3407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14 1172
3406 무엇이든 최용우님 정말 전도주보 포기하시나요 기린 2004-04-10 842
3405 무엇이든 삼성 메모리 폭등! 정보맨 2004-04-09 724
3404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김혜미 2004-04-09 1152
3403 무엇이든 델레비젼깨졌어요 고성진 2004-04-08 776
3402 홈페이지 페이지를 열때마다 배경이 바뀌는 스크립트 최용우 2004-04-08 42982
3401 방명록 방명록입니다 최용우 2004-04-08 1126
3400 무엇이든 웃음34 최용우 2004-04-08 538
3399 무엇이든 신학과 교회에서 진화론을 몰아내자!(37) : 지구의 나이는?(창 5:4-31) 장대식 목사 2004-03-31 930
3398 무엇이든 조용기 목사님 제발 좀 참으세요. 챙피해서 못살겠습니다. [1] 돌찬 2004-03-31 847
3397 묵상나눔 QT(3/29_동행) 장영완 2004-03-29 576
3396 무엇이든 응답받는 기도-간절함 nulserom 2004-03-29 976
3395 무엇이든 독서동기부여 강의(자원 봉사) [1] 송광택 2004-03-27 1239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