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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995] 용천에서 찾는 희망

무엇이든 임영숙............... 조회 수 582 추천 수 0 2004.05.11 1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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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칼럼니스트모임 COLUMNIST 1999.09.19 창간  
임 영 숙 (서울신문 주필)
http://columnist.org/ysi

항의 편지를 받았다. 3년전 ‘퍼주기 시비속 유진 벨’ 이라는 칼럼을 썼을 때였다. 북한의 결핵퇴치 지원사업을 하는 유진 벨 재단 후원모임에 참석한 후 쓴 글이었는데 한 독자가 ‘유진 벨’과 ‘퍼주기 햇볕정책’을 같은 맥락에서 얘기했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4대째 100여년간 이어지는 유진 벨 가족의 헌신적인 한국사랑과 그들의 한없이 겸손한 태도에 감동을 받아 쓴 글이었으나 햇볕정책에 비판적인 그 독자에게는 불쾌감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 이후 남북한 양쪽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 2주일 사이 북한이 보여준 변화는 놀라운 것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고를 신속히 공개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 기구 관계자들이 폭발 참사 현장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부상자들이 수용된 병원도 직접 살펴 볼 수 있게 했다. 마수드 하이더 유엔 북한조정관이 ‘과거 북한의 기준으로 보아서는 혁명적인 변화’ 라고 말할 정도다. 북한은 우리가 요청한 구호 물자의 육로 지원도 받아들였다. 피해 복구 현장을 지원하는 덤프 트럭등 자재 장비가 육로로는 처음 내일 북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같은 변화는 남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북지원을 무조건적으로 최대 규모로 추진한다는 정부 원칙은 그렇다 치고 일반 국민과 사회 각계 각층,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 정치권이 앞다투어 북한 돕기에 나섰다. 여당보다 야당이 앞서는 듯하고 ‘퍼주기’ 시비에 불을 붙였던 언론사들까지 적극 나서 그동안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마치 사라진듯 보일 정도다. 한나라당의 김덕룡의원은 “행여 우리측도 도와주는 입장에서 우월감을 갖고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될 것” 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인식의 변화야 말로 큰 변화다.

지난 95년부터 북한에 의료지원활동을 벌이면서 해마다 두세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인요한 세브란스 병원 외국인진료소장이 남한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자세다. 그는 최근의 한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의 지원은 북한의 필요 보다는 ‘내가 주고 싶은게 이거니까 받아’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북한을 도와야 하며 북한을 아프리카의 기아국가 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인소장은 형 인세반씨와 함께 유진 벨 재단을 창립한 사람이다. 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온 외증조부인 유진 벨을 이어 4대째 한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3개월전 등대복지회라는 새로운 북한 의료지원단체를 만들었는데 이 또한 남북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형이 주도하는 유진 벨 재단은 북한에서 미국 단체로 인식돼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계속되면서 활동영역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나 한국 NGO들의 활동무대는 계속 넓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퍼주기 시비속 유진 벨’ 을 쓸때만 해도 유진 벨 재단은 북한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한국인들을 대신해서 북한을 돕는 심부름꾼(당나귀) 역할을 자임했던 터다. 논란이 많았던 남한의 퍼주기가 북한의 이런 변화를 가져온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하면 3년전 항의편지를 보낸 독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제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4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고 오는 12일 부터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실무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용천 참사를 계기로 변화된 북한의 자세가 두 회담에서 실질적인 결실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이번에 별다른 결실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만간 의미있는 북한의 변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용천 참사는 비극이지만 그런 희망의 씨앗을 품게 해 주었다.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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