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분다.
햇살 바른 베란다 창가...
향기로운 커피향에 젖어 있다가
문득 저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 싶은 아주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몸부림 치듯 불어대는 저 바람에게 부탁해볼까..
내 ..그리운 마음 전해달라고 말해볼까...
참 유치하다 싶은 표현이지만
이렇듯 단순하고도 정직한 마음은 또 없을 것 같다.
불혹이라는 말도 무색해지는 느낌....
말처럼 가슴도 따라가 주면 좋겠지만
머리와 가슴이 따로 돌아다니는 기분..
수많은 상념들 속에서 자신을 세워나갈수 있는 건..
역시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것과는 또 다른 의미..
요즘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그 사랑으로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는 것..
내 감정대로 내 느낌대로 다 이루고 살아갈수 없는 세상이지만
아픔의 한줄기 눈물에도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를...
내 안에 진정한 생명있음에 더 깊은 눈물을 흘릴뿐이다.
그분은 아시리라..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내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내 심장을 만드신 그분만은 분명 아실것이다...
후.......
외로운듯 서러운듯 불어대는 바람에
또 한날의 마음을 쏟아내본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로
내 마음 깊은 곳의 아픔이 조금은 치유되기를 바라며......
새벽하늘 / 바람부는 오후에...
니힐리즘의 새털같이 가벼운 무게가 천근 만근으로 나를 짓누른다.
그러고보면 내가 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내게 있어 가장 직접적이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은
도처에 만연해 있는 허무감이었다.
얼마 전에 어느 잡지에서 읽자니
나나니벌의 유충은 다른 애벌레의 몸을 먹으면서 성장을 하는데,
본능적으로 결코 그 애벌레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 방식으로
애벌레의 살을 뜯어먹는다고 하더군.
그러고 보면 내 속에 들어 있는 허무주의는
그 나나니벌의 유충처럼 언제까지고 나를 살아 있는 채로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교묘하게 수행하면서
나의 살을 착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셈이지.
나는 여지껏 이렇듯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나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생존해 있는 노모와 내게 딸려 있는 가족들이 나를 살리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터이고,
그럼 혹시 정말로 차라리 그 허무주의라는 것이야말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죽음에 대한 의식이 내게 죽음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게끔 하는 것일 수도 있듯이 말이지.
그러고 보면 삶이란 얼마나 남루하고 초라한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삶이란
또한 그 얼마나 진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최수철 / 속 깊은 서랍'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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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 / 이승철
첫 번째 글은 새벽하늘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두 번째 글은 준희 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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