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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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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마루서신을 보낸 이후 특별히 기쁜 날이었습니다.
앞 이마저 한 개가 빠지신 칠순이 넘은 주름 가득한 얼굴의
저희 아파트 청소하시는 할머니께서 저를 보시더니
한 말씀 던지시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글이 참 좋으시다!”
저는 무슨 말씀인가 하고 의아해 하면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일어난 일인지라,
우선“안녕하셨어요?” 하며 반갑게 인사부터 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이어서 한 말씀 던지셨습니다.
“입보다 귀를 더 써야지요, 맞아요!”
순간 저는 알아차렸습니다.
글로 된 산마루서신을 전해 드린 일이 있는데,
그것을 읽으시고 하시는 말씀인 줄을.
할머니께선 웃으면서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입보다 손도 많이 쓰고 발도 많이 써야지요!
그 입은 잘못 쓰면 화를 당하고, 죽음을 당해!”
어투와 표정을 보니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일전에 할머니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일제 때 몽골과 만주를 이주해 다니기에,
글을 좋아했는데 글 공부를 못했어요.
게다가 여자한테 누가 공부를 시켜 주나......
그리고 참 무섭던 시절이었어요.
대동아전쟁 때 살고 죽는 것을 늘 보며 컸어요.”
저는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부모 따라 조국 없이 떠돌던 어린 시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던 주변의 일들,
그리고 힘없는 민초들이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겪어야 하는 한 맺힌 사연들이
그 일생에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입보다 손도 많이 쓰고, 발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
늙어서도 일을 하는 자신의 삶을 지탱시켜주는 신조요 철학이구나.
그리고 그것이 저렇게 밝은 웃음으로 부지런히 일하게 만드는 것이로구나!
할머니께서 큰 소리로 다시 웃으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글 쓰시는 거 있으면 내게 또 줘요!
선생님 글이 참 좋다.”
얼마 후, 저는 할머니의 청소 집기들이 있는 지하 1층 창고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예쁜 상자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아드렸습니다.
그리고 매주 산마루서신 새 것이 나올 때마다
거기에 놓고 가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감격스러우신 듯
말문을 닫으셨습니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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