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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슬픔

이경숙............... 조회 수 1538 추천 수 0 2008.04.04 08: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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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자주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지붕과 부스럼이 난 것처럼 여기저기 벗겨지고 패인 흉물스러운 흙벽, 잡초인지 푸성귀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텃밭, 혼자서 푸성귀를 다듬거나 먼지가 두텁게 내려앉은 마루에 멀거니 앉아 있는 할머니….
할머니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쪽진 머리에 얼굴은 검버섯이 피었다가 벗겨진 듯 군데군데가 허여멀게서 바둑이 얼굴 같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공처럼 둥그렇습니다. 요즘은 봄 텃밭을 가꾸시는가 봅니다. 텃밭에서 풀도 뽑으시고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 씨앗도 심으십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모든 몸놀림은 삶에 대한 의욕이나 애정에서가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행하는 습관처럼 보입니다. 늘 아무런 기척이 없어 폐가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그 집에 할머니가 살고 계심을 알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웃들이 이주해버린 적막하고 흉흉한 동네에서 혼자 사시는 그 할머니를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애잔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집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데 대한 놀라움으로,
나중에는 아픔으로…. 때로는 분노가 일기도 하고 나의 부모를 버려둔 것 같은 죄의식이 들기도 합니다. 여덟 자식, 열 자식 마다않고 보듬어 길러내신 우리의 부모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 많은 자식들은 다 어디로 가고 가난하고 무력한 어머니를 외롭게 방치해두는 것인지.
- 이경숙,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원종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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